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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Sep 18. 2022

'금(禁)줄' 이야기

[옛날에는 아기를 낳을 때 어떻게 하였을까?]

남자 꼬마 아이 두 명이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마치기(구슬치기)를 하기 위해 장소를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집 앞을 지나가다가 꼬마 하나가 문득 걸음을 멈추면서 소리쳤다.         
“야, 저길 좀 봐! 복동이 엄마가 또 아기를 낳았나 봐.”     
“뭐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에이 바보, 저기 대문에 새끼줄로 금줄을 쳐놓았잖아. 넌 그걸 보고도  아직도 모르겠니?”     
아닌 게 아니라 복돌이네 대문에는 새끼줄로 된 금줄이 가로질러 매달려 있었다.       
“아하! 아기를 낳으면 저런 줄을 쳐놓는 거라고?”     
“그래, 그렇다니까. 그런데 말이야. 복돌이 엄마가 이번에도 또 아들을 낳았나 봐.”     
그 말에 다른 친구가 다시 물었다.      
“아들을 낳은 거라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야, 저길 좀 보란 말이야. 새끼줄에 고추와 솔가지가 번갈아 가며 매달려 있잖아. 고추를 매달면 아들을 낳은 거고, 숯을 매달면 딸이란 말이야. 그리고 저렇게 대문에 쳐놓은 줄을 금줄이라고 하기도 하고 인줄이라고도 한단 말이야, 이제 알아들었니?”     
“으음, 그렇구나!“    

 





꼬마들의 대화는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요즈음에는 그런 풍습이 사라져서 여간해서는 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아기를 낳으면 어느 집이나 어김없이 대문에 금줄을 매달아 놓곤 하였다.      


아들을 낳았을 때는 새끼줄에 빨갛게 익은 고추와 솔가지를 번갈아 가며 드무드문 매달았다. 그리고 딸을 낳으면 새끼줄에 솔가지와 숯을 번갈아 꽂아 매달았다. 그리고 새끼줄은 어른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높이에 양쪽 대문을 가로질러 매달아 놓곤 하였다.    

 

금줄을 매달아 놓게 되는 것은 말 그대로 그 집 출입을 금지한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아기를 출산한 집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드나들게 되면 부정을 타게 되기도 하고 또한 잡귀의 침범을 미리 막고 예방하기 위해 쳐놓는 이 금줄은 일종의 민간 신앙이었던 것이다.     

  

또한, 아기를 출산한 집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드나들게 되면 산모나 아기가 불의의 화를 입을 수도 있다고 철저히 믿었기 때문이다.   

금줄을 매달게 되는 기간은 대부분 21일간(3.7)이었다. 다시 말해서 21일간은 아무리 친한 이웃이라고 해도, 그리고 가까운 친척이라 해도  그 집을 드나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누구나 21일 되기 전에는 아무리 아기가 보고 싶다고 해도 그 집 출입을 삼가곤 하였다.    

 

요즈음에는 집에 있다가도 출산을 하게 되면 누구나 으레 산부인과에 가서 출산을 하곤 하지만, 산부인과가 아예 없던 옛날에는 누구나 집에서 아기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집에서 어떻게 아기를 낳았을까?     


아기를 낳기 위해서는 어느 집이나 삼신할머니를 절대적으로 믿었다. 삼신할머니가 이기를 점지해 주고 또한 아기가 태어난 뒤에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삼신할머니가 도와준다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었다.  

    

삼신할머니를 모시는 방법으로는 윗목이나 이랫목에 쌀을 담아놓은 바가지 위에 창호지를 덮어서 잘 모셔놓곤 하였다.      


그리고 출산이 시작되면 산파나 조산원을 불러 도움을 청했다. 산파나 조산원은 대부분 일정한 교육을 받은 뒤에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부르기가 어려울 때는 그 지방이나 마을에서 아기를 받아본 경험이 풍부한 많은 산파를 불러서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산부인과 병원이 생겼을 때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산부인과 의사가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뭐어? 남자 의사가 아기를 받는다고? 난 아기를 안 낳으면 안 낳았지 남자 의사한테는 절대로 안 갈 거야.“     


에구, 살다 보니까 별 망측한 소리도 다 듣겠네. 난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남자 의사한테 가서는 아기를 안 낳을 거야.“     


산부인과가 생기자 아기를 낳을 여성들은 질겁을 하며 거부반응을 일으키곤 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점차 산부인과의 인기는 높아지게 되었다. 과거에는 집에서 아기를 낳다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산부인과에 가서 출산을 하면 그만큼 안전하다는 인식이 점차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가끔 방송 드라마에서 아기를 낳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아기를 낳을 때 산모들 모두가 누운 자세로 아기를 낳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오래전, 조선 시대 때는 아기를 낳을 때 산모의 두 팔을 끈으로 묶은 다음 천정에 매달아 놓고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낳기도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조선 시대 때 결혼한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무는 그 무엇보다도 아기를 낳는 일이 첫 번째였다. 특히 아들을 낳아야만 조상에 대한 후손의 도리를 다한다고 생각하여 아들을 못 낳을 경우, 시집에서 쫓겨나는 일도 빈번하였다.     


그토록 아들을 중시했기 때문에 딸만 낳고 더 이상 아들이 생기지 않을 때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 즉, 이른바 씨받이라도 불러 아들을 낳기도 하였던 것이다.      


☘ 금줄의 종류와 용도     


금줄은 주로 출산을 했을 때 이를 알리고 출입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로 쓰였으나 출산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이기도 하였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출산을 했을 때 새끼줄에 고추와 숯, 그리고 솔가지를 꽂아서 남자와 여자의 출산을 알리고 잡귀의 침범을 예방하기도 하였지만, 지방에 따라서는 금줄의 형태가 다소 다르기도 하였다.      


더 자세히 말해서 해안지방에서는 새끼줄에 마른 미역이나 다시마를 꽂아놓는가 하면 어느 지방에서는 동그랗고 길게 생긴 조약돌을 두세 개 꽂아놓기도 하였다. 또 칼을 꽂아놓는 곳도 있었다.       


금줄은 주로 아기를 낳았을 때 대문 앞에 걸어놓곤 하였지만, 그 밖에도 많은 용도로 쓰이기도 하였다.  

    

마을에 무서운 전염병이 돌 때에도 동구 밖 길을 가로질러 금줄로 막아놓기도 하였다. 그렇게 하여 다른 동네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게 함은 물론 마을 사람들도 함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간장을 담글 때에도 간장 항아리에 금줄을 동여매기도 하였다. 간장의 잡맛을 없애고 되도록 간장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누군가가 병을 앓고 있을 때 성황당 같은 곳에 가서 곳을 하면서 성황당 나무나 돌에 금줄을 매달기도 하였다. 이 역시 잡귀를 쫓기 위한 방법이었다.    

  

어쨌든 금줄은 부정을 막기 위해 대문이나 길 어귀, 그리고 성황당 같은 곳에서 많이 쓰였다. 그리고 아기를 낳을 때만 고추와 숯을 사용하고 그 밖에는 새끼줄에 하얀 창호지 자른 것을 매달거나 백지를 주렁주렁 매달곤 하였다.      


금줄을 사용하고 난 뒤에는 금줄을 걷어서 모아놓고 깨끗이 태우기도 하였고, 울타리 같은 곳에 그대로 널어놓고 금줄이 다 없어질 때까지 햇볕에 말리기도 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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