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영민이는 동네 앞 공터로 나와서 세발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있습니다.
영민이 혼자 타는 게 아닙니다. 할머니는 뒤에서 밀고 영민이는 열심히 페달을 밟으면서 공터를 빙빙 돌고 있습니다.
”얼레리 꼴레리, 누구, 누우군, 바보래요. 누구, 누우군 애기래요!“
한창 신이 나서 자전거를 타고 있던 영민이는 얼른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놀리고 있는 것은 영민이와 같은 반인 윤희의 목소리였습니다. 윤희는 영민이가 세 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걸 볼 때마다 그렇게 놀려대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재수 없게 또 걸린 것입니다.
윤희는 영민이와 조금 떨어진 공터 저쪽에서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신나게 빙빙 돌면서 영민이를 놀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저게 또 까불고 있어, 야! 그까짓 거 나두 탈 수 있단 말이야!“
영민이는 부끄러운 마음에 금방 얼굴이 벌겋게 되면서 화가 나서 소리질렀습니다. 두 발 자전거를 아직 배우지 못해 창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그거 좀 보라는 듯 할머니도 덩달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으이구, 이 녀석이 친구가 놀리면 창피한 줄 알아야지, 왜 화를 내고 그래. 다 큰 녀석이 만날 세 발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까 친구들이 놀리는 건 당연하잖아?"
“치이, 할머닌 모르면 가만히 있어. 저까짓 거 나도 탈 수 있단 말이야.”
“그래? 그럼 너도 저런 걸 탈 일이지 왜 자꾸 할머니 등골만 빼려고 이 야단이니?”
영민이는 할머니의 말에 더 이상 아무 대꾸를 할 수 없었습니다. 아직 두 발 자전거를 탈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화가 난 얼굴로 씨근덕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었습니다.
“끼이이익~~~”
어느 틈에 윤희가 영민이 가까이 무서운 속력으로 달려오더니 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멈춰섰습니다.
"영민아, 너 정말 이 자전거 탈 수 있다고? 거짓말이었지?“
”…….“
윤희가 묻는 말에 더럭 겁이 난 영민이는 우물쭈물하면서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윤희가 다시 다그치며 물었습니다.
"네가 아까 그랬잖아? 두 발 자전거 탈 수 있다고?”
”…….“
영민이는 이번에도 못마땅한 표정으로 윤희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 뿐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겁이 났기 때문입니다.
사실 며칠 전에도 큰마음 먹고 두 발 자전거를 배우려다가 심하게 넘어져서 그만 크게 다친 적이 있던 영민이었습니다.
그 뒤부터는 두 발 자전거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겁이 나는 영민이였습니다.
한동안 우물쭈물하고 있던 영민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윤희에게 대들 듯이 소리쳤습니다.
"그래! 너만 탈 줄 아는 모양인데 나두 탈 수 있다. 왜?“
”헤헤, 거짓말 마. 그럼 당장 내가 보는 앞에서 타 보란 말이야.“
윤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제가 타던 자전거를 영민이에게 선뜻 내주며 다그쳤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곁에서 아무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할머니도 한마디 거들고 나왔습니다.
”아, 이 녀석아, 큰소리를 땅땅 치더니 왜 우물쭈물하고 있는 게야?“
영민이는 이제 더 이상 피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숨을 크게 들이킨 다음 윤희가 내준 자전거의 핸들을 덥썩 잡았습니다.
”그래, 좋아. 이까짓 거 타라면 타지 내가 못탈 줄 알아?“
영민이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곧 두 발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는 될 대로 되라는 듯 페달을 힘껏 밟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영민이가 생각해 봐도 정말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어엉!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자전거는 제법 속력을 내면서 잘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금방 쓰러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쓰러지지도 않고 잘도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영민이는 신바람이 났습니다.
"윤희야, 나 정말 잘 타지? 거짓말 아니지?“
신바람이 난 영민이는 더욱 속력을 내면서 윤희를 향해 돌아보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중심을 잃은 자전거가 한동안 비틀거리더니 마침내 땅바닥으로 보기 좋게 나동그라지고 말았습니다.
"영민아! 다치지 않았니?“
어느새 깜짝 놀라서 달려온 윤희가 쓰러진 영민이를 부축하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습니다. 무릎을 다친 영민이는 몹시 아픈 듯 우거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머! 이것 좀 봐. 무릎에서 피가 나오잖아?“
피가 흐르는 걸 보자 윤희가 울상이 되었습니다.
"응, 조금 다쳤나 봐. 그렇지만 금방 나을 거니까 괜찮아.“
"괜찮기는……. 얼른 병원에 가 보는 게 좋겠다.“
윤희는 더욱 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영민이는 그런 윤희가 싫지 않았습니다. 다친 무릎이 아프기는 했지만 애써 웃는 낯으로 윤희를 향해 물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윤희야, 나 정말 두 발 자전거 잘 타지?“
"응, 짱이던데, 정말 잘 타더라. 그런데 언제 그렇게 배웠니?“
”푸후훗…….“
영민이의 무릎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몹시 아팠습니다.
그렇지만 영민이는 지금 아픔을 이겨내며 환한 얼굴로 웃고 있습니다.
영민이는 지금 자기 자신이 몹시 자랑스러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