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81)]
아침부터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는 갑자기 소나기가 거세게 내리더니 폭우로 변하면서 장대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가 어찌나 굵은지 유리창에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게다가 요란한 천둥소리도 연신 들려오고 있었다.
성길 씨네 가족은 한동안 창가에 서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너무 무서울 정도로 내리자 혜영이가 잔뜩 겁이 난 표정이 되어 소리쳤다.
“우와아~~~ 엄마, 무서워!”
혜영이의 말에 성길 씨가 얼른 대답했다.
“괜찮아, 무섭기는……. 이까짓 걸 가지고 무얼 그러니. 1.거야에는 이보다 얼마나 더 많이 내렸는지 넌 까맣게 모르고 잠잔 잤지?”
성길 씨의 대답에 혜영이가 다시 물었다.
“지금보다 더 많이 내렸다고?"
”아암, 넌 잠에 곯아떨어져서 몰랐던 거지. 마치 하늘이 뚫린 것처럼 2. 무더기비가 내렸다니까.“
”아하, 그랬구나! 아빠, 이러다가 벼락맞는 거 아닐까?“
”절대 그럴 염려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집집마다 3. 벼락촉이 있거든.“
”그래? 난 그런 걸 본 적이 없는데?“
”전에는 집집마다 벼락촉을 뽀족하게 설치해 놓았지만, 요즘은 보이지 않게 설치해 놓았거든.“
”으음, 그래? 아무래도 거짓말 같은걸.“
”뭐야? 내가 4.후라이를 까고 있다니? 너 속고만 살았니? 후라이가 아니란 말이야.“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비는 여전히 그칠 줄 모르고 억세게 내리고 있었다. 아내가 이번에는 얼른 티비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식구들 모두가 티비 앞으로 모여들었다. 티비에서는 앞을 다투어 비가 쏟아지는 광경을 생중계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개천이 무섭게 범람하는 광경, 그리고 시내 자동찻길이 모두 쏟아져 내린 비로 어디가 자동찻길이고 인도인지 분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한동안 티비를 보고 있던 아내가 입을 딱 벌리며 먼저 입을 열었다.
”우와아~~~ 정말 대단하구나, 대단해!“
아내의 말에 이번에는 성길 씨가 엉뚱한 말을 꺼내고 있었다.
”히야아~~ 정말 실감이 나는군. 이런 광경이 5.색텔레비전이니가 이 정도로 실감이 나지 옛날에 6.볼록한 티비 같으면 어림도 없지.“
성실 씨의 말에 아내가 얼른 대답했다.
”그걸 말씀이라고 해요? 그게 벌써 언젯적 얘긴데.“
”글쎄, 그렇다는 거지. 그땐 사실 볼록한 티비도 없어서 감지덕지했던 시절이었지. 안 그래?“
”누가 아니래요. 세월 참 좋아졌죠.“
”아암, 어디 그뿐인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7.열람기만 검색하면 무엇이든지 해결되는 세상인걸.“
”맞아요. 참 좋은 세상이고말고요.“
그때 혜영이가 날씨가 추운지 몸을 바짝 오그리며 두 사람의 사이로 끼어들고 있었다.
”엄마 나 갑자기 추워!“
그러자 성길 씨가 얼른 입을 열었다.
”야, 그렇게 추우면 하다못해 8. 살양말이라도 얼른 꺼내 신으면 될 게 아니니?“
그러자 혜영이가 응석을 부리며 두 사람의 사이를 더욱 파고들며 대답했다.
”싫어, 귀찮아서 그런단 말이야. 난 이렇게 엄마 아빠한테 붙어 있는 게 더 좋단 말이야.“
그러자 아내가 그런 혜영이가 몹시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듯 혜영이를 더욱 꼬옥 껴안으며 입을 열었다.
”으이그, 이런 응석 덩어리!“
비는 여전히 그필 줄 모르고 무섭게 퍼붓고 있었다. (*)
① 지난밤 ② 폭우 ③ 피뢰침 ④ 거짓말 ⑤ 컬러텔레비전
⑥ 브라운관 텔레비전 ⑦ 인터넷 ⑧ 스타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