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나무 Aug 02. 2022

모내기와 논에 김매기(3)

[논에 김매기]

* 논에 비료 주기      


소의 힘을 빌어 논을 쟁기로 갈아 엎고 써레질을 하기가 무섭게 바로 논바닥을 돌아다니며 비료를 주게 된다. 비료를 주는 것도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뿌려주곤 하였는데 비료를 주는 일은 주로 논의 주인이었다.      


비료의 종류는 잘 알 수 없지만, 그 당시에는 주로 푸대에 담긴 요소 비료가 아니면 복합비료(배합비료)를 사다가 뿌려주곤 하였다. 또 부지런한 사람들은 논을 갈기 전에 산에 가서 생나뭇잎을 낫으로 베어다 논에 드문드문 뿌렸다가 갈아엎기도 하였다. 그만큼 생나뭇잎이 거름에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복합비료는 말 그대로 벼의 생성을 돕기 위해서는 비료의 성분인 질소 인산 칼륨이 있다. 그중에 두 가지 이상을 섞어서 만든 비료로 검정색과 흰색이 섞인 알갱이로 되어 있으며, 요소 비료는 질소 성분이 46% 이상 섞인 비료로 백색의 작은 알갱이로 된 비료였다.    

  

논에 비료를 주는 방법은 일일이 삼태기나 넓은 자배기 모양으로 생긴 플라스틱 그릇이나 통을 이용하였다. 비료를 그런 통이나 그릇에 지고 다닐 만큼 쏟아 끈으로 어깨에 고정해서 둘러맨 다음 논바닥으로 다니며 골고루 뿌려준 다음에 모를 내곤 하였다.      


병충해 예방      

  

벼에 병충해 예방을 위해 약을 주는 일 역시 비료를 주는 일만큼 중요한 일의 하나였다. 내 어린 시절에는 주로 벼 도열병이 심했던 것 같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 모를 내고 길렀지만 일단 벼가 병에 감염되면 소출이 눈에 띄게 줄어버리기 때문이다.      

 

벼 도열병은 벼의 마디 자체가 벌겋게 변하며 결국은 잎의 색깔까지 모두 불에 빨갛게 그을려 버린 듯 변하며 죽어가기 때문이다.       


벼 도열병 외에도 잎집무늬마름병, 흰잎마름병 등 많은 병에 걸리기도 한다. 이런 병들은 모두 기후와 물의 양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논에 충분이 물이 있어야 할 때 물이 부족하거나 여름에 긴 장마로 인해 일조량이 부족할 때, 폭염이 너무 여러 날 지속될 때에도 갖가지 병이 발생하곤 한다. 그러기에 농부들은 많은 품과 자본을 들여 모를 내놓은 다음에도 마치 어린애 보살피듯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논에 김매기       


모를 낸 다음에 모가 어느 정도 자라 뿌리를 박고 꼿꼿하게 서게 되면 김매기를 서둘러야 한다.      


논에 김매기는 부지런한 농가에서는 3회, 그렇지 못한 농가에서는 2회로 마감을 하곤 한다. 이때 첫 번째로 김을 매는 것을 애벌매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논에 김을 매는 목적은 첫째 벼와 벼 사이에 무성하게 난 잡초를 제거해 주는 일이지만 그보다는 벼의 뿌리가 사방으로 벋어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일이 더욱 중요하기도 하다.   

   

벼의 뿌리가 너무 사방으로 벋어나가게 되면 벼의 생육에 큰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애벌매기를 할 때는 일꾼들이 일렬로 줄을 맞추어 나가며 벼포기가 쓰러지건 말건 사정없이 벼의 포기와 포기 사이를 힘을 주어 호미로 갈아엎어 주곤 한다. 그리고 크게 자란 잡초는 호미로 파서 건져낸 다음 논두렁으로 던져버리곤 한다.      


일꾼들이 애벌매기를 할 때는 그 뒤를 아이들이 한 줄로 서서 쫓아다니며 일꾼들이 호미로 쓰러뜨린 모를 일으켜 세우는 일을 하기도 한다.   

   

애벌매기를 한 다음에 어느 정도 모가 자라고 잡초가 다시 생겼다 하면 두 번째 김매기를 하게 된다. 이때에도 호미로 벼와 벼 포기 사이를 공기가 잘 통하도록 파내게 된다. 


두 번째 김매기를 끝낸 다음 어느 정도 다시 시기가 지나면 세 번째 김매기를 하게 되는데 이때는 호미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그동안 다시 자란 잡초만 훑어내는 정도로 끝을 맺게 된다.      


곁두리(새참


논에 김을 맬 때 역시 논이 많은 집에서는 대부분 두레를 이용하기도 한다. 많은 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매기를 할 때 역시 논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고생을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고생을 하는 것이 아낙네들이다.      


그 많은 일꾼들이 먹어야 할 점심을 준비는 물론이지만, 아침과 점심 사이, 그리고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간이 새참(곁두리)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 들판까지 그 많은 일꾼들의 밥을 가마솥에 해서 시간에 맞추어 머리에 이거나 여러 명이 같이 손에 들고 가야 함은 물론이다.      


어디 그뿐인가.


 일꾼들이 마실 물과 반찬, 그리고 막걸리 같은 술과 안주 등, 모든 것을 시간에 맞추어 준비하여 운반하기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경운기나 자동차도 없다. 순전히 사람의 머리와 등, 그리고 손에 들고 운반해야 한다. 그러기에 논에 김을 매는 날 역시 모를 내는 날 못지 않게 마을의 매우 분주하면서도 큰 행사가 아닐 수 없었다.   

요즈음은 언제 논을 갈아엎고 써레질을 했는지, 그리고 언제 논의 김을 맸는지 도무지 그런 모습들을 전혀 볼 수 없다. 그 모든 일을 농기계가 삽시간에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모내기와 김을 매는 집에 가서 가마솥 밑에 누른 먹음직하고 고소하기 그지없던 누룽지의 맛! 그런 맛을 보는 일 역시 이제는 먼 옛날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모내기와 논에 김매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