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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우리말(29)

[혼동하기 쉬운 맞춤법]

by 겨울나무

◆ ‘여부(與否)’의 남용


★ 의문이나 추측을 나타내는 어미가 붙은 '~인지', ‘~는지' '~할지' 등을 사용한 문장 뒤에는 '여부'를 쓰지 않는 것이 맞는다.


다음 문장을 살펴보기로 하자.


- 안정을 해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검찰에서는 선거법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하였다.


- 체포동의안이 높은 가결로 이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위 세 문장 모두가 한결같이 '~인지', ’~는지’ ‘~할지' 등이 쓰인 문장이다. 그러므로 '여부'는 모두 사족(蛇足)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여부'라는 말을 빼고 사용하는 것이 맞는 표기라 하겠다.


반대어의 대칭으로 구성된 한자어는 그 자체가 여(興)와 부(否)에 해당하는 개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부'를 넣으면 어색한 문장이 된다.


다음의 문장을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 문장들의 공통점은 여부 앞에 이미 여부에 관한 한자어의 뜻이 담겨있으므로 ’여부‘라는 말을 넣지 않고 빼고 써야 어색하지 않은 문장이 될 수 있다.


< 예 문 >


- 검찰은 통화 내용의 진위(眞僞) 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혔다(진위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 자신감이 성패(成敗)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 이번 성적에 따라 그의 진퇴(進退) 여부가 결정된다 (진퇴 여부가 결정된다)


- 아직도 가족의 생사(生死)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 각 부처의 이해(利害) 여부에 따라 입장이 각기 다르다 (이해에 따라 입장이 각기 다르다)


- 논술이 당락 여부를 결정한다(당락을 결정한다)


- 선수들은 승패(勝敗) 여부를 떠나 최선을 다했다(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했다)


'명사+성(性)'으로 구성돼 성질이나 경향을 나타내는 단어'그러하냐' '아니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도 ’여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다음 예문을 살펴보기로 하자.


< 예 문 >


- 대북 정책의 적실성 여부를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적실성을 냉철하게…)


- 영상 파일 공유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적법성을 놓고…)


- 인간 복제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는 청문회가 열렸다 (타당성을 검증하는…)


- 인터넷 시장의 사업성 여부를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사업성을 놓고 …)


- 면접이 합격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쓰인다 (가능성을 판단하는…)


빠르기를 나타내는 '속도' 역시 ’여부' 와는 잘 어울리지 않으므로 ‘여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 예 문 >


- 주가의 본격 상승은 실물 경기의 회복 속도 여부에 달려있다(속도에 달려있다)



◆ '혈혈단신(孑孑單身)'과 '홀홀단신'


우리들은 외롭게 쓸쓸히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컬을 때 흔히 ‘홀홀단신이란 말을 자주 쓰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홀홀단신’이란 맞지 않는 말이다. ‘홀홀’이란 작은 새 따위가 잇따라 가볍게 날개를 치며 나는 모양이나 낙엽이 팔랑거리며 떨어질 때 쓰이는 부사어이다.


그러므로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홀몸’이란 뜻이 담겨 있는 ‘혈혈단신(孑孑單身)’이란 말을 써야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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