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재미있는 동화도 읽고, 맞춤법도 익히고]
첫째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첫눈에 보기에도 아주 남자답게 잘 생긴 아이를 데리고 고실로 들어섰습니다.
"자, 오늘부터 여러분과 같이 지낼 친구를 소개하겠어요.”
선생님의 간단한 소개가 끝나자, 남자아이는 조금도 망설이는 기색이 없이 아주 씩씩하고 밝은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김중수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중수는 자신의 소개와 함께 누가 묻지도 않은 아빠의 자랑까지 늘어놓았습니다. 아빠는 현재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라고 제법 어깨에 힘까지 주며 소개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중수의 옷차림은 하나같이 유명 상표가 붙은 고급스러워보였습니다.
"우와! 아빠가 사장님이래, 정말 부럽다 부러워!“
소개가 끝나자 반 아이들 모두가 몹시 부럽다는 듯, 입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치이, 우리 아빤 아직 과장도 아닌 쫄짜라던데."
"우와! 정말 얼짱이다. 우리 반에서 가장 잘 생긴 영준이 같은 건 저리 가란 걸.“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한창 소란을 떨며 한마디씩 지껄이고 있었지만, 민지는 아무 말 없이 새로 전학을 온 중수의 얼굴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늠름하게 잘 생겨서 그런지 어딘지 모르게 민지의 첫눈에 쏙 들었기 때문입니다.
중수가 전학을 온 지도 그럭저럭 한 달이 지났습니다.
중수는 공부는 물론 축구나 달리기 등 어느 것 하나 못하는 게 없었습니다. 아빠가 사장님이었지만 전혀 거만스러운 내색도 하지 않았고 마음씨 또한 착했습니다. 그래서 누구한테나 인기가 그만이었습니다.
영준이는 그런 종수가 차츰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공연히 억울하기도 하고 은근히 속이 상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쳇,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낸다더니, 어디서 그런 놈이 갑자기 굴러 들어와 가지고……."
중수가 전학을 오기 전까지만 해도 영준이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영준이 역시 잘 생기기도 했지만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하루아침에 중수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았다는 서운한 마음에 그렇게 속이 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욱 속이 상하게 된 것은 바로 민지 때문이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준이와 민지는 반에서 사이가 가장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닙니다. 어쩌다 민지와 종수가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그렇게 서운하고 화가 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첫째 시간이 시작되기 전부터 교실이 온통 술렁이고 있었습니다. 뜻밖어도 종수가 결석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어? 중수가 결석을 하다니, 이게 도대체 웬( * ) 일이지?“
"그러게 말이야.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교에 잘 나오던 중수인데 보나마나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게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곧 첫째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선생님이 오늘따라 조금 어두워진 얼굴로 교실로 들어섰습니다.
"중수가 어제저녁 때 사고를 당했대요. 그래서 며칠 동안은 학교에 못 나오게 될 것 같아요."
갑작스런 소식에 아이들의 눈이 모두 화등잔처럼 커다랗게 되고 말았습니다.
"선생님, 중수가 무슨 사고를 당했는데요?“
"어딜 얼마나 다쳤대요?"
아이들이 저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어 묻자 선생님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중수가 어제 오후에 짐을 가득 싣고 엄마가 끄는 리어카를 뒤에서 밀다가 그만 리어카와 함께 언덕 밑으로 굴러버리는 바람에 중수가 다쳤대요."
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아이들의 눈이 아까보다 더 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빠가 사장님이라고 큰소리를 쳤던 중수입니다. 그런데 엄마가 끄는 리어카를 밀어주다가 다쳤다니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네에? 중수 엄마가 리어카를 끌다니요?"
"중수네는 워낙 가정살림이 넉넉지 않아서 종수 엄마가 살림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폐지나 빈 병 등을 열심히 모으고 계신대요.“
아이들은 모두 말문이 막혀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
"……?“
아이들이 모두 궁금해하자 선생님의 설명은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중수는 그동안 매일 엄마가 하시는 일을 도와드리고 있었대요. 그리고 어제도 그 일을 돕다가 그만 그런 사고를 당한 거래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수는 다리와 팔을 좀 다쳤는데 당분간 치료를 받으면 곧 나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아이들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듣게 된 영준이는 속으로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민지의 마음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속으로 은근히 신바람이 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영준이가 몹시 궁금했는지 선생님을 향해 큰 소리로 물었습니다.
"선생님, 그럼 중수 아빠가 사장님이라는 건 순 뻥이었나요?“
"뻥이라니요.중수 아빠는 어느 빌딩 앞에서 손님들의 구두를 닦아 주는 일을 하고 계시대요. 그리고 열쇠나 가방도 수리해 주고 도장도 파는 손재주가 아주 뛰어난 분이래요. 그러니까 사장님이란 말은 거짓말이 아닌 거죠."
"……?“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또다시 어리둥절해진 채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날, 학교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이었습니다.
어느 틈에 민지의 뒤를 따라온 영준이가 민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민지야, 이제 보니까 중수 그 자식 순 거짓말쟁이였어. 그치?"
"거짓말쟁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아빠가 구두를 닦고 있다던데 무슨 대단한 회사의 사장님이나 되는 것처럼 우리들을 감쪽같이 속였잖아?“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맞장구를 칠 줄 알았던 민지의 대답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속이다니? 어쨌든 중수 아빠가 사장님인 것은 사실이잖아.“
혹시나 하고 큰 기대를 가지고 민지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했던 영준이는 그만 맥이 쭉 빠지고 말았습니다.
"쳇, 구두닦이가 무슨 사장님이니? 그럼 이따가 너도 중수한테 문병 갈 거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니? 그럼 넌 안 갈 생각이었어?"
”……!“
영준이는 그만 말문이 막혀서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민지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중수는 비록 집안 사정은 좋지 않지만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항상 밝고 씩씩하게 지내고 있잖아. 난 그런 아이들이 정말 듬직하고 마음에 들더라."
”……!“
영준이는 더 이상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 * )
'왜인지'가 줄어든 말로서 '왜 그런지 모르게', '무슨 까닭인지'와 바꾸어 쓸 수 있는 말.
예) 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찌 된', '어떠한의 뜻을 가진 관형사, 관형사는 조사도 불지 않고 어미 활용도 하지 않는다.
예) '이게 웬 떡이냐?. '웬 알이 그렇게 많아.‘
<참고> ’어찌된‘, '어떤’과 바꾸어 쓸 수 있을 경우에는 '웬‘을, 무슨 까닭인지로 바꾸어 쓸 수 있을 경우 에는 '왠지를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