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오빠는 오빠야

by 겨울나무

수만이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다시 윤희네 집으로 쪼르르 달려왔습니다.


수만이를 보자 그렇지 않아도 눈이 큰 윤희의 눈이 더욱 둥그렇게 커지면서 물었습니다.


"어엉? 너 금방 또 왜 온 거야?"


바로 조금 전에도 윤희와 같이 놀이터에서 미끄럼도 타고, 시소도 타면서 재미있게 같이 놀다가 헤어진 수만이였습니다. 그런데 그새를 못 참고 다시 윤희네 집으로 달려온 것입니다.


"왜? 또 오면 안 돼?“


수만이가 조금은 민망한 듯 윤희의 눈치를 살피면서 뒤통수를 긁고 있습니다.


”누가 안 된댔어? 금방 또 만났으니까 그러는 거지,“


윤희는 조금도 싫지 않다는 듯, 약간 눈을 흘기며 대답했습니다.


사실 수만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틈만 나면 윤희한테 달려오곤 합니다. 어떤 때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루 종일 윤희와 같이 어울려 논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둘이는 여느 때처럼 장난감 놀이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도 부르면서 시간가는 줄을 모릅니다. 마치 친남매보다 더 사이 좋게 놀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윤희야, 너 앞으로는 내 말을 더 잘 들어야 해. 알았지?“


한동안 곧잘 놀고 있던 수만이의 입에서 갑자기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뭐라구?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내가 오빠니까 그러는 거지.”


“치이, 웃기고 있네. 같이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네가 왜 오빠니?”

“그건 그렇지만 넌 나보다 생일이 늦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내가 오빠지 안 그래?”


“치이, 생일만 빠르면 단가? 나보다 키도 작으면서…….”

"이게 정말! 너 정말 내 말 안 들을 거야?“


키가 작다는 말에 화가 난 수만이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러고는 곧 두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다른 거라면 몰라도 키가 작다는 말만큼은 참을 수가 없는 수만이었습니다.


"흥, 날 때리려고? 어디 때리려면 때려 봐.”


윤희도 지지 않고 벌떡 일어섰습니다. 허리에 두 손까지 짚고 뒷짐을 진채, 수만이를 무섭게 노려보며 소리쳤습니다.


"어디 한번 때려 봐! 왜 못 때리냐구?"

"으이구, 이걸 그냥 주먹이 아깝다. 주먹이 아까워."


윤희가 무섭게 대드는 바람에 수만이는 저도 모르게 윤희의 어깨를 툭 치고 말았습니다.


"아아앙~~~ 이제부턴 너하구 안 놀 거란 말이야. 가아! 어서 가지 못해! 아아앙~~~“


윤희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안 놀아도 좋아. 나도 더 이상 너하고는 친구 안 할 거야.”


윤희가 울자 수만이는 그만 더럭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 길로 도망치듯 집으로 뺑소니를 치고 말았습니다.

윤희는 생각할수록 수만이한테 맞은 것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맞은 것이 아파서 그런 게 아닙니다. 수만이가 때렸다는 게 더 서러웠습니다.


윤희는 방바닥에 주저앉은 채 아까보다 더 크게 소리내어 울고 있었습니다.


윤희가 그렇게 울고 있을 때, 그때 마침 시장에 갔던 엄마가 돌아왔습니다.


"윤희야, 왜 그러나? 너 수만이하고 또 싸운 모양이구나?“


엄마 품에 안긴 윤희는 여전히 서럽게 울면서 그동안에 벌어졌던 이야기를 자세히 털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엄마의 입에서는 뜻밖에도 엉뚱한 대답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호호호……. 난 또 뭐라고. 수만이보다 생일이 늦은 건 맞잖아. 그러니까 오빠라고 불러주지 그랬니? 그럼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 아니니. 호호호….“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엄마만큼은 윤희의 편이 되어 줄줄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바보처럼 계속 웃고만 있었습니다.


”싫어! 난 그래도 오빠라고 부르기 싫단 말이야!“

”싫다니 그게 무슨 소리니? 네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수만이가 오빠는 오빠라니까. 호호호…….“

"치이, 나보다 키도 작은데 그게 무슨 오빠야?”

“아무리 키가 작아도 오빠는 오빤 걸 어쩌겠니. 친오빠는 아니지만 말이야. 호호호…….“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살며시 방문이 열리는가 했더니 어느 틈에 왔는지 집으로 돌아갔던 수만이가 다시 들어섰습니다. 마치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머뭇거리며 윤희를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윤희야, 아깐 정말 미안했어, 다신 안 그럴게,“


"너, 우리 집에 또 왜 온 거야? 꼴도 보기 싫으니까 어서 가란 말이야.”


윤희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수만이가 몹시 민망해진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 엄마가 야단치면서 당장 너한테 사과하고 오랬어. 그리고 이거 너한테 주고 오랬어,“


수만이는 등 뒤에 감추고 있던 손을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윤희가 좋아하는 쵸컬릿이었습니다.

윤희의 입가에는 거짓말처럼 어느새 가느다란 미소가 번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저도 모르게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아니야. 괜찮아. 우리 엄마가 말이지, 너한테 오빠라고 불러도 된대. 헤헤헤…….“


윤희가 웃는 바람에 지금까지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수만이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습니다.

그리고는 윤희의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이번에는 윤희 엄마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호호호…….“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옆에서 두 아이의 눈치를 보고 있던 윤희 엄마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든 듯 다시 큰소리로 웃고 있었습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좀처럼 알 수 없다는 듯 두 아이도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서로 마주보며 환한 열굴로 웃고 있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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