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사랑하기에 인색하면 남도 나를 헌신짝처럼 여길 것이다. 남을 소중히 여길 때 남도 저절로 나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이 명언은 대인관계를 함에 있어서 항상 상대방의 인격이나 의사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
고려 고종 때의 학자이며 대 문장가로 활약한 문신인 이규보는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생물들의 생명까지 몹시 소중하게 여긴 사람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전해 오고 있다.
그의 대표작은 동국이상국집이 전해지고 있다.
어느 날, 이규보에게 한 친구가 찾아와서 몹시 끔찍하다는듯 몸서리까지 쳐가면서 잔뜩 찡그린 낯으로 입을 열었다.
"나 참 기가 막혀서 말도 잘 안 나오는군."
"무슨 일인데 그렇게 야단인가?”
이규보의 물음에 친구가 다시 입을 열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 글쎄 엊저녁에 어떤 우악스러운 사람이 길에 돌아다니고 있는 개를 큰 몽둥이로 끔찍하게 때려죽이지를 않았겠나. 그걸 보고 어찌나 참혹했던지 저절로 몸서리가 쳐지더군. 난 그래서 앞으로는 결코 개고기나 돼지고기 따위를 먹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네."
그러자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난 이규보가 말했다.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군. 그건 아무것도 아닌 일일세. 난 어제 그보다 더 끔찍한 광경을 보았다네.”
“더 끔찍한 광경이라니?”
“아, 글쎄 어딜 가다 보니 어떤 사람이 길에서 장작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로 앞에 앉아 옷에 기어 다니고 있는 이를 잡아 태워 죽이는 것을 보았는데 정말 너무나 끔찍해서 볼 수 없더군. 난 그래서 아무리 가려워도 절대로 이를 불에 태워 죽이지 않겠다고 작정했다네.”
"어이구, 이런 사람을 봤나. 이는 보잘것없이 작은 우리 인간들에게 해만 끼치는 미물이 아닌가. 난 큰 짐승이 죽는 걸 보고 너무 끔찍해서 해준 말인데 자네는 지금 하찮은 이야기를 들먹이면서 딴소리를 하고 있으니 자네 지금 나를 놀리고 있는 거 아닌가? 자네의 말에 난 너무 기분이 상해버리고 말았네.“
친구가 몹시 기분이 상해서 화를 내자 이규보가 다시 이에 대답했다.
"여보게,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내 말을 좀 들어보게나.”
“아무렴. 화가 나고말고. 남의 말을 무시하는 투로 딴소리를 하고 있는데 기분이 상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하네. 그러나 사람은 물론이고 소나 말 돼지 같은 짐승과 하찮게 보이는 작은 벌레들까지 모두가 오래 살기를 원하고 있다네. 그런데 어찌하여 큰 동물들이 죽는 것만 비참하다고 할 수 있겠나.
그러니까 결국 내 말은 개의 죽음이나 이의 죽음은 마찬가지라는 말일세. 아직도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지금 당장 자네의 열 개의 손가락을 깨물어 보게나. 어지 엄지손가락만 아프고 나머지손가락은 아픔을 모르겠나.
그러니까 한 몸에 달려있는 것은 크건 작건 모두 그 아픔은 똑같은 것이라네. 하물며 개와 이는 엄연히 서로 다른 독립된 생명체인데 더 말할 나위가 있겠나?”
이규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는 그제야 조금 이해가 되었는지 아무 말없이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자 이규보는 조금 만족해진 얼굴로 다시 말을 잇고 있었다.
"내 말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었다니 고맙기 이를 데 없네, 자, 그럼 다시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보게, 그런 뒤에 달팽이뿔을 쇠뿔과 같다고 보고, 메추리를 봉황처럼 큰 짐승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이 길러지게 된 뒤에 그때 다시 나와 같이 이야기를 좀 더 나눌 기회를 마련해 보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