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울보 내 동생

by 겨울나무

약 보름 전까지만 해도 민수는 친구들 앞에서 동생 자랑을 하기에 입에 침이 마를 정도였습니다.


한동안 동생이 없이 지내다가 오랜만에 동생을 갖게 된 기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민수는 틈만 나면 동네방네로 쏘다니며 동생 자랑을 하기에 바빴습니다.


동네 길에서 우연히 형일이 엄마를 만났습니다.


형일이는 여자 동생이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민수를 만나기만 하면 기분이 상할 정도로 동생 자랑을 늘어놓곤 하던 친구였습니다.


"아줌마, 내 동생 보셨죠?"

"아암, 보구말구.“

"그럼, 형일이 동생 선희보다 예뻐요. 안 예뻐요?"

"글쎄다. 내가 보기에는 네 동생이 우리 선회보다 훨씬 더 예뻐 보이던 걸. 호호호…….”


형일이 엄마는 그런 민수가 밉지 않다는 듯, 민수의 두 뺨을 살짝 꼬집어 주면서 대답했습니다.

형일이 엄마의 대답에 민수는 더욱 신바람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거 정말이죠? 분명히 선희보다 훨씬 더 예쁘게 생겼죠?"

“아암, 그렇다니까. 그런데 왜 나만 만나면 자꾸만 그걸 물어보고 있지?”


형일이 엄마는 민수의 속마음을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짓궂게 되물었습니다.


“으음, 그건 말이죠. 형일이가 내 동생보다 선희가 더 예쁘다고 자꾸만 우기니까 그렇죠.”


민수가 이번에는 신바람이 나서 친구들이 모여 놀고 있는 놀이터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찰 정도로 허둥지둥 달려갔습니다.

어느새 놀이터 가까이 달려온 민수의 눈에, 저 멀리 공터에서 친구들이 모여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얘들아, 너희들 잠깐만!”


민수가 소리치는 바람에, 재미있게 놀고 있던 친구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어리둥절해서 민수를 바라봅니다.


“저 자식, 보나마나 또 제 동생 자랑하려고 저러는 걸 거야.”


형일이가 못마땅하다는 투로 투덜거렸습니다.

요즈음 민수와 형일이는 어쩌다 서로 만나기만 하면 제 동생이 더 예쁘다고 우기며 말다툼을 자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나나 다를까, 형일이의 말은 족집게였습니다.


“야, 너희들 말이지 선희가 예쁘니 내 동생이 더 예쁘니? 어디 솔직하게 말해 봐. ”


민수의 느닷없는 물음에 친구들은 어안이 없어서 입을 벌린 채 한동안 아무 대꾸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형일이가 이번에도 지지 않고 친구들을 둘러보며 다짐하듯 조급하게 물었습니다.


“그래, 좋아. 너희들 눈이 제대로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 봐. 누가 더 예쁜지 말이야.”


형일이가 조금 화가 난듯한 목소리로 묻는 바람에, 친구들은 이번에도 우물쭈물하고 대답이 없었습니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망설여졌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조금 뒤에 민수가 자신이 있다는 듯 형일이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나 말이지. 조금 전에 너희 엄마를 만났단 말이야. 알았어?“

"그래서?"

"그런데 너희 엄마도 내 동생이 네 동생보다 더 예쁘다고 했단 말이야,“

"피이, 거짓말하지 마.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


형일이의 두 눈이 금방 화등잔만큼이나 커졌습니다.


"내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당장 너희 엄마한테 가서 물어 보란 말이야.”

"좋아, 알았어.“


크게 화가 난 형일이는 식식거리며 그 길로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형일이가 울상이 된 얼굴로 집으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민수는 기분이 이만저만 좋아진 게 아닙니다.


그러나 민수와 형일이의 말다툼은 그 뒤로도 좀처럼 멈추지를 않고 날마다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토록 동생 자랑을 하며 예뻐하던 민수의 마음이 어떻게 된 일인지 요즈음에 와서 싹 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동생이 예쁘고 귀엽기는커녕 여간 귀찮아진 게 아니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동생이 없는 게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민수가 갑자기 동생을 귀찮고 싫어하게 된 것은 바로 동생의 못된 울음 버릇 때문이었습니다.

남에는 옹알옹알하며 생글생글 웃기도 하고 귀엽게 재롱을 부리는 동생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럽던 동생이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동생이 약 보름 전부터는 하필이면 식구들이 모두 단잠이 들기가 무섭게 잠에서 깨어나 우는 버릇이 생긴 것입니다. 마치 알람처럼 매일 밤 열두 시만 되면 어김없이 숨이 넘어갈 정도로, 그것도 한두 시간씩 자지러질 정도로 우는 바람에 식구들 모두가 피곤하고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으앙, 으아아앙-----“


어느 날, 잠에서 깬 아빠가 마침내 몹시 짜증이 난 목소리로 투덜거렸습니다.


”아니, 혹시 얘가 귀신한테 홀린 거 아니야? 왜 날마다 꼭 열두 시만 되면 저 모양이냔 말이야!“


엄마는 마치 큰 죄나 저지른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여전히 아기를 재우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참다못한 민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투덜거렸습니다.


"엄마! 나 이제 동생 같은 건 없어도 좋으니까 당장 내다 버려, 응?”


민수의 말에 엄마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언짢아진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 뭐라구? 동생을 버리라니! 진작에 갖다 버려졌을 아이는 바로 너였다구!“

”뭐어? 그건 왜?“


민수는 여전히 화가 난 목소리로 눈이 둥그렇게 되어 되물었습니다.


”너도 민지만 했을 때는 이보다 더 오랫동안 악을 악을 쓰면서 울어댔단 말이야. 누가 그 오빠에 그 동생이 아니랄까 봐 밤중에 우는 것까지 닮아가고 있으니, 쯧쯧쯧…….”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민수는 갑자기 부끄러운 마음에 그 다음에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다시 푸념하듯 입을 열었습니다.


“너희 외가에는 이렇게 사납게 자란 식구들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던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아무래도 너희 아빠 내력인 모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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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웬 화살이 갑자기 나한테로 날아오는 거야? 사람도 차암…….”


엄마의 말에 아빠가 겸연쩍은 듯 슬그머니 돌아눕더니 갑자기 몰래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아마 엄마의 말이 맞았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엄마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어렸을 때 유난히 잘 울던 아이가 커서 노래를 잘 부른다던데 혹시 누가 아니? 이 집안에 유명한 가수가 하나 나와서 돈방석에 올라앉게 될지…….”

“으하하……. 당신 말이 맞아요.”


아빠가 갑자기 크게 소리내어 웃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맞아. 그럼 내 동생이 지금 이 다음에 가수가 되려고 미리 연습하는 거 아니야?”


민수도 덩달아 아빠를 따라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비록 시끄럽긴 했지만, 민지의 울음 소리, 그리고 아빠와 민수의 웃음소리가 한데 어울려 고운 하모니가 되어 고요했던 밤공기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졸고 있던 수많은 별들도 그 소리에 잠이 깨더니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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