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오른 고슴도치

[창작동화 -재미있는 동화도 읽고, 맞춤법도 익히고]

by 겨울나무

6월로 들어서자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한여름처럼 무더워지고 있습니다.


해님은 오늘도 온 세상을 뜨거운 열기로 달구더니( * ) 어느새 서산 너머로 넘어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어이구 잘 잤다. 해가 벌써 이렇게 됐나?"


온종일 산속 시원한 그늘 밑에서 낮잠을 즐기던 고슴도치가 기지개를 활짝 펴면서 일어났습니다.


”심심한데 오늘 저녁에는 슬슬 마을로 내려가 볼까나!“


고슴도치는 이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고슴도치로 태어난 게 그렇게 행복하고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밤송이에 붙은 가시보다 더 날카롭고 강한 털로 온몸을 감싸고 태어난 게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털 덕분에 아무리 덩치가 크고 사나운 짐승들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뒤, 고슴도치가 산에서 내려온 곳은 한적한 시골의 외딴집 마당이었습니다.


”아니 저게 도대체 웬 녀석이지?“


마침 집을 보고 있던 개가 고슴도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느닷없이 마당에 나타나서 천전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눈이 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흡사 둥그런 공이 굴러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밤송이가 굴러다니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고슴도치를 보게 된 개는 코를 벌름거리며 고슴도치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그러나 개가 다가오고 있어도 고슴도치는 조금도 겁을 내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걷고 있는 게 아니라 굴러다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개가 다가오는 걸 눈치챈 고슴도치는 곧 자신의 몸을 바짝 오그리더니 마치 밤송이처럼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개가 냄새를 맡아 보기 위해 코를 킁킁거리며 고슴도치의 털에 코를 바짝 갖다 댔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코를 너무 가까이 대는 바람에 코를 심하게 찔리고 말았습니다.


"깨갱, 깨개갱~~~.“


개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심하게 흔들었습니다.


개의 콧잔등 여기저기에서는 금방 빨간 핏방울이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덩치가 몹시 크고 사나운 개였지만 비명을 지르며 곧 꽁무니를 빼고 말았습니다.


"흐흐흐……. 그거참 깨소금 맛이다. 내가 누군데 어딜 감히 겁도 없이 함부로 덤벼들어?“


고슴도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더니 이번에는 저 앞에 닭장이 있는 곳으로 엉금엉금 걸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닭장 안에는 열 마리도 훨씬 넘는 어미 닭들이 모여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습니다.


”꼬꼬댁, 꼭꼭, 꼬꼬댁, 꼭꼭~~~.“


고슴도치가 다가오는 걸 본 닭들은 미리부터 겁을 먹고 이리 저리 도망을 다니기에 바빴습니다. 바로 조금 전, 그처럼 사나운 개도 혼쭐이 나서 도망을 가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슴도치는 더욱 의기양양해서 닭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꼬꼬댁, 꼭꼭~~~ 꼬꼬댁, 꼭꼭~~.”


닭들은 마침내 혼비백산하여 이리 뛰고 저리 도망을 치면서 비명을 지르고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슴도치는 여전히 짓궂게 닭들을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ㅣ조용하던 닭장 안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히히히……. 덩치들만 컸지 이제 보니 더럽게 겁도 많은 녀석들이로군!“


닭들이 겁을 먹고 쩔쩔매는 모습을 본 고슴도치는 몹시 재미가 났습니다. 코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고슴도치는 닭들이 먹다 남긴 모이들을 배불리 먹어 치우고 말았습니다. 거만스럽고도 여유만만한 태도로 닭장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당 한쪽 구석에 있는 돼지우리로 다다갔습니다.


"아니 이게 웬 녀석이지? 그놈 참 맛있게도 생겼군! 꿀꿀꿀…….”


워낙에 먹성이 좋은 돼지는 고슴도치를 보자 그렇지 않아도 시장하던 김에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몹시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고슴도치를 한입에 집어 삼켜버릴 생각으로 입을 크게 벌리더니 고슴도치의 몸에 입을 댔습니다.


“꽤액, 꽤애애액…….”


그러나 그 순간 돼지 역시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못이겨 머리를 계속 흔들고 있었습니다. 돼지의 주둥이에서는 어느새 새빨간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흥, 네가 감히 나를 잡아먹어보겠다고? 어림도 없지. 미련한 돼지 같으니라구.”


고슴도치는 돼지가 고통에 못이겨 쩔쩔 매는 모습을 보자 그렇게 재미있고 신바람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제 세상이었습니다.


“자, 이번에는 저기 황소한테 슬슬 가 볼까나.”


고슴도치가 이번에는 저쪽 마당가 그늘 밑에서 한가롭게 앉아 쉬고 있는 황소를 향해 발길을 옮겨놓고 있었습니다.


황소는 고슴도치가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눈만 껌벅거리며 말멀뚱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겁이 좀 났는지 크고 육중한 몸을 슬그머니 일으키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흥, 아무리 힘센 황소라지만 너도 별 수 없이 겁이 나는 모양이구나!”


고슴도치는 코웃음을 치면서 황소의 주위를 슬슬 맴돌기 시작하였습니다. 황소는 마치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고슴도치를 피해 계속 이리저리 맴을 돌고 있었습니다.


고슴도치는 여전히 끈질기게 황소의 주변을 계속 느린 걸음걸이로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그렇게 쫓겨다니며 시간을 보내던 황소가 더이상 귀찮아 못살겠다는 듯 고슴도치를 피해 아예 외면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나, 고슴도치는 여전히 겁도 없이 황소의 뒷발 바로 밑에서 얼쩡거리며 황소를 귀찮게 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황소가 갑자기 뒷발에 힘껏 힘을 주더니 고슴도치를 향해 점잖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을 봤나. 어디 한번 내 뒷발 맛좀 보렴.“


황소는 갑자기 온 힘을 다해 힘껏 뒷발질을 하였습니다.


순간, 황소의 뒷발에 심하게 차인 고슴도치가 공중을 향해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찌나 세게 찼는지 고슴도치는 마치 홈런을 친 야구공처럼 하늘 높이 까마득하게 날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숨을 죽이며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짐승 모두가 속이 시원하다는 듯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맨 먼저 신바람이 나서 소리를 지른 것은 닭장 안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닭들이었습니다.


”우와아! 과연 우리 황소님이 최고라니까. 꼬꼬댁, 꼭꼭…….”


“고거 참, 깨소금 맛이다! 꿀꿀꿀…….”


돼지도 속이 다 시원하다는 듯 덩달아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황소 형님, 만세! 만세!”


개도 신바람이 나서 만세를 부르며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고슴도치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지금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는 고슴도치는 겁이 좀 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고슴도치는 오래전부터 꼭 이루고 싶었던 한 가지 소원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고슴도치였습니다.


그런데 죽기 전에 꼭 한 번이라도 하늘을 높이 올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그 소원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하늘 높이 날고 있는 고슴도치는 지금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꿈을 이루었기에 당장 죽어도 한이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잠시 뒤, 어느 정도 하늘 높이 날아올랐던 고슴도치는 다시 무서운 속도로 땅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고, 이제 난 죽었다! 고슴도치 살려 줘요! 고슴도치 살려 줘요!”


고슴도치는 마침내 두 눈을 꼭 같은 채 연신 살려 달라고 소리소리 지르고 있었습니다. 고슴도치는 외딴집 앞 텃밭을 향해 쏜살같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텃밭에서는 싱싱하고 큼직한 오이들이 항창 주렁주렁 매달린 채 먹음직스럽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휘리리릭~~~ 퍽!”


마침내 오이밭에 떨어진 고슴도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감았던 눈을 떴습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고슴도치는 어리둥절하였습니다. 별 수 없이 꼭 죽을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죽지 않고 살아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고슴도치는 다행히도 마침 텃밭에서 큼직하게 잘 자라고 있던 오이를 향해 떨어졌기 때문에 다행히 목숨은 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떨어질 때 고슴도치의 등에 달린 날카로운 가시에 오이가 박힌 채 나뒹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히야, 이 오이 덕분에 이렇게 다시 살아나다니! 게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이렇게 크고 먹음직스러운 오이까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얻게 되었고, 오늘 저녁 끼니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그러고 보니 내가 오늘은 운이 아주 좋은 날이로군! 헤헤헤…….”


한껏 기분이 좋아진 고슴도치는 다시 마당이 있는 곳을 향해 슬슬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등에 박혀 있는 큼직한 오이를 짊어진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스러운 표정으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숨을 죽이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짐승들이 너도나도 눈이 휘둥그렇게 되어 한 마디씩 수군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니 저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누가 아니래. 저렇게 무서운 놈은 보다보다 처음 본다니까!“


그러나 고슴도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등에 오이를 짊어진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뒷산을 향해 어슬렁어슬렁 느린 걸음으로 다시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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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익히기 >


※ ‘~ 든’ 과 ‘~ 던’

* 지난 일을 나타내는 어미는 '~던으로 적고, 사물이나 어떤 내용을 나타낼 때는 ‘~ 든’으로 적는다


<쓰임의 예>


‘~ 든’

* 배든지 사과든지 아무거나 가지고 오너라 (사물의 경우)

* 가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하렴.(상황의 경우)


‘ ~ 던’

* 몹시 춥더라. 깊던 물이 얕아졌다.

* 그렇게 좋던가? 그 사람 참 잘 하던데

* 그때 얼마나 놀랐던지 말이 다 안 나온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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