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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기이한 일

[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97)]

by 겨울나무

교육의 최종 목표는 ‘바람직한 인간 형성’에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학력이 높으면 높아질수록 그게 아니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1. 어린이집 원생들

어느 화창한 봄날, 어린이집 교사 몇 명이 이십여 명의 원생들을 인솔해서 놀이 동산으로 소풍을 가게 되었다. 둥글게 모여 앉아서 맛있는 도시락도 먹고 재미있게 놀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여러분! 선생님들이 급히 어디 볼일이 생겨서 잠깐 갔다가 금방 돌아올 테니까 어디 가지 말고 이 자리에 꼭 앉아 있어야 돼요. 알았죠?”


“네, 알았어요. 선생님!”


“얼른 다녀오셔야 돼요!”


원생들은 다 같이 합창을 하듯 이렇게 대답하고는 선생님들이 줄을 맞춰 앉혀 준대로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런 원생들의 모습이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가 없었다.


10분, 20분, 30분이 지나도록 원생들은 단 한 명도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마치 병아리처럼 귀여운 모습으로 그 자리에 꼼짝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40분 가량 되어서야 선생님들이 혹시나 원생들이 흩어져서 길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원생들 모두가 아까 앉혀 놓았던 그 자리에 한 명도 이탈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들은 그런 원생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교육의 힘이 이토록 크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며 교육자로서의 큰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다.


2. 초등학교 학생들


어느 초등학교에서도 어린이집처럼 학생들을 데리고 현장 학습을 가게 되었다. 현장 학습장에서 이런저런 견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학급별로 담임 선생님이 인솔하게 되었다.


“얘들이, 선생님이 볼 일이 있어서 어딜 잠깐 갔다가 올 테니 여기 앉아서 기다려 줄 수 있지?”

“예, 알았어요. 염려말고 다녀오세요!”


선생님은 안심을 하고 볼 일을 보러 급히 떠났다. 그리고 급히 볼 일을 마치고 불안한 마음으로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결국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두 명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불안해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묻게 되었다.


“김◯◯와 이◯◯ 어딜 간 거지?”


“글쎄요. 아까 아무 말도 없이 어디로 가던 걸요. 아마 무얼 사먹으려고 가게로 간 거 같아요.”


결국 선생님은 그 아이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애를 태우며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나마 아무 탈 없이 돌아왔으니 천만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3. 중학교 학생들


어느 날 중학교에서도 소풍을 가게 되었다.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역시 학급별로 선생님이 인솔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선생님이 아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얘들아, 선생님이 갑자기 깜빡하고 잊어버린 게 있어서 어딜 잠깐 다녀올 테니 여기 앉아서 기다려 줄 수 있겠지?”


“예, 아무 염려말고 다녀오세요!”


선생님은 좀 불안했지만 학생들을 믿고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다. 그리고 약 10분 뒤에 다시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30명이나 되는 학생들 중에 약 반 수 이상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자리에 있다 해도 모두 뿔뿔이 흩어져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있다가 선생님이 부르는 소리에 겨우 모이게 된 것이 아닌가!


선생님은 그날 학생들을 찾기 위해 진땀을 빼며 저녁 늦게까지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혼이 난 나머지 다시는 학생들을 데리고 소풍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게 되었다.

4. 고등학교 학생들

오랜만에 선생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어느 박물관으로 견학을 가게 되었다. 무사히 견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얘들아, 내가 갑자기 볼 일이 생겨서 어딜 잠깐 다녀올 테니 여기 잠깐 앉아서 기다려 줄 수 있겠니?”


“예, 알았어요. 그런데 얼마나 걸릴 건데요?”


“아마 오래 걸려도 10분이나 15분이면 될 거야.”


“네 알았어요. 그럼 염려말고 얼른 다너오세요.”


선생님은 좀 의심스러우면서도 별 수 없이 볼 일을 보기 위해 어디론가 급해 달려갔다. 선생님이 자리를 뜨자 몇 명의 학생들은 매우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흥, 갑자기 얼어죽을 놈의 볼 일은 무슨…….”


“누가 골이 빌 줄 아시나?”


“쳇, 기다려 주는 거 좋아하고 있네!”


잠시 뒤에 볼 일을 마친 선생님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허걱!!”


그 자리에서 선생님을 기다려 주는 학생이라고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 * )





♣ 교양이 없는 사람은 광택이 없는 거울과 같다.

< 독일 속담 >


♣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은 지배와 복종이다.

< 플루타아크 영웅전 >


♣ 교육은 노년(老年)의 최상의 양식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


♣ 국가의 운명은 청년의 교육에 달려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 >


♣ 교육에는 천성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사람은 젊을 때부터 배우기를 시작할 일이다.

< 프로타고라스/斷片 >


♣ 교육은 선인을 점점 착하게 하고, 악인을 점점 나쁘게 한다.

< T. 플러/그노모로지아 >


♣ 국가의 기초는 그 소년을 교육하는 데 있다.

< 디오게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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