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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Apr 21. 2022

등잔불의 추억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요즈음은 눈부신 문명의 발달로 인해 스위치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캄캄한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매우 편리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밖에서도 가정에 있는 에어컨이나 전등을 마음대로 켰다 껐다 하는 매우 편리하면서도 꿈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40년대와 50년대만 해도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럼 그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아마 4,50년 대를 살아본 분들이라면 이미 경험한 일이어서 전혀 새삼스럽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전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던 시골에서는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밤에는 주로 등잔불에 의존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등잔불의 불편한 점들     


등잔불을 켜고 살 때는 등잔불의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등잔불의 불편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는 불편한 줄을 몰랐다. 으레 그러려니 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첫째등잔불은 자주 석유를 넣어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등잔불은 석유가 있어야만 불을 밝힐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에 기름을 넣듯 자주 석유를 넣어주어야 한다. 석유가 담긴 등잔에 석유가 어느 정도 타고나면 그때마다 항시 준비해 두었던 석유병에서 다시 석유를 부어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석윳값도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그러기에 웬만한 집에서는 석유를 한 방울이라도 아끼기 위해 등잔불도 아까워서 마음대로 켜지 못했다. 석유를 아끼기 위해 등잔불을 하나만 켜고 한 가족이 한방에 모두 모여 같이 살기도 하였다.      


둘째바람이 불 때마다 꺼지기 때문에 몹시 불편했다     


어쩌다 누군가가 등잔불 옆으로 지나가다가도 꺼지고 문을 열고 나가거나 들어올 때에도 바람 때문에 불이 꺼질 때가 많았다.      


그러기에 불을 꺼뜨릴 때마다 어른들한테 야단을 맞기가 일쑤여서 함부로 바람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불을 꺼뜨릴 때마다 야단을 맞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번거로운 것은 불을 다시 일으킬만한 성냥이 아깝고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불이 꺼진 캄캄한 상태에서 성냥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방안이 너무 어두워서 성냥을 찾기가 어려울 때는 불부터 켜고 성냥을 찾자라는 엉뚱하면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급한 김에 얼른 나오기도 하였다.    

  

셋째등잔불에 가까이 가면 한쪽에서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생기게 된다.     


그때는 밤에 할 일도 많았던 것 같다. 되도록 등잔불이 켜진 가까이로 온 가족이 모두 모여 앉아서 아이들은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공부와 숙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해진 바지와 버선 양말 등을 꿰매기 위해 바느질을 하거나 한쪽 구석에 앉아 다듬이질을 하곤 하였다. 아버지 역시 한쪽 구석에 앉아 짚으로 새끼줄을 꼬거나 둥구미와 맷방석, 그리고 싸리나무로 종다래끼 등을 만들기에 항상 분주했다.    

  

이렇게 밤마다 가족들마다 모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기에  등잔불 때문에 그림자가 생겨 어두워질 때마다 좀 비켜달라고 서로 짜증을 내며 자주 법석을 떠는 일이 자주 벌어지곤 하였다.      

  

넷째그을음이 많이 나는 게 등잔불이다    

 

등잔불은 석유가 타면서 그을음이 많이 난다. 그래서 등잔불에 가까이 갈수록 그을음을 많이 마시게 된다. 그 그을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숨을 쉴 때마다 입과 코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기에 등잔불 밑에 오래 있다가 코를 풀거나 침을 뱉게 되면 그때마다 보기에도 혐오스러울 정도로 그을음이 섞인 새까만 코나 가래침이 나오게 되는 것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찡그리곤 하였다.   

     

다섯째, 등잔은 조금만 건드려도 방바닥에 넘어진다     

등잔은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나가자빠지기가 일쑤였다. 아무리 조심을 한다 해도 어쩌다 등잔 옆으로 지나가다가 옷자락 또는 손이나 발에 걸리게 되면 등잔이 송두리째 방바닥에 나가자빠지게 된다.      


등잔이 통째로 넘어지게 되면 등장에 담겨 있던 석유까지 모두 방바닥으로 쏟아지면서 불은 꺼지고 방 안이 암흑 세상이 되면서 난장판이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걸레를 찾아 방바닥에 엎질러진 석유를 닦아야 하고 불도 켜야 하는 데 성냥은 얼른 찾을 수 없고 그야말로 어려운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온가족이 등잔불 하나에 바짝 모여 앉아 이마를 맞대로 생활하듯 그런 모습을 보기가 아주 힘든 세상이 되고 말았다. 가족들마다 각기 다른 방에 흩어진 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어쩌다 거실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TV를 시청한다 해도 소파에 드문드문 앉아서 즐기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등잔불을 켜고 살 때는 불편한 점이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왜일까? 비록 그렇게 온 가족이 한 방에 모여 복작거리며 불편하게 살 때가 왠지 자꾸만 그리워지곤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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