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익히기]
어린이날의 대공원

by 겨울나무

오늘은 마침내 어린이날, 어린이들만의 세상입니다.


상민이는 그동안 오늘이 어서 빨리 오기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왔는지 모릅니다.


간밤에는 마음까지 들떠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모처럼 벼르고 별러서 엄마 아빠와 함께 대공원으로 놀러 가기로 약속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부엌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엄마가 도시락 준비를 하느라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연신 귓전을 간지럽히고 있었습니다.


상민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서 일어나라고 몇 번이나 깨워도 번번이 늑장을 부리곤 하던 상민이입니다.


부엌에는 금방 준비해 놓은 계란말이, 김밥 등,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하였습니다. 하나같이 상민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들이었습니다.


상민이는 입에 고인 군침을 꼴깍 삼키면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어마, 거의 다 준비된 거야?"

"어이구, 네가 오늘 아침에 웬일이니? 자, 우선 맛부터 보렴.”


엄마는 김밥 한 개를 집더니 얼른 상민이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역시 우리 엄마, 음식 솜씨는 짱이라니까.“


신바람이 난 상민이의 엄마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활짝 펴보였습니다.


"호호호, 원 녀석도, 그렇게 좋으니?“


엄마도 덩말아 기분이 좋아져서 입가에 흘러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며 다시 하던 일을 부지런히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잠시 뒤, 서둘러 자동차에 먹을 음식을 충분히 챙겨 싣고 마침내 아빠가 핸들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대공원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이따금 반쯤 열린 차창을 통해 밀려 들어오는 5월의 싱그러운 훈풍이 코끝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습니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신바람이 난 상민이의 입에서는 어느 새 저도 모르게 어린이날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속력을 내며 달리다 보니 자동차는 이미 깜짝할 사이에 고속도로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우와아~~ 아빠, 저 차들 좀 봐! 무슨 자동차들이 저렇게 많지?”


저 멀리 고속도로가 보이자 상민이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히야! 이거 정말 큰 난리가 났는 걸!"


아빠도 덩달아 깜짝 놀란 얼구로 맞장구를 쳤습니다. 텔레비전(*)에서 고속도로가 많이 밀릴 거라는 예고 방송을 이미 보긴 했지만, 이 정돌 밀린 줄은 정말 짐작조차 못했던 일이었니다.


그때부터 자동차가 거북이걸음을 하다 보니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 것이 그만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대공원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오는 길에 끼어드는 자동차와 접촉사고까지 나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고, 갑자기 바퀴가 펑크까지 나서 갈아끼우느라 더욱 늦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웬 자동차들이 그렇게 많이 줄을 이어 섰는지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후유~ 난리도 이런 난리는 처음 보겠군!"


어쩌다 겨우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나서야 아빠는 두 팔을 힘껏 뻗어올리며 기지개를 켰습니다.


대공원은 발 하나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물결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안내방송 소리, 귀가 찢어질 정도로 시끄러운 각종 음악 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떠드는 소리에 금방이라도 혼이 쏙 빠져나갈 지경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상민아, 너 이제부터는 절대로 아빠 엄마 손 놓치면 안 된다. 알았지?“


엄마가 조금 겁먹은 표정이 되어 상민이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놀이기구마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 짧게는 몇십 명, 길게는 몇백 명씩 줄을 서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무섭도록 치열한 전쟁이 따로 없었습니다.


우선 급한 대로 줄이 비교적 짧은 회전목마라도 타 보겠다는 생각에 줄을 섰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해가 지기 전에 잘해야 겨우 한두 가지 놀이기구를 타 보고 돌아갈 수밖에 별 도리가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여보,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는 안 되게어요.“


엄마가 갑자기 아빠에게 상민이를 맡기고는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습니다. 엄마는 지금 상민이한테 한 가지라도 더 태워 주고 싶은 욕심에 바이킹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청룡.jpg


바이킹과 청룡열차는 상민이가 늘 타 보고 싶어하던 놀이기구였습니다.


그렇게 다시 많은 시간이 흘러간 뒤에야 드디어 회전목마를 탈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엄마한테서는 아직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여보, 이리 빨리 좀 와 줘야 되겠어요!"


엄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지금 막 회전목마를 탈 차례가 됐는데?”


아빠가 조금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하였습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지금 빨리 정문 옆 이동파출소로 오라니까요.“


아빠는 무슨 영문일 줄도 모르고 불안한 표정이 된 채 상민이의 손을 꼭 잡은 채 대공원 정문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정문 바로 옆 이동파출소에는 엄마, 그리고 웬 젊은 부부가 우거지상이 된 얼굴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젊은 부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얼굴로 언성을 높여가며 경찰관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여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아빠가 다짜고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글쎄, 이 분들이 나를 유괴범으로 알고 신고했지 뭐예요. 나, 기가 막혀서, 살다살다 보니까 별 일을 다 겪어보게 되네요. 으흐흑…….“


엄마는 아빠를 보자마자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던지 그만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하도 딱했는지 경찰관이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조금 전, 바이킹이 있는 곳을 향해 급히 달려가고 있던 엄마는 길거리를 헤매며 서럽게 울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엄마는 상민이에게 놀이기구를 한 가지 더 타 보게 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부모를 찾아 주는 일이 더욱 시급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자아이를 안고 파출소를 향해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이봐요! 거기 서있지 못해요? 어디서 함부로 남의 아이를 데리고 가는 거야?“


갑자기 웬 젊은 남자가 엄마의 뒷덜미를 우악스럽게 나꿔채면서 반말로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소스라쳐 놀란 엄마는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이나 알아듣게 설명해 주었지만 그들은 끝내 엄마를 유괴범으로 알고 파출소에 신고를 했던 것입니다.


모처럼 큰마음 먹고 좋은 일을 하려던 엄마는 고맙다는 말을 들어보기는커녕, 별 수 없이 유괴범으로 몰리게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아빠와 상민이가 나타나자 한동안 실랑이 끝에 결국 젊은 부부가 마지못해 이해를 해주어 결국 무사히 풀려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여전히 억울하고 서운한 감정이 풀리지 파출소를 나오면서도 젊은 부부를 향해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아무리 무서운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봉변을 당할 걸 알면 누가 좋은 일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겠어요? 안 그런가요?“


어느 새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가 했더니 대공원에는 이미 엷은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즐겁게 놀이기구를 타 보기는커녕, 뜻밖의 봉변만 당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식구들이 표정은 마냥 시무럭하고 허탈하기만 하였습니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꼴이 되어 맥이 쭉 빠진 채 올 때와는 달리 서로 대화도 없었습니다.


도로는 여전히 만차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역시 천 리길처럼 멀게만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어린이날은 그렇게 힘겹고 씁쓸하게 소리없이 점점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 * )







< 우리말 익히기 >


◆ '텔레비전과 텔레비젼’


‘텔레비전’을 ‘텔레비젼’이라고 잘못 쓰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television’ 즉 ‘텔레비전’으로 쓰는 것이 바른 표기이다.


※ 다음 외래어 중 맞게 쓰인 것은?


초콜렛-초콜릿, 케이크-케익, 파이팅-화이팅, 비전-비젼, 주스-쥬스, 레져-레저,

슈퍼마켓-수퍼마켓 소파-쇼파, 뺏지-배지, 도너츠-도넛, 로봇-로보트


※ 맞게 쓰인 것


초콜릿, 케이크, 파이팅, 비전, 주스, 레저, 슈퍼마켓, 소파, 배지, 도넛,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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