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아빠

[가족애]

by 겨울나무

준우는 요즈음 엄마가 그렇게도 야속할 수가 없습니다.


준우도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남의 속을 잘 알지도 못하고 무작정 매일 야단만 치고 있는 엄마가 야속하다 못해 어떤 때는 밉기까지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엄마는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준우에게 단단히 겁을 주었습니다.


"너, 오늘도 학교에 갔다가 늦게 돌아올 거니? 오늘도 그랬다가는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알았지?“


엄마는 늘 늦게 집으로 들어오는 준우에게 좋은 말로 타이르기도 하고 달래 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아무리 타이르기도 하고 달래도 보았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습니다.

그래서 요즈음 엄마는 이만저만 속이 상한 게 아닙니다.


아빠는 약 2년 전에 그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회사가 갑자기 부도가 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아빠는 한동안 집안에 틀어박힌 채 안절부절을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대로 곧 돌아오겠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집을 나간 지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 아빠에게서는 아무 소식이 없는 것입니다.


준우는 눈만 뜨면 아빠가 보고 싶고 그리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아빠가 돈을 벌지 못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 대신 아빠가 전처럼 그저 집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사실 준우는 그동안 학교 공부가 끝나기 무섭게 저녁 늦게까지 아빠를 찾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 걸 미처 전혀 눈치 못 챈 엄마는 그저 아무 영문도 모르고 그저 야단만 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빠가 없는 사이에 얘가 이러다가 정말 나쁜 길로 빠지면 어떡한담!’


엄만 무엇보다도 그게 제일 큰 걱정이었습니다. 상상만 해도 무섭고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준우야, 너 정말 언제까지 엄마 속을 이렇게 썩일래? 아빠도 안 계신데 너까지 이러면 엄마는 누굴 믿고 살란 말이니, 응?”


“……!”


준우는 지금까지 엄마한테 숨겨 왔던 일을 모두 다 털어놓을까 하고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 오는 걸 꿀꺽 삼키고 말았습니다. 그래 봤자 보나 마나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닌다고 엄마한테 야단을 맞을 것이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엄마도 준우의 마음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지금은 꾹 참리고 하였던 것입니다.


“너 이젠 집이 싫어졌니? 어디 한번 시원하게 얘기나 들어보자. 응? 어서 말해봐.”


“……!”


준우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만 폭 숙입니다. 그러자 엄마는 답답해서 속이 터지겠다는 듯 더욱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 이렇게 계속 말 안 듣고 엄마 속을 썩이려거든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이 집에서 나가란 말이야!”

“……!”


엄마는 너무나 속이 상하다 못해 어느새 눈물까지 줄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엄마한데 심하게 꾸중을 들은 준우는 풀이 죽은 채 엄마 곁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런 준우를 꼬옥 껴안은 엄마도 막 잠이 스르르 들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준우야, 문 열어! 준우야!”


밖에서 갑자기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건 틀림없이 뜻밖에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빠의 목소리였습니다.


“누, 누구세요?”

엄마는 소스라치게 벌떡 일어나더니 쏜살같이 현관으로 달려가더니 들뜬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여보, 그동안 고생이 많았지? 정말 미안하오. 그보다도 우리 준우가 위독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준우가요? 우리 준우는 지금 방에서 잘 자고 있는데요?”


이빠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방으로 급히 뛰어들어갔습니다. 엄마의 말대로 준우는 코까지 골아가면서 지금 한창 행복한 꿈나라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렁다면 이 전단지는 어떻게 된 거지? 이런 종이 전단지가 곳곳에 붙어 있기에 보자마자 그 길로 급히 달려왔거든.”


아빠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곧 주머니에서 구겨진 전단지 한 장을 펴 보였습니다.




준우 아빠! 준우가 몹시 위독하니 빨리 집으로 돌아오세요!

-준우 엄마가 씀 -


엄마는 준우가 매일같이 저녁 늦게 돌아왔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아빠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엄마 몰래 그럴듯한 전단지를 만들어 시내 곳곳에 붙이고 다니느라고 날마다 늦게 들어오곤 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럼 준우는 아픈 게 아니란 말이오?”


아빠가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네에, 보시다시피 준우는 이렇게 멀쩡하다니까요. 푸하핫…….”


엄마는 갑자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원, 녀석두 엉뚱하기는……. 이제야 겨우 안심이 되네. 난 그런 것도 모르고 깜짝 놀랐잖아. 하하하…….“

아빠는 그런 준우가 몹시 대견스럽다는 듯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준우의 얼굴에 뽀뽀를 해주면서 껄껄 웃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돌아온 사실을 알고 있는지 곤히 잠이 든 준우의 얼굴에도 차츰 행복한 미소가 번져나가고 있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