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모자 가게와 단골손님

by 겨울나무

여러 가지 종류의 모자만을 진열해 놓고 파는 큰 가게가 있었습니다.


이 가게는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게에 근무하는 종업원만 해도 열댓 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가게에서 팔고 있는 모자의 종류 또한 그 수효가 어마어마하였습니다.


멋쟁이 아가씨들이 즐겨 쓸 수 있는 예쁘고 아름다운 모자를 비롯하여 등산 모자, 운동 모자, 신사 모자, 노인들이 쓰는 중절 모자, 아기들의 모자. 어린이 모자. 차양이 넓고 시원한 여름 모자, 겨울에 쓰는 방한 모자 등…….


또한, 이 가게에는 영화배우, 텔런트, 가수, 패션 모델, 예술가.일반인 등 매일 하루에도 수천 명이나 되는 손님들이 드나들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주인이나 종업원들은 어쩌다 한두 번 들렀던 손님은 아예 기억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가게에 언제부터인가 정말 특별한 손님 하나가 나타나서 가게 주인은 물론 종업원들에게까지 아주 유명해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손님은 양복을 항상 말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신사였습니다.


젊은 신사가 이 가게에 단골로 드나들게 된 것은 약 1년 전부터의 일이었습니다.

그 신사가 특히 가게 주인과 종업원들에게 눈길을 끌어 유명하게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여느 손님들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1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짐없이 1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멋쟁이 여성들이 쓰는 예쁜 모자를 사가곤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젊은 신사는 가게에 올 때마다 판에 박은 듯 늘 똑같은 말로 모자를 사곤 하였습니다.


”요즈음 젊은 여성들이 즐겨 쓸만한 모자가 새로 나왔습니까? 아주 멋쟁이들 쓰는 그런 모자 말입니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종업원이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수다를 떨며 안내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있고 말고요. 자, 여기 진열된 모자들이 모두 요즈음에 유행하는 멋진 모자들입니다. 참 누가 쓰실 건데요?“

”네, 우리 집사람이 쓸 겁니다.“

”아, 그러세요. 외출할 때 쓰실 겁니까, 아니면 무대에서 쓰실 겁니까? 왜 부인께서 직접 와서 골르시지 않고…….“


”네, 집사람은 요즘 너무 바빠서 좀처럼 나올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외출할 때 쓸 수 있는 멋진 모자 하나만 추천해 주십시오.“


”아하! 그렇게 바쁘시다면 아주 유명하신 분인가 봐요.”

“아닙니다. 그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그런 건 더 이상 묻지 말고 어서 모자나 골라 주세요.”


젊은 신사는 자꾸만 꼬치꼬치 묻는 아가씨가 약간 귀찮다는 표정이 되어 대답하였습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호호호…….“


신사는 종업원이 골라 준 모자를 받아들더니 조용히 가게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젊은 산사는 그 뒤로도 1주일에 한 번씩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해서 멋쟁이들이 쓰는 여성의 모자를 사가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젊은 신사가 또 다시 가게에 나타나자 이번에는 궁금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듯 가게 주인이 슬며시 다가가며 물었습니다.


”손님, 부인을 몹시 사랑하시나 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아무리 유행이 자주 바뀐다 해도 1주일에 한 번씩 바뀌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먼저 사가신 모자가 많으실 텐데 그걸 번갈아 쓰시다가 유행하는 모자가 새로 나오면 그때 다시 사가시는 것은 어떠실는지요?“


가게 주인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젊은 신사는 빙그레 웃는 얼굴로 딱 잘라 대답하였습니다.


”아아, 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집사람은 워낙에 새 모자만을 좋아하는 이상한 습관 때문에 제아무리 멋진 모자라 해도 일주일만 쓰면 절대로 다시 쓰지를 않는답니다.“


가게 주인은 하도 기가 막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새 모자를 좋아하는 멋쟁이라 해도 그렇게 비싼 모자를 단 일주일만 쓰고 버린다는 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아내를 사랑한다고 해도 한편으로는 그런 아내를 둔 신사가 좀 안 됐다는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욱 가게 주인의 마음을 흔든 것은, 솔직히 같은 여자로서 그토록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는 젊은 신사를 남편으로 둔 아내가 은근히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어쨌든 젊은이는 그 날도 누가 뭐라고 지껄이든 말든 어김없이 모자 하나를 사들고는 부리나케 가게문 밖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가게 주인은 저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쯧쯧쯧……. 정성이 하늘 끝까지 뻗쳤구나, 뻗쳤어. 정말 대단한 부부라니까.“


그렇게 다시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젊은 신사의 발걸음이 아무 소식도 없이 몇 주일째 딱 끊어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종업원 하나가 출근을 하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가게 주인을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사장님, 요즘 젊은 신사분이 우리 가게에 왜 안 오시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가게 주인이 미처 대꾸할 사이도 없이 종업원이 다시 신나게 떠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린 그동안 그분의 부인이 우린 굉장한 멋쟁이일 거라고 생각했었잖아요?”

“응, 그랬었지, 그래서?"

”그런데 그분의 부인은 약 1년 전부터 머리에 온통 심한 부스럼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지 뭐예요.“


”그래서?"

“뭐가 그래서에요. 부인의 머리가 온통 부스럼이 범벅으로 붙어서 모자를 쓰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1주일 동안 썼던 모자는 머리가 너무 지저분하고 고약한 냄새가 나서 어쩔 수 없이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거에요. 그런 것도 모르고 우린 유명한 연예인이나 예술가라도 되는 줄 알고 깜빡 속았지 뭐예요. 호호…….”


“그런데 왜 요즈음엔 안 오는 거지?“

”이젠 모자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병이 다 나았으니까 한 오지 왜 안 오겠어요.”

“그걸 미스 김이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기는요. 우리 오빠가 마침 피부과 병원을 하고 있거든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더니 어제 오빠한테 우연히 들렀다가 그 젊은 신사와 아내를 직접 제 눈으로 보게 됐지 뭐예요.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어찌나 민망했던지 워언…….”


“아하. 그랬었구나!”


가게 주인은 그제야 젊은 신사가 가게에 발을 끊게 된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되어습니다.


‘정말 두 사람은 이 세상에 그 누구보다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행복한 부부였음은 틀림없었군!’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주인의 눈은 아까보다 더 부러움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점점 빛나고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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