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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Apr 03. 2020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애

[이철환 씨의 ‘연탄길’ 1,2권을 읽고]

오래전,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가 큰 화젯거리가 되어 방송에도, 인터넷에서도 대단한 선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따뜻한 이 이야기를 모아 1,2권이 나왔는데 이 글을 쓴 작가는 이철환 씨인데 이미 이 책을 읽어본 분들도 많으리라 믿는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마음마저 금세 따뜻해지는 느낌에 아예 두 권을 구입해 놓고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읽고 보곤 한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걸작품들은 이미 대부분이 섭렵해서 모르는 작품이 없으리라.  


그러나 꼭 명작이라는 딱지가 붙어야만 명작이라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반드시 미사여구나 멋진 시어만을 골라 쓴 소위 문장력이 뛰어난 글만이 훌륭하고 값진 글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문장력은 서툴다 해도 문장력보다는 글 속에 담긴 주제와 내용이 뚜렸한 글, 그리고 읽는 이에게 감동이나 어떤 교훈을 남겨주는 글이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니든가.        

   

<연탄길>이야말로 문장력 또한 뛰어나고 섬세하면서도 그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걸작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되풀이해서 읽어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깊은 감동까지 안겨주게 되는 이 소설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그 어느 걸작보다 못지않은 걸작 중의 걸작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특히 마음을 오래오래 따뜻하게 덥혀주고 있고, 깊은 감동과 여운이 오래 남는 이야기 한 가지를 소개해 볼까 한다.     

 

어느 가정에서 연세가 많은 할머니 한 분이 병이 들어 자리에 누워 앓고 있었다. 


이미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해 계셨던 할머니였다. 그러다가 병원 측에서 이제 전혀 가망이 없으니 집으로 모셔가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할머니는 전혀 거동을 못하는 분이었다. 그래서 식사며, 볼 일 등, 일거일동을 모두 가족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환자였다.   

    

가족들은 모두 손자 손녀들까지 마음과 힘을 합해 할머니 간병에 정성을 다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토록 정성이 지극할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나올 때 의사는 올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넌지시 남겼었다.  

어쩌다 할머니도 그 이야기를 엿들었는지 할머니 자신도 금년 겨울까지만 살고 그 이상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체념을 한 상태였다.   

    

그런데 가족들 모두의 지극한 정성 덕분이었는지 어느덧 그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봄이 되었다.  


할머니의 표정도 전보다 훨씬 밝아진 느낌이었다.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족들은 곧 할머니의 방에 창문을 밖이 보이지 않게 커튼으로 가렸다. 그리고 가족들 모두가 할머니 방에 들어갈 일이 있을 때마다 두꺼운 겨울 옷차림으로 드나들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아직도 겨울이 다 가지 않았다는 것을 할머니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족들의 따뜻한 배려와 노력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노력의 결과 할머니는 겨울을 넘기고도 한참 뒤인 그 이듬해 여름까지 생존하다가 눈을 감게 되었다.   

    

물론 할머니가 겨울까지 사셨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그리고 봄까지 사셨다 해도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가족들이 할머니를 더 오래 사시게 하기 위한 노력이 너무나 아름답고 따뜻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라고 여겨지기에 잠깐 소개해 본 것이다.    

  

이토록 가족애가 깊고 애틋한 가정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저 유명한 작가 <오. 헨리>의 단편 소설 ‘마지막 잎새’와 비슷하게 닮은 점이 너무나 많다.  


                                  

뉴욕시에 한 소녀가 폐병으로 누워 앓고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존시였다. 

의사의 말로는 존시의 병이 너무 깊어져서 전혀 소생할 희망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진눈깨비가 함께 내리는 밤중이었다. 

게다가 바람까지 심하게 부는 밤이었다. 존시는 자리에 누운 채 창밖을 내다보면서 저 담장 위로 올라가고 있는 담쟁이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도 그때는 생명을 잃게 된다는 망상에 잡혀 있었다. 


마침 바람까지 거세게 불고 있으니 담쟁이 잎이 남아날 리가 없었다.    

  

”하나! 두울! 세엣……!“       


소녀는 한 잎 두 잎 떨어져나가고 있는 담쟁이 잎을 하나, 둘 세며 담쟁이 잎이 다 떨어져나가고 있는 것을 주시하며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이튿날이었다. 

마지막 담쟁이 잎 하나가 그 거센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소녀는 그 마지막 남은 한 잎을 바라보며 마침내 희망을 얻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담쟁이 잎은 살아있는 것이 아닌 그림이었다. 그 건물에 함께 살고 있던 무명 화가 베어먼이라 사람이 그 소녀의 이야기를 듣고 밤새 그 심한 진눈깨비를 맞아가며 벽에 붙어 담쟁이 잎을 그렸던 것이다.


그 무명 화가는 그 명화를 그린 지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마지막을 소녀 존시에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큰 희망을 마지막으로 안겨주는 명작을 남긴 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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