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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Feb 29. 2020

소년의 꿈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에는 아담하게 생긴 집 한 채가 있었다. 


그 집에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가며 꿈많은 소년이 살고 있었다.     

 

소년은 늘 틈만 나면 밖에 나와 들판 건너 저 멀리 언덕 위에 있는 집 한 채를 멀거니 바라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고 말았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디.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아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는 그 하얀 집은 언제 보나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아침뿐만이 아니었다. 저녀마다 붉은 노을 빛에 물이 들어 황금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그 집이 보면 볼수록 그렇게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아아, 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집에서 잠시라도 살아보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저 집에 비하면 우리 집은 이게 뭐야? 너무 허술하잖아.”     


소년은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언젠가는 꼭 한 번 그 집을 구경하고야 말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많은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소년은 마침내 길을 떠나게 되었다.      

오랫동안 꿈에도 그리던 그 아름다운 집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하얀 집은 보기보다는 꽤나 먼 거리에 있었다. 들판을 건너고 벌써 산을 몇 개나 넘고 언덕을 오르고 또 올랐지만 하얀 집은 그렇게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니 이럴 수가! 세상에 이런 집이 있었다니?“     


오랜 세월을 두고 꿈처럼 그리던 그 집, 마침내 가까이에서 그 집을 보게 된 소년은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저 아래 들판에서 바라볼 때는 그처럼 아름답게 보이던 그림 같은 집이었는데 막상 가까이 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허술하면서도 볼품없는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크게 실망한 소년은 그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이번에는 자신도 모르게 들판 아래를 바라보게 되었다.    

    

"아! 저기 저건 또 웬 집이지?“     


그때, 문득 저녁노을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반짝이면 하얀 집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집 한 채가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니 그것은 바로 현재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집이었단 것이다. 


"우와-, 우리 집이다! 우리 집이 훨씬 더 아름답고 멋지잖아!”     


소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크게 소리했다. 그리고는 활짝 밝아진 얼굴로 다시  집을 향해 신바람이 나서 힘껏 달려가기 시작했다.     

      

속담에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이 있다. 또한 ’행복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소망하고 갈망하는 행복에 대해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 바 있다.      



'행복을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것에서 발견하려고 생각하지 마라. 현재의 생활과 미래의 생활 그 어느 것에 있어서나 자기 자신 이외의 것에서 행복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어리석고 잘못된 사람이다. 오늘의 불행을 겁낼 때 당신은 이미 불행한 사람인 것이다.      

불행을 가진 자는 영구히 블행을 겁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잘 되겠다고 노력하는 그 이상으로 잘 사는 방법은 없으며, 잘되어 간다고 느끼는 그 이상으로 큰 만족은 없다.

이것은 내가 오늘까지 살아오면서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행복의 비결이며, 그것이 진정 행복이라는 것은 내 양심을 걸고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자나깨나 어려서부터 늘 연덕 위의 하얀 집을 동경해 왔던 소년은 다행히도 뒤늦게나마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게 된 것은 그야말로 다행이며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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