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는 말이 고와야…

[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69)]

by 겨울나무

♣ 지혜자의 입의 말은 은혜로우나 우매자의 입술은 자기를 삼키나니.

< 구약성서 >

♣ 말은 짧으면서도 의미심장하게 쓰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한찬동안 조용히 있다가 요소를 찌르는 말을 해야 한다.

<플루타아크 영웅전 >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 우리나라 속담 >


♣ 좋은 말은 선행의 일종이지만 그러나 결코 말이 행위는 아닌 것이다.

< W. 셰익스피어 >







옛날에 박상길이라는 나이가 지긋한 백정이 장바닥에서 푸줏간을 경영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의 푸줏간으로 두 사람의 양반이 고기를 사러 찾아왔다.

한 양반이 먼저 박상길에게 고기를 주문했다.

"얘, 상길아, 고기 한 근만 다오!”


“예, 알겠습니다.”


박상길은 곧 솜씨 좋게 칼로 얼른 고기를 베어서 주었다.

그다음에는 함께 온 다른 양반이 고기 한 근을 주문하게 되었다. 푸줏간을 하는 박상길은 비록 천한 신분이긴 하지만 나이가 든 사람이어서 말을 함부로 놓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공손한 말로 주문하게 되었다.


"여보게 박 서방, 나한테도 고기 한 근만 잘라 주시게나.”


“예, 드리고 말고요. 감사합니다.”

기분이 좋아진 박상길이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욱 굽신거리며 고기 한 근을 자르더니 공손히 내놓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똑같은 한 근이지만 처음에 산 양반이 가만히 살펴보니 자신이 받은 고기보다 갑절이나 더 커 보였다.


이에 은근히 화가 난 처음 양반이 거친 목소리로 박상길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야, 이놈아! 똑같은 한 근인데, 어째서 이 사람 것은 크고 내것은 작게 잘랐느냐?”

그러자, 박상길이 유들유들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하 예, 그거요? 손님 고기는 박상길이가 자른 것이고, 이 어른 고기는 박서방이 잘랐거든요. 허허…….”

“…….”


먼젓번 양반은 화가 났지만, 얼굴이 벌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


< 우리나라 민담 중에서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