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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Apr 23. 2022

옛날 불씨에 관한 이야기

[성냥과 라이터가 없던 시절]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헤아릴 수조차 없이 수많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밥솥, 전자렌지, 가스렌지, 에어프라이어, 오븐, 컴퓨터, 노트북……등.   

   

이런 가전제품들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아주 쉽고 편리하게 작동이 되면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빨래도 저절로 세탁기가 해줌은 물론 밥도 짓고 반찬거리들도 쉽게 데우고 익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와 같은 가전제품들은 단 하루만, 아니 단 한 시간만 사용하지 못해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리고 영업집에서는 단 한 시간만 정전이 되어도 불편함뿐만이 아니라 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전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던 시절에는 불을 일으키기가 여간 어렵고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불씨를 왜 그렇게 소중히 여기며 지키게 되었을까?     


불씨를 꺼뜨리게 되면 우선 절대로 밥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물로 된 반찬이나 생선 등 모두를 익힐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옛날에는 집집마다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지키기 위해 여간 신경을 쓰기도 하고 또한 노력을 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불씨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 것은 그때까지도 공장에서 성냥이라는 것을 생산해 내지 못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였을까?      


우선 아궁이에 다 타고 남은 시뻘건 장작불을 재로 잘 덮어서 보존하거나 추운 겨울에는 화로에 담은 장작불을 불돌로 잘 눌러 보존해 두었다가 다시 살려서 사용하곤 하였다.     

 

이처럼 가정마다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것이 우선 불씨였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불씨를 지키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가장 꼭 필요한 것이 불씨를 보존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 옛날에는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지키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이토록 막중하면서도 중요한 임무를 도맡게 된 것은 대부분 그 집 며느리들의 몫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만일 며느리가 불씨를 꺼뜨리게 되면 시집에서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이토록 불씨를 지키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불씨와 며느리에 관한 다음과 같은 설화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새로 시집을 온 며느리가 불씨를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아궁이 앞에 앉아 불씨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낯모르는 어린아이가 나타나더니 불씨가 살아있는 아궁이 속을 향해 오줌을 누는 바람에 그만 불씨가 꺼지고 말았다. 그리고 어린아이가 어디론가 쏜살같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소스라치며 깜짝 놀란 며느리가 어린아이를 잡으려고 재빨리 뒤쫓아가다 보니 어린아이가 갑자기 땅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며느리는 즉시 어린아이가 사라진 땅속을 파기 시작했다.    

  

한동안 땅속을 파다 보니 이게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어린아이는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땅속에서 어린아이만한 산삼이 묻혀 있는 것이 아닌가!     


며느리는 그 산삼을 캐다가 결국 큰 부자가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오고 있다.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잘 지켰다면 그 불씨를 가지고 불을 일으켜야 한다.     


불을 일으키는 방법으로는 끼니때마다 부드러운 볏짚이나 잘 마른 나뭇잎에 불씨를 올려놓고 입으로 후후 불어서 불을 일으키곤 하였다. 그렇게 해서 일으킨 불은 아궁이에 넣고 나무를 계속 밀어 넣어가며 불을 때서 밥을 짓곤 하였다.   


아궁이에 불을 꺼뜨리지 않고 계속 타게 하기 위해서는 밥이 다 될 때까지 아궁이 앞에 꼭 붙어 앉아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불을 꺼뜨리지 않게 하기 위새서는 불이 다 타기 전에 다시 다른 나무를 부지런히 아궁이 속에 밀어 넣어야만 밥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궁이에 불만 때면서 밥만 하는 게 아니었다. 불을 때면서 그와 동시에 반찬거리도 마련해야 하는 그야말로 매우 분주한 일이었다.     

 

만일 불을 때다가 갑자기 물이 필요하거나 반찬거리가 필요해서 아궁이를 잠깐 지키지 못할 때는 뜻밖의 큰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잠깐 아궁이를 지키지 못한 사이에 아궁이 속의 불이 삽시간에 밖으로 나와 집에 큰 화재를 일으키게 되는 뜻밖의 불행한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했던 것이다.     

 

그럼 그 시절에 담배는 어떻게 피웠을까?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시골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어른들이 많았다. 도시의 사정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골에는 담배를 파는 가게도 전혀 없었다.     


그러기에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는 집집마다 밭의 한쪽 구석에 담배를 따로 심었다가 담뱃잎을 따서 담배를 피우곤 하였다. 밭에 심은 담뱃잎이 크게 자라면 잎을 뜯어다 말린 다음 가루로 만들어서 담뱃대에 넣어 피우곤 하였다.      


비교적 나이가 적은 어른들은 곰방대(길이가 짧은 담뱃대)에 넣어 담배를 피웠으며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대부분 팔의 길이만큼 긴 장죽(담배를 피우는데 쓰이는 긴 담뱃대로 주로 대나무로 만들었음)을 사용하였다.      

담배를 피울 때 곰방대와 장죽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 종이조각이라도 생기게 되면 궐련(종이에 담뱃가루를 말아서 만든 담배)을 만들어서 피우기도 하였다. 종이가 매우 귀하던 시절이어서 내가 알기에 그 당시의 궐련은 최고급 담배에 속했었던 것 같다.     

 

그럼 담배에 불은 어떻게 붙여서 피웠을까?     


성냥이나 라이터가 없던 시절이어서 주로 아궁이나 불을 때다가 담배를 피우곤 하였다.   

   

아궁이에서는 불을 때던 부지깽이(아궁이에 불을 땔 때 불을 헤치거나 나무를 거두어 넣거나 끌어내는 데 쓰이던 막대기)에 붙은 불을 이용했다. 이때 수염이 긴 어른들은 담뱃불을 붙이다가 자신도 모르게 수염이 몽땅 타버리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자주 벌어지지고 하였다.      


겨울철에는 방에 있는 화롯불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밖에 있을 때가 문제였다. 그러기에 혹시라도 누군가가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곧 쫓아가서 담뱃불에 담뱃불을 얻어 붙이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그나마 그런 일도 없을 때는 담배를 피우고 싶어도 참을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밖에 나가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단 한 가지 유일한 방법은 있었다. 바로 부시(부싯돌을 쳐서 불이 일어나게 하는 쇳조각) 부싯돌(부시로 쳐서 불을 일으키게 하는 데 쓰이는 흰색 차돌)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럼 부시와 부싯돌로 어떻게 불을 일으켰을까?     


불을 일을킬 때 사용하는 부시는 직육면체로 된 강한 쇳조각이 적당하다. 그리고 부싯돌은 하얀 색깔로 된 돌멩이이며 어디서나 구할 수 있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불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우선 수리취를 말려서 부셔 놓은 풀을 부싯돌 위에 올려놓은 다음 부시로 힘껏 쳐야 한다. 참고로 수리취란 산에서 나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 해살이 풀 이름을 말한다.     

 

그렇게 몇 번 치다 보면 부싯돌에 올려놓은 수리취에 연기가 나면서 불이 옮겨 붙게 된다. 그러면 연기가 나며 불이 붙은 수리취를 담뱃대에 옮겨놓고 입으로 몇 번 담뱃대를 빨게 되면 비로소 담뱃불이 붙게 되는 것이다. 담배 한번 피우기 위해 실로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번거로운 일은 그뿐이 아니었다. 밖에 나가서 담배를 치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담배를 넣은 담배쌈지와 부시와 부싯돌 그리고 수리취를 넣은 부시 쌈지 등, 두 개의 쌈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드시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나 성냥이나 라이터가 없던 그 시절에는 이처럼 불편하고 번거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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