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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y 11. 2022

화장지가 없던 옛날에는 …

[화장지가 전혀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볼일을 봤을까?]

 1940년대 초,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시골에는 화장지가 전혀 없었다. 그 시절에는 화장지가 아예 나오지를 않았으니 도시에서는 어떻게 지냈는지 자세히 모르겠지만, 당연히 화장지란 이름조차 없었다. 화장지는커녕 종이도 귀해서  구경조차 하기가 어려웠다.  

     

그럼 뒷간에서 볼일을 보고 난 뒤에 뒤처리는 어떻게 하였을까?     


 그때는 지금의 화장실을 누구나 뒷간으로 통했기 때문에 화장실이란 이름조차 몰랐다.


 그래서 누구나 뒷간이라는 이름에 익숙했으며 어느 집이나 뒷간에 으레 볏짚을 한 단씩 상비해 두었다. 그리고 볼일을 보고 난 뒤에는 볏짚에서 뻣뻣한 부분은 버리고 부드러운 부분만을 잘 골라 훑어내서 뒤처리를 하였다.  

    

그러나 밑을 닦는 일에도 사람마다 성질이나 개성의 특징이 다르게 나타났다. 그러기에 어떤 사람들은 볏짚의 부드러운 부분을 쓰지 않고 오히려 뻣뻣한 부분을 골라 접어서 뾰족하게 나온 부분으로 거기를 닦아야 오히려 개운한 맛이 난다며 그렇게 뒤처리를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또 어느 집에서는 화장지 대신 뒷간 한쪽에 새끼줄을 매달아 놓기도 하였다. 우리 집에서는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새끼줄을 매달아 놓은 집에서는 대변을 보고 난 뒤에 새끼줄을 다리 사이에 대고 문지르는 방법으로 항문을 닦기도 하였다.     

새끼줄을 사용할 경우 새끼줄을 자주 바꾸어 놓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문지르던 새끼줄을 다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지금 생각하면 매우 미개하고도 비위생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변을 보고 난 뒤에 사용한 짚이나 새끼줄은 뒷간 뒤쪽에 거름을 하기 위해 쌓아놓은 잿더미가 쌓인 곳으로 던져놓으면 그 모두가 재와 섞여 저절로 썩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중에 곡식을 기르는 거름으로 요긴하게 쓰였던 것이다.      


대변 뒤처리용으로 볏짚만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여름이나 가을철에 옥수수가 익은 뒤에는 옥수수를 따다가 겉껍질을 벗겨내야 한다. 그때 부드러운 옥수수겉껍질을 모아 두었다가 화장지 대용으로 쓰기도 하였다.  

   

또한 옥수수를 다 먹은 다음에는 딱딱한 부분 즉 하모니카 모양으로 된 속을 잘 보관해 두었다가 밑을 닦기도 하였다. 


그밖에도 호박잎을 따서 모아 두었다가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밑을 닦을 때 자칫 손가락에 힘을 주다가 실수로 호박잎이 뚫어지는 바람에 손가락에 변이 묻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럼 밖에 나갔다가, 혹은 들판이나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갑자기 대변을 보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였을까?     


봄이나 여름철에는 나뭇잎이나 풀잎을 뜯어서 사용하였으며 가을 이후에는 가랑잎이나 마른 잔디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고급 중의 최고급 화장지인 종이


한국 전쟁 이후에는 가끔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신문지를 구경할 수가 있었다. 어쩌다 운이 좋아 구하게 된 신문지는 주로 화장지로 쓰이기도 하였다. 그때까지 대변을 본 뒤에 짚으로만 해결을 해오던 사람들에게는 고급 중의 최고급 화장지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그렇게 귀하게 생긴 신문지나 종이는 애연가들에게는 잎담배를 말아서 필 때에도 요긴하게 쓰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비료푸대도 황토색깔의 누런 종이로 된 것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비료를 사용한 뒤에 잘 아껴두었다가 주로 대변을 보고 난 후에 화장지로 쓰였다.  

    

일찍이 두루마리 화장지를 처음으로 사용한 나라는 미국이며 그때가 1857년 경이라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약 160여 년 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화장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1970년대에서 80년대 초까지도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신문지나 종이만 보면 소중하게 모아 두었다가 대변을 볼 때 사용하게 되었는데 그 뒤부터 두루마리 화장지가 처음 선을 보였다고 한다.  

    

요즈음에는 두루마리 화장지도 여러 종류가 생산되고 있다. 두꺼운 화장지, 부드러운 화장지, 그리고 향내가 나는 화장지 등 그 종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니 옛날 사람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단 하루라도 화장지가 없으면 살 수 없을만큼 소중한 존재가 된 화장지, 이 글을 통해 옛날 사람들의 불편했던 생활을 잠시나마 상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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