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들판 한가운데에는 아담하게 생긴 집 한 채가 있었다.
그 집에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가며 꿈많은 소년이 살고 있었다.
소년은 늘 틈만 나면 밖에 나와 들판 건너 저 멀리 언덕 위에 있는 집 한 채를 멀거니 바라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고 말았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디.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아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반짝이고 있는 그 하얀 집은 언제 보나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아침뿐만이 아니었다. 저녀마다 붉은 노을 빛에 물이 들어 황금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그 집이 보면 볼수록 그렇게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소년은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언젠가는 꼭 한 번 그 집을 구경하고야 말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많은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소년은 마침내 길을 떠나게 되었다.
오랫동안 꿈에도 그리던 그 아름다운 집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하얀 집은 보기보다는 꽤나 먼 거리에 있었다. 들판을 건너고 벌써 산을 몇 개나 넘고 언덕을 오르고 또 올랐지만 하얀 집은 그렇게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을 두고 꿈처럼 그리던 그 집, 마침내 가까이에서 그 집을 보게 된 소년은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저 아래 들판에서 바라볼 때는 그처럼 아름답게 보이던 그림 같은 집이었는데 막상 가까이 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허술하면서도 볼품없는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크게 실망한 소년은 그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이번에는 자신도 모르게 들판 아래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때, 문득 저녁노을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반짝이면 하얀 집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집 한 채가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니 그것은 바로 현재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집이었단 것이다.
소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크게 소리했다. 그리고는 활짝 밝아진 얼굴로 다시 집을 향해 신바람이 나서 힘껏 달려가기 시작했다.
속담에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이 있다. 또한 ’행복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러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소망하고 갈망하는 행복에 대해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 바 있다.
자나깨나 어려서부터 늘 연덕 위의 하얀 집을 동경해 왔던 소년은 다행히도 뒤늦게나마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게 된 것은 그야말로 다행이며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