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93)]
그는 무오사화, 갑자사화 등 두 차례의 사화를 일으켜 세 가지 유림파의 하나인 사림파를 비롯한 문신들을 대거 처형하고 언론 활동을 억압하였다.
그는 사대부들의 윤리관에 어긋나는 행동을 거듭하다가 중종반정으로 폐위된 인물이다.
연산군은 조선의 제10대 왕인 성종의 맏아들이며, 어머니는 관봉상시사 윤기견의 딸인 폐비 윤씨이다.
연산군의 성품이 날로 포악해지고 방탕이 극에 달하여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조정 대신들은 목숨이 아까와 뭐라고 말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보다 못한 환관 김처선은 연산군의 그릇된 태도를 죽음을 무릅쓰고 바로잡을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입궁하게 되면 다시는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줄 알고 있으라고 가족들에게 이르고 마침내 집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연산군은 많은 궁녀들을 거느리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음탕한 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김처선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늙은 놈이 네 분의 임금을 섬겼고 글도 조금 읽었습니다만 동서고금에 전하와 같은 짓을 하는 분은 없었습니다.”
김처선이 연산군을 향해 이렇게 말하자 그 자리에 있던 대신들은 질겁을 하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곧 벼락이 내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처선의 말을 들은 연산군은 불같이 노하여 곧 벽에 걸어두었던 활을 꺼내 들더니 김처선을 향해 쏘았다. 화살은 정확하게 김처선의 옆구리에 박히고 말았다.
그러나 김처선은 고통을 견디어 내며 태연하게 말했다.
“늙은 내시가 어찌 감히 목숨을 아끼겠습니까마는, 전하께서 오랫동안 용상을 지키시지 못할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니 그래도 이놈이!”
연산군은 노발대발하여 이번엔 김처선의 다리를 쏘아 맞추었다.
화살이 김처선이 다리에 명중하면서 그 자리에 쓰러지자, 연산군이 이번에는 김처선을 향해 껄껄 웃으면서 일어서서 걸어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김처선은 연산군을 꼿꼿이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전하께서는 다리가 부러져도 걸어다닐 수 있겠습니까?”
“아니 뭐가 어쩌고 어째? 이놈이 죽으려고 환장을 한 모양이로구나!”
마침내 연산군은 악이 받쳐 김처선은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모두 몰살을 시키고 말았다.
비록 내시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김처선은 연산군 때의 유일한 충신으로 꼽힌다.
참고로 연산군의 묘는 현재 서울 수유리 소재 낮은 산에 쓸쓸하게 위치하고 있으며 볼품없는 낮은 봉분에 돌보는 이가 없어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 * )
< 대동기문 권1 >
♣ 마음은 항상 비우지 않으면 안 되나니, 마음이 공허하면 정의와 진리가 거기 와서 살 것이요, 마음은 항상
꽉 차 있지 않으면 안 되나니, 마음이 충실하면 물욕이 거기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 홍자성 >
♣ 온갖 잔인성은 겁에서 생긴다.
< L. A. 세네카 >
♣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사람에게 짐을 지우는 것은 잔인한 행동이다.
< 셰익스피어 /헨리 8세 >
♣ 50대가 넘는 사람들에게는 토지나 황금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들을 교활하고 인색하게 하며 또는
잔인하고 맹목적이고 냉정하게 만든다.
< A.D. 피케 / 젊은이와 老人 >
♣ 우리들이 고통을 참으면 참을수록, 잔학성은 점점 더 강해진다.
< 허버트 >
♣ 모든 잔학성 중에서, 애도와 위로의 이름 아래 행해 지는 잔학만큼 참을 수 없는 것은 없다.
< W.S. 랜더 >
♣ 모든 환희에는 모든 쾌락에서와 같이 잔인성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 O. 와일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