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몹시 푸덥지근하고 무덥습니다.
금방이라도 숨이 컥컥 막힐 지경입니다. 집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저절로 등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덥습니다.
"누나,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아?“
한동안 은주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형주가 아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엄마 이야기를 꺼냈다 하면 그때마다 발끈 성을 내곤 하던 은주였기 때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은주는 대답 대신 금방 가자미처럼 무서운 눈이 되어 형주를 노려봅니다.
그런 은주의 눈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히고 있었습니다.
"누나, 미안해, 그렇지만 엄마가 보고 싶은 걸 어떻게 참고 있으란 말이야.“
형주는 그만 울먹해진 은주에게 사과를 하였습니다.
”너 정말 자꾸만 이럴래? 사실은 말이지. 나도 엄마가 자꾸 보고 싶어서 죽겠단 말이야, 으흐흑…….“
은주는 마침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형주도 덩달아 어깨까지 들먹이며 같이 흐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훌쩍, 훌쩍”…….“
”어엉, 어엉…….“
남매가 흐느끼며 우는 소리가 한동안 집안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아니 너희들 바보처럼 또 울고 있구나? 엄마는 수술만 끝나면 금방 나아서 집으로 돌아 온다니까 왜들 자꾸 이 야단들이니?“
고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급히 두 남매를 꼬옥 껴안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모의 눈에도 어느새 그렁그렁 이슬이 맺히고 있었습니다.
벌써 열흘 전의 일이었습니다.
늘 건강만큼은 자신을 하고 있던 엄마가 갑자기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무슨 병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는지 은주와 형주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궁금하기만 합니다.
아빠나 고모한테 몇 번 물어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무 걱정마라. 엄마는 수술만 끝내면 금방 나아서 돌아올 수 있다니까."
아빠나 고모는 늘 이런 식으로 남매에게 안심을 시켜주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은주나 형주는 더 궁금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아빠나 고모의 말대로 엄마의 병은 그렇게 간단하고 낫기 쉬운 병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침내 엄마가 심상치 않은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바로 며칠 전, 병원에 다녀온 아빠가 고모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면 수술을 하다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입니다.
그다음 날이었습니다.
은주와 형주는 아빠에게 매달리며 애원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빠, 우리도 오늘 엄마 만나러 병원에 가면 안 돼?“
”학교는 안 가고 병원엘 가겠다구?“
"엄마가 입원을 했는데 그까짓 학교가 문제야?”
그러자 이번에는 형주도 덩달아 볼멘 목소리로 거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엄마가 수술을 하는 날이잖아.”
“어쨌든 너희들은 병원에 가면 안 돼!”
아빠의 목소리가 한층 더 커졌습니다.
"왜 안 된다는 거야?"
“그 병원은 엄해서 너희들 같은 아이들은 들어갈 수가 없다니까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듣겠니?”
아빠는 귀찮다는 듯 이렇게 대꾸하고는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가고 말았습니다.
“치이, 어디 두고 보라지, 그런다고 내가 못 갈 줄 알아?”
그날 오후였습니다.
은주와 형주가 마침내 엄마가 입원하고 있는 병실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섰습니다.
아직도 등에 책가방을 메고 있는 걸 보면 학교 공부가 끝나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달려온 것이 틀림없습니다.
두 남매외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니, 너희들이 여길 어떻게……?“
엄마 옆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정성껏 간병을 하고 있던 아빠가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습니다.
"경비 아저씨가 못 들어오게 하길래 뒷문으로 슬쩍 들어왔지 뭐.“
엄마는 이제 막 잠이 들다가 아이들이 시끄럽게 지껄이는 소리에 도로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은주와 형주가 눈에 띄자 너무나 뜻밖이라는 듯 자리에 누운 채 반가운 얼굴로 두 아이의 손목을 덥석 잡았습니다.
그런 엄마의 손은 힘없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얼굴도 몸도 온통 열흘 전보다 몰라보게 야위고 창백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엄마는 억지로 옷어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엄마의 눈에서는 어느새 굵은 눈물이 맺혔습니다. 은주와 형주도 금방 울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꿀꺽 삼키고는 억지로 웃으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많이 힘들지? 차암, 우리들이 엄마한테 주려고 선물 사왔어.“
형주가 가방에서 꺼내 내민 것은 휴대용 선풍기였습니다.
”너무 더울 땐 이걸 쓰란 말이야. 이거 봐. 아주 시원해.“
그리고 형주는 엄마한테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는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엄마, 이것도 받아."
은주는 큼직한 병과 네모로 자른 색종이 뭉치를 꺼내 놓았습니다. 그리고 가족 사진도 한장 꺼내놓았습니다.
'엄마, 심심할 땐 이 색종이로 학을 천 마리만 접어 봐. 그러면 병이 금방 나을 수 있대, 알았지?“
두 아이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만 있던 엄마는 너무나 목이 메어 대답 대신 연신 눈물을 흘리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엄마가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습니다.
”이 가족사진은 왜 가지고 온 거니?“
"엄마는 우리 식구들이 보고 싶지 않아? 그럴 때마다 이 사진을 꺼내 보란 말이야.”
은주의 말에 엄마의 입에서는 그만 참았던 울음을 터져나오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빠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지 손수건을 꺼내 들고는 문 밖으로 뛰쳐 나가고 말았습니다.
‘아아, 이다지도 고맙고 기특한 것들……. 내가 아이들 하나는정말 잘 키웠지!’
엄마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두 남매를 꼬옥 껴안았습니다.
엄마의 얼굴 표정은 금방이라도 병이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츰 샘솟듯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