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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r 20. 2022

하느님은 공평해

[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92)]

몹시 화창한 초여름날이었다.      


약간 더운 훈풍이 불어오는 넓은 호수에 물오리 떼들이 한가로이 헤엄을 치며 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흰 왜가리가 한 마리가 날아와 사뿐히 호수로 내려와 앉았다.


“여어어! 물오리 양반들 안녕들 하시오?”     


왜가리가 물오리 떼를 향해 먼저 말을 걸었다.     


“만나뵈어 반갑군요. 그래, 지금 어디서 오시는 길이신지요?”     


“난 저 먼 서쪽 강에서 있다가 오는 길이라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호수가 꽤나 넓군요.”     


“그럼요. 넓다마다요. 우리들은 해마다 여기서 한여름을 지내거든요. 먹을거리도 많고 조용해서 여름 한철 보내기는 더할나위가 없거든요.”     


그러자 왜가리가 조금 거만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요? 어이구, 이 호수에서만 지내다니 지루하지도 않은가 보군요. 나는 한곳에 오래 있으면 금방 지루해져서 이렇게 큰 날개를 가지고 항상 옮겨 다니며 놀고 있거든요.”     


왜가리는 길다랗고 우아하게 생긴 날개를 활짝 펼펴보이며 안됐다는 듯이 물오리를 바라보며 잘난 체를 하였다.     


"보아하니 그 작고 보잘것없는 날개에다 그처럼 깃털이 두껍고 무거워서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겠군! 게다가 목까지 그렇게 짧게 생겼으니 워언…….”     


“…….”     


왜가리의 말에 물오리 떼들은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왜가리는 한껏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목이 길면 편리한 점이 많단 말이오. 우거진 갈댓잎이 앞을 가려도 이렇게 목을 쭉 높이 뽑으면 멀리 둑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훤히 볼 수 있거든. 그리고 몹시 더울 때에도 이렇게 고개를 높이 쳐들면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지 아마 당신들은 모를 거요.”     


“…….”     


왜가리가 한껏 자랑을 늘어놓자 물오리 떼들은 그저 한숨만 쉴 뿐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왜가리의 말처럼 그런 몸으로 태어난 것이 그저 한스럽고 창피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하느님도 무심하고 야속해라. 날개를 이렇게 작게 만들었으면 왜가리처럼 목이라도 좀 길게 해 줄 일이지! 아무리 부족하다 해도 하다못해 한 가지는 남보다 돋보이는 것이 있게 마련인데 어쩌면 이렇게 다리까지 짧게 생겼담!'     


물오리 떼들은 몹시 속은 상했지만 한 가지 자랑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다리는 이렇게 짧게 생겼지만,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서 헤엄치는 데는 참 편리한 걸요.”    

 

그러자 왜가리는 그것도 자랑거리냐는 듯 길고 튼튼한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보이며 다시 거드름을 피웠다.     

“자, 나를 좀 봐요. 그까짓 물갈퀴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요? 이렇게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을 줄 알아야지. 헛허흠…….”     


“…….”     


물오리 떼들은 자신들의 신세가 몹시 초라하고 슬프게 느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조용하기만 하던 갈대숲 부근에 느닷없이 사냥총을 든 아이들이 나타나더니 소리쳤다.     

"야, 저기 왜가리가 보인다!”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왜가리는 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물오리 떼들은 재빨리 우거진 갈대숲 속으로 숨어 버리고 말았다.     


아이들은 소리소리 지르며 왜가리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왜가리는 재빨리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었지만 총이 무서워 그럴 수도 없었다. 게다가 워낙 목과 다리가 길어서 갈대숲 속에 들어가서 숨을 수도 없었다.     


"아아, 내 다리와 목은 왜 이렇게 길게 생겼을까. 이런 때는 차라리 물오리처럼 생겼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중얼거리며 허둥지둥 달아나던 왜가리는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저도 모르게 길고 큰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하늘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탕!‘ 하는 총소리와 함께 왜가리는 호수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갈대 숲속에 숨어서 숨을 죽이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물오리 떼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아! 그래서 하느님은 정말 공평하신 거구나!”   ( * )  


                < 오상원의 우화 중에서 >            





 

  

♣ 모든 면에서 인간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 데모크라시 (民主主義)는 생겨난다.      

             <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     


♣ 우리들은 죽음에 순간에 있어서는 모두 평등하다.     

                     < P. 시루스 >     


♣ 평등은 모든 선(善)의 근원이며, 극도의 불평등은 모든 악(惡)의 근원이다.     

                 < M.F.M.I. 로베스피에르 >     


♣ 어떠한 과학의 힘을 빌려도, 또 어떠한 이자를 갖고 낚았다 해도 인간은 결코 불평 없이 재산이나 권리를

     분배할 수는 없습니다.     

                   < F.M. 도스토예프스키 >     

♣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들은 그 창조주에 의해서 고유의 빼앗아서는 안될 권리가 주어져

     있다.     

                    < T. 제퍼어슨 >


♣ 그 어떠한 사람도 타인의 평등한 권리를 침해할 생득적인 권리는 없다. 

                   < T. 제퍼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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