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기꾼과 뚝바이꾼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80)]

by 겨울나무

거실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있던 성길 씨가 갑자기 낯을 찡그리며 혼자 투덜거리고 있었다.


”저런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지금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저런 못된 짓을 하고 돌아다니지?“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던 아내가 성길 씨의 목소리를 듣고 무슨 일인가 하고 거실로 나오며 물었다.


”아니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어요?’


텔레비전에서는 지금 한창 소매치기를 하다가 경찰에게 체포된 젊은이 하나가 ① 분주소로 연행되고 있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었다.


”아, 글쎄 요즘에도 저런 ② 따기꾼이 있었나?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요즘엔 어딜 가나 CCTV가 있어서 웬만하면 다 잡힌단 말이야.“

”그러게요. 오죽하면 그랬겠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요즈음은 저런 따기꾼이나 ③ 뚝바이꾼들이 뜸해진 것 같아. 옛날에는 아주 심했잖아.”


“심했고 말고요. 버스를 타고 손을 유리창 밖으로 잠깐 내밀기라도 하면 손목시계나 반지를 눈 깜짝할 사이에 잃어버릴 때도 많았다고 그러더라고요.”


“맞아. 참 무서운 세상이었지. ④들가방 같은 걸 들고 다니다 보면 갑자기 ⑤외발이를 탄 젊은 놈들이 달려와서 순식간에 채가곤 했었지. 그런데 요즘은 당신 말대로 그런 일이 줄어든 것 같아. 언젠가는 잡힐 테니까 말이야.”


“그렇고말고요. 그런 걸 보면 CCTV가 생기는 바람에 얼마나 편안한 세상이 되었는지 몰라요. 웬만한 범죄는 모두 잡아내니까 말이에요.”


아내의 말을 듣고 있던 성길 씨가 이번에는 엉뚱한 말을 꺼내고 있었다.


“여보, 그런데 말이지, 나 요즘 몸이 이상한 것 같아.”


“몸이 이상하다니요?”


⑥ 숨주머니에 이상이 생겼는지 ⑦가담가담 숨을 쉬기도 답답하고 어떤 때는 ⑧ 피돌기가 잘 안 되는지 쥐가 자주 난단 말이야.”


“그래요? 언제부터 그랬는데요?”


⑨간번에도 그러더니 요즘에는 자주 그러더라구."

"그럼 얼른 병원에 한번 가보는 게 좋겠어요. 원인을 알아봐야 할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아무래도 병이 더 커지기 전에 병원에 가서 ⑩검병을 한번 받아보는 게 낫겠지?”

“그렇고말고요. 내일 당장 나하고 같이 가보도록 해요.”


“으음, 아무래도 그래야 되겠어.”


이렇게 대답하고 있는 성길 씨의 표정이 자신도 모르게 어두워지고 있었다. (* )







< 북한말 풀이 >

① 파출소 ② 소매치기 ③ 날치기 ④ 손가방 ⑤ 오토바이

⑥ 허파 ⑦ 가끔 ⑧ 혈액순환 ⑨ 지난번 ⑩ 진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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