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힌다니까요}
무더운 여름철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담하면서도 넓은 닭장 안에서는 여남은 마리의 닭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자라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꽁지 깃털이 길고도 멋지게 자란 수탉이 한 마리, 그리고 나머지는 빨간 깃털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토종 씨암탉들이 서로 어울리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아침 준비를 하기 위해 일어난 주인아주머니가 오늘도 어김없이 곧바로 닭장으로 달려왔습니다. 모이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먹음직스러운 옥수수, 보리, 쌀겨 등, 보기만 해도 하나같이 저절로 군침이 도는 맛좋은 모이들입니다.
아주머니의 인기척 소리에 사방에 흩어져 놀고 있던 닭들이 시끄러운 환호성을 지르며 삽시간에 아주머니 곁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모이를 주기가 무섭게 정신없이 쪼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 어서 부지런히 먹고 건강하게들 자라렴. 그리고 큼직한 달걀도 많이많이 낳아 주고 알았지?”
아주머니는 부지런히 모이를 쪼아 먹고 있는 닭들의 모습을 한동안 흐뭇한 얼굴로 둥우리가 매달려 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짚으로 엮어 만든 둥우리 안에는 늘 새로 낳은 싱싱하고도 큼직한 달걀들이 소담스럽게 들어 있었습니다.
“어엉? 그거 참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일세. ”
아주머니는 둥우리 안에 있는 달걀을 몇 번이고 다시 헤아려 봅니다. 그리고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마다 달걀이 둥우리 하나 가득 차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어떻게 될 일인지 번번이 그 수효가 대여넛 개씩 줄어들곤 했던 것입니다.
한동안 고개를 갸우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아주머니가 바삐 닭장 밖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한바탕 배부리 모이를 쪼아 먹고 난 닭들의 입에서는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신바람이 나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힘차게 홰(*)를 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예삐가 뚱순이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가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예삐는 닭들 중에 가장 예쁘게 잘, 그리고 뚱순이는 유난히 살이 찌고 뚱뚱해서 벌써부터 주인아주머니가 붙여준 이름입니다.
"뚱순아, 너 이제 그 나쁜 짓 좀 그만할 수 없니? 그러다가 주인아주머니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흥, 네가 무슨 참견이야? 너도 샘이 나면 한번 나처럼 해 보렴. 따끈따끈한 게 아주 꿀맛이거든. 호호호…….“
뚱순이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까지 쳐 가면서 예삐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예삐는 뚱순이의 그런 태도가 왜지 불안하고 못마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는 무는 일이 꼭 벌어질 꼭 벌어지고야 말 것 같아 왠지 은근히 초조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리 네가 날은 달걀이라지만 그걸 네 맘대로 먹니? 그러니까 꿀돼지처럼 점점 살만 찌는 거라구. 그리고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말도 넌 못 들었니?”
“흥, 내 걱정일랑 그만하고 너나 잘하세요. 알겠어?”
“이게 정말…….”
꿀돼지란 말에 몹시 기분이 상한 뚱순이는 금방 불쾌한 낯으로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그런 말은 더 이상 듣기조차 싫다는 듯 살이 찐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그 자리를 피하고 말았습니다.
예뻐는 그런 뚱순이가 은근히 얄미웠습니다. 친구를 위해 모처럼 한마디 충고를 해 주었던 것인데 그 마음을 몰라주는 뚱순이가 야속하기도 하고 아타깝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도 뚱순이의 그 희한하고도 얄미운 행동은 마치 보란 듯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유별나게 먹성이 좋은 뚱순이는 얼마 전부터 그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누구도 감히 휴내조차 내기 어려운 별난 행동이었습니다. 워낙 먹성이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성격 탓인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매일 정성껏 닭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을 정도로 푸짐하고 넉넉하게 모이를 뿌려주곤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뚱순이는 뭐가 아쉬워서 그런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 이상한 짓이란 뚱순이 자신이 낳은 달걀을 제 자신이 먹어치우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낳은 달걀을 먹어치우는 방법도 아주 희한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일단 뚱순이는 둥우리로 올라가서 달걀을 낳기가 무섭게 바로 발로 밀어 땅바닥으로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가 달걀이 박살이 나면서 깨지면 재빠리 뛰어 내려가서 제가 낳은 달걀을 맛있게 쪼아먹곤 하였습니다.
그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바다에 떨어진 달걀이 깨지지 않았을 때는 다시 다른 친구들이 낳은 달걀을 밀어 떨어뜨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는 동안 다시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그날도 뚱순이는 다른 닭들보다 먼저 달걀을 낳기 위해 둥우리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목청이 터질 정도로 시끄럽게 울어 대고 있었습니다.
달걀을 낳았다는 자랑스럽고 의기양양한 신호 소리였습니다.
뚱숭이는 이번에도 금방 제가 낳은 따끈따끈한 달걀을 땅바닥으로 밀어 떨어뜨렸습니다.
땅바닥에 떨어진 달걀은 여지없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달걀이 깨지자 뚱순이는 재빨리 땅바닥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리고 금방 박살이 난 따끈따끈한 달걀은 맛있게 쪼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그때 마침 불쑥 닭장으로 들어오던 아주머니가 달걀으 맛있게 쪼아먹고 있는 뚱순이를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아주머니는 마침내 못된 흉악범이라도 잡았다는 듯 어이없는 표정을 짓게 되었습니다.
"아하, 이제보니 네가 바로 범인이었구나! 이런 못된 녀석 같으니라구. 그렇게 먹고 싶으면 어디 네 맘대로 실컷 먹어 보렴. 그리고 너 며칠 뒤에는 복날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어디 그때 두고 보자."
아주머니는 몹시 못마땅한 표정이 되어 뚱순이를 흘겨보며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닭장을 급히 빠져나갔습니다.
아주머니가 닭장 밖으로 사라지자 뚱순이가 조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얘들아, 복날 보자고 하던데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니?“
"복날? 글쎄, 난 잘 모르겠는걸."
"글쎄, 나도 난생 처음 들어본 소린 걸. 하지만 아까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니까 좋은 일은 아닌 거 같던걸.”
친구들이 하나같이 처음 듣는 말이라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너희들 아직도 복날이 어떤 날인지 모르고 있었니? 그날 사람들은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닭고기 요리를 해먹는 날이란 말이야. 그러게 내개 뭐라고 했니?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잡힐 거라고 하지 않았니?“
”……!?”
예삐의 설명을 들은 뚱순이는 조금 전보다 더 잔뜩 겁먹은 표정이 되어 마치 벙어리라도 된 듯 아무 말도 못한채 떨고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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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홰치다 : (닭이나 새 따위가) 날개를 벌리면서 탁탁 치다.
※ 닭의 홰치는 소리가 단잠을 깨웠다.
※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닭이 지붕으로 올려가 홰를 치기 시작했다.
• 횃대 : 긴 장대를 잘라 두 끝에 끈을 매어 벽에 매달아 놓고 옷을 걸어 두는 막대기
※ 그녀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횃대에 걸린 옷가지를 꺼내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