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와 동생

[창작동화 -재미있는 동화도 읽고, 맞춤법도 익히고]

by 겨울나무

이른 아침부터 갑자기 집 안이 온통 시끌벅쩍해졌습니다.


“쯧쯧쯧, 오죽 힘이 들면 네가 이 야단이겠니. 고통스러운 것은 잘 알겠다만 금방 괜찮아질 테니 조금만 더 참고 견디어 주렴.”

할머니가 축 늘어져 있는 엄마 곁을 빙빙 돌며 안절부절을 못하며 엄마를 댤래주고 있습니다.


엄마는 남산만큼이나 불쑥 나온 배를 움켜잡은 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가끔 비명을 자릅니다.


제법 추운 날씨인데도 이를 꽉 깨물고 있는 엄마의 이마에는 연신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아빠도 그런 엄마를 부축한 채, 어찌할 바를 몰라 덩달아 허둥거리며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마침내 아빠가 엄마를 부축해서 간신히 차에 태우더니 급히 시동을 걸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할머니가 민구를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쳤습니다.

"민구야, 곧 돌아올 테니까 그동안 집 잘 보고 있어야 한다"


“응 알았어, 얏호, 신난다!”


차가 저만큼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던 민구가 갑자기 신바람이 나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아파서 쩔쩔 매고 있는데도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길로 곧 놀이터를 향해 단숨에 달려갔습니다.

놀이터에는 마침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고 있는 친구들 대여섯 명이 어울러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얘들아, 우리 엄마 방금 전에 병원으로 갔단 말이야.”

민구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소리치자 친구들이 놀란 얼굴로 민구의 곁으로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너희 엄마가 갑자기 병원 가다니, 어디가 아픈 건데?”


“그게 아니라니까.”


그렇지만, 민구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오히려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대꾸하였습니다. 친구들은 더욱 궁금해져서 견딜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너네 엄마 어디 다치시기라도 한 거니?"


”후후후……, 그런 게 아니래두 자꾸만 묻고 있네.“


민구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싱글벙글 웃으면서 대답하였습니다.


”넌 지금 니네 엄마가 병원에 갔다면서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고 웃고 있는 거냐구? 너 혹시 바보 아니니?“


”야,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사실은 말이지, 우리 엄마가 내 동생을 낳기 위해 병원에 간 거란 말이야. 이제 알아들었냐, 이 멍청이들아, 후후훗…….“


”에이, 난 또 무슨 일인가 하고 깜짝 놀랐잖아.“


”에이, 그러게 말이야. 그까짓 일을 가지고 괜히 놀라게 하고 이 야단이야.“


"……."

민구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지금까지 괜히 속았다는 듯 실망의 빛이 가득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아닌데 괜히 속았다는 듯 다시 제각기 놀이 기구가 있는 곳으로 우르르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민구는 지금 친구들이 아무리 바보 취급을 해도 조금도 서운한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동생이 생긴다는 생각에 기분이 이토록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민구는 그동안 동생이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다가 조금 늦기는 했지만, 새로 동생이 생긴다는 걸 생각하니 마치 하늘을 날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틀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마침내 병원으로 갔던 식구들이 아기를 안고 모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 틈에 소식을 듣고 온 외할머니도 함께 있었습니다. 모든 식구가 하나같이 실글벙글 환한 얼굴로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표정들입니다.


"민구야, 어서 이리 와서 네 동생 좀 보렴, 네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예쁜 공주님이란다. 어떠니? 정말 예쁘지?“


할머니가 포근한 포대기에 싸인 아기의 얼굴을 보여 주기 위해 포대기를 조금 들추어 보였습니다.


민구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아기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봅니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깊은 잠이 들어 있는 아기의 모습이 그렇게 귀엽고 예쁠 수 없었습니다.


민구는 문득 동생이 얼른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먼 훗날, 동생의 손을 꼭 잡고 같이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자 마음은 또다시 커다란 풍선이 되어 하늘 높이 둥둥 날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민구가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마냥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토록 착하고 순하기만 하던 민구의 성격이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거칠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엄마 곁에 누워 있는 동생을 보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안방에 드나들던 민구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동생이 누워 있는 방에는 발걸음조차 뚝 끊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제 방에만 꾹 틀어박혀 있다가 가끔 공책이며 책 그리고 크레파스며 필통을 함부로 내동댕이치는 못된 버릇까지 생긴 것입니다.


”어머님, 민구가 또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 같은데 어쩌면 좋아요?“

민구의 방에서 또다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는 소리에 엄마가 놀란 얼굴이 되어 소리쳤습니다.

”후후훗,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으니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있으렴. 저러다 언젠가는 맘이 풀리게 마련이란다. 누구나 동생을 보게 되면 저렇게 시샘을 심하게 하는 아이들이 있단다. 모르긴 해도 보나마나 식구들의 사랑을 동생한테 모두 다 빼앗기고 말았다는 서운함 때문에 속이 상해서 그러는 게 아니겠니?“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죠? 저대로 언제까지나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일이고…….“


”어떡하기는……. 앞으로는 민구에게 동생보다 더 많은 사랑을 베풀고 있다는 주고 한다는 생각을 하게끔 노력을 해보렴.“

할머니와 엄마가 안방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민구는 여전히 심통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다시 놀이터로 뛰쳐나가고 말았습니다.


민구가 심통이 잔뜩 난 얼굴로 갑자기 놀이터로 달려오자 친구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우르르 모여들었습니다.


”민구야, 너 오늘은 또 왜 울상이니?"

민구는 친구들에게 그동안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 모두 못마땅하게 여겨졌던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하소연이라도 하듯 자세히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친구들이 갑자기 킥킥 소리내어 웃으면서 한 마디씩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히히힛, 그랬구나. 너만 그런 줄 알았니? 사실은 나도 그랬었거든.”


“맞아, 오죽하면 나도 동생이 하도 미워서 갖다 버리라고 했다가 얼마나 야단을 맞았다고.”

"맞아, 맞아, 나도 그랬다니까. 이 바보야, 알아들었어? 하하하…….“

한동안 친구들의 이야기를 이리둥절해서 듣고 있던 민구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도로 집을 향해 힘껏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래, 친구들 말이 맞는단 말이야.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거야, 지금은 동생이 너무 어려서 나한테 신경쓸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걸 거야. 얼른 집에 가서 오늘은 내 동생의 얼굴에 뽀뽀를 해 주어야지, 푸하핫!‘


이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 민구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맑게 갰던 하늘에서는 어느새 햇솜처럼 탐스럽게 생긴 눈송이가 소리없이 내려 쌓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민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눈송이가 몹시 대견스럽다는 듯 민구의 머리와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고 있었습니다. ( * )






<우리말 익히기>

'개인 날'과 '갠 날’


‘개인’은 ‘갠’의 잘못 쓰인 말이다. 기본형이 ‘개이다’가 아니라 '개다' 이므로 '개어/갠' 등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렇듯 기본형에 '이가 들어가 잘못 쓰이고 있는 말이 꽤나 많다.


예를 들자면, 설레이는/ 설레는, 목이메이다/목이 메다. 헤매이는 발길/헤매는 발길, 살을 에이는/살을 에는 등이다.


<참고> '어떤 개인 날은 시적 언어로서는 감칠맛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표기에 어긋난 잘못 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