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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 어진 부인

[묵상하며 깊이 생각해 보기(101)]

by 겨울나무

옛날 사대부 집안에 천성이 매우 어질고 도량이 깊은 부인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이 집에 귀한 손님이 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부인은 서둘러 하인을 부르더니 저자거리에 가서 고기 한 근을 사오라는 명을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 조금 뒤 하인이 사온 고기를 가만히 살펴보니 빛깔도 이상했지만, 냄새를 맡아보니 상한 냄새가 나지를 않는가. 분명히 상한 고기임에 틀림없었다.


부인은 곧 하인을 불러 묻게 되었다.


“네가 조금 전에 고기를 사 온 푸줏간에 고기가 얼마나 남아있더냐?"


“예, 굉장히 많이 쌓여 있었사옵니다, 마님.”


“그래? 그렇다면 잠깐만 기다리고 있거라.”


부인은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급한 일이 있을 때 쓰기 위해 비상금으로 간직해 두었던 돈을 모두 꺼내더니 이내 밖으로 나왔다.


“너 이 돈을 가지고 가서 그 남아 있다는 고기를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사 오너라. 그리고 너 혼자서는 무거워서 들고 오기 어려울 테니 두어 명을 더 데리고 가거라.”

“마님, 그 많은 고기를 사다가 무얼 하시려고요?”


“그런 건 네가 걱정할 바가 아니다. 군소리 말고 어서 다녀오너라.”


“예, 알겠습니다.”

하인은 곧 다른 하인 두어 명을 더 데리고 저자거리 푸줏간으로 가서 거의 한 짐이 넘는 고기를 낑낑 매면서 사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자 부인이 다시 명령했다.

“수고들 했다. 지금부터 마당 한구석에 구덩이를 깊이 파고 그 고기들을 모두 파묻도록 하여라!”


하인들은 어리둥절하여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고기맛을 좀 보게 될 줄 알았는데 너무 아깝다는 듯 다시 묻게 되었다.

“마님, 이 아까운 고기를 왜 먹지 않고 모두 파묻으라고 하시는지요?”


“그 고기는 상했기 때문에 먹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


“……?”


하인들은 다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되었다.

“그, 그렇다면 썩은 고기인 줄 아시면서 왜 많은 고기를 사 오도록 하셨는지요?”


그러자 부인이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만일 다른 사람들이 그 고기를 모르고 사서 먹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리고 고기 장수 역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할 텐데 그 많은 고기를 버리게 되면 얼마나 손해를 볼 것이며 상심 또한 얼마나 크겠느냐, 그래서 차라리 내가 모두 사서 땅에 묻으라고 하는 것이니라.”


< 대동기문 권3 >







✱ 나무는 큰 나무 덕을 못 보지만, 사람은 큰 사람의 덕을 본다.

< 한국 속담 >


✱ 물이 깊어야 고기가 모인다.

< 한국 속담 >


✱ 부처님 공양 말고 배고픈 사람 밥을 먹여라( 부처님에게 공양을 하는 것은 부처님에게 아첨하여 자신의 이익을 꾀하기 위함이지만, 남에게 어진 일을 하여 덕을 쌓으면 복이 저절로 온다는 뜻)

< 한국 속담 >

✱ 덕은 경의(敬意)를 지배한다.

< 영국 속담 >

✱ 덕은 힘을 정복한다.

< 영국 속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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