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책임과 의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역설하기 위해 일찍이 저 유명한 철학자 괴테는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다른 곳을 쓸려 하지 말고 각자가 자기 집 마당을 쓰는 일에 충실하여라. 그러면 거리의 구석구석이 저절로 청결해질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책임과 임무를 다하여라. 그리하면 이 사회는 할 일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웰링턴 공작은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 1세를 물리친 후, 그의 명성은 마치 하늘이라도 찌를 듯 세계만방에 그 이름을 빛낸 명장 중의 명장이다.
공작이란 그 당시 귀족들의 신분을 말하며 5등작 중에 가장 높은 첫째 작위를 말하는 것이다. 그는 한때 영국의 수상직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웰링턴 공작의 취미는 사냥이었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산과 들로 쏘다니며 사냥을 즐길 때가 많았다.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웰링턴 공작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사냥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마침 도망치는 짐승을 쫓아 말을 달리던 그는 주춤하면서 달리던 말을 멈추고 말았다.
도망을 치던 짐승이 하필이면 그 근처에 있는 어느 농장 안으로 재빨리 울타리를 뚫고 도망을 쳤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농장 입구까지 말을 몰고 달려간 웰링턴 공작은 마침 그 앞에서 굳게 닫힌 문을 지키고 있는 어린 소년에게 급히 명령을 하게 되었다.
"얘야, 짐승이 이 농장 안으로 들어갔구나. 어서 속히 문을 열어 다오."
그러나 순순히 말을 들을 줄 알았던 소년은 강경한 태도로 나왔다.
"안됩니다. 저의 아버님께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문을 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 문은 절대로 열어드릴 수 없습니다.”
소년의 맹랑하고 당돌한 태도에 공작은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이노옴! 내가 감히 누구인 줄 알고 내 명령을 거역고 있느냐? 내가 바로 웰링턴 공작이다. 그러니까 너의 아버지가 뭐라고 했건 어서 빨리 문을 열란 말이야!”
“예, 저도 이미 공작 각하이신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고귀하고 훌륭하신 각하께서 저의 아버님의 분부를 무시하고 각하의 명령을 따르라고 걍요하실 분이라고는 미처 생각조하 못했던 일입니다. 정말 실망입니다. 어쨌든 저는 아버님의 분부대로 저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죄송한 말씀이오나 각하의 명령은 절대로 따르지 못하겠습니다."
소년은 이렇게 대답하고는 웰링턴 공작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소년의 맹랑하고도 당돌한 태도에 웰링턴 공작은 하도 기가 막혀 그 다음부터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소년의 말은 조금도 틀림이 없었다. 순간, 웰링턴 공작은 지금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예의없는 행동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음, 과연 네 말이 옳다. 과연 장차 큰 인물이 될 녀석이로구나' 나의 명령이나 위협에도 추호도 흔들리지 않고 아버지의 명령을 끝까지 따르고 이행하는 너의 훌륭한 정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어린 소년에게 부끄러움을 느낀 웰링턴 공작은 곧 모자를 벗어 소년을 향해 정중히 예를 다한 다음 그날은 사냥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조용히 물러나고 말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