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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21. 2020

(45)  굴비(屈非)

  예로부터 우리 나라에서는 영광 굴비가 가장 유명하게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 ‘굴비’란 말은 역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사연이 그 속에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듯 합니다.  


   고려 인종 때의 일입니다. 그때 문신인 이자겸은 왕이 되겠다는 각오로 한때 난을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일으킨 난은 불행하게도 미수로 끝이 나고 맙니다. 그리고 이 소문을 알게 된 조정에서는 곧 이자겸을 붙잡아 전남에 있는 영광 법성포로 귀양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자겸은 귀양살이를 하면서 그곳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영광 굴비를 자주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굴비의 맛이 어찌나 좋은지 그 와중에도 이 굴비를 왕에게 선물로 바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자겸은 혹시 이 선물을 받은 왕이 자신의 죄를 감면받기 위한 아부적인 행위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하께 이 ‘굴비’를 바치옵니다‘ 라는 글을 써서 함께 부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이 말린 조기를 ’굴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도 혹시 맛좋은 굴비가 식탁 위에 올라왔다면 그냥 맛을 보기만 하고 넘어가기보다는 한 번쯤은 이 굴비에 담긴 깊은 사연을 되새겨 보는 것도 매우 뜻이 있는 일이 아닐까요? 


   ‘굴비’(屈非)‘는 말린 조기를 말하며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비겁하게 굽히지 않는다’

    라는 뜻입니다.  


------- * -----------

             

     <예  문>     


      * 영광 굴비는 임금께 진상할 정도로 그 맛이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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