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회에 여러 가지 모순에 대해 항상 불만을 품은 나머지 가정 살림은 돌보지 않고 여기저기 미친 사람처럼 떠돌아다니기를 좋아하였다. 그런 까닭에 늘 가난한 생활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사회의 온갖 모순과 규칙적인 생활을 싫어한 그의 행동과 말은 언제나 그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풍자로 일관해 있었다.
그는 김흥기, 김정희, 조두순 등 당대의 이름난 명사들과 한때는 친하게 지내긴 했으나 그들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을 인도해 주었으나 그 도움을 모두 뿌리치고 평생을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사람이다.
정수동은 그런 모난 성격이어서 그릇된 언행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단 한번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그의 기발한 말솜씨로 주저 없이 바른말로 그들에게 모욕과 무안을 주었던 사람으로 더 유명했다.
그는 한때 정도에 지나칠 정도로 남한테 뇌물 받기를 좋아하는 어느 재상과 우연히 한 고을에 같이 살게 되었다.
어느 날, 정수동은 그 재상이 다시 7만 냥이나 되는 엄청난 뇌물을 받아먹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재상은 추호도 부끄러워 하거나 반성을 하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목에 힘을 주고 다니면서 여전히 있는대로 거드름만 피우며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그 재상집 아이가 엽전을 가지고 놀다가 삼켜버리게 되는 사건으로 인해 동네가 떠날갈 정도로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늘 그 재상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정수동은 마침 좋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곧 그 재상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리고는 어찌해야 좋을 지를 몰라 아이를 부동켜 안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재상의 부인을 향해 애써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묻게 되었다.
"허허, 이거 정말 큰 일이로군요. 그런데 지금 이 아이가 삼킨 엽전은 도대체 누구의 돈이었습니까?“
정수동의 뚱딴지 같은 물음에 부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화가 난 얼굴로 눈을 날카롭게 치켜 뜨고는 톡 쏘아 대꾸했다.
"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고 있어요? 누구 돈은 누구 돈이겠어요. 우리 아이 돈이죠.”
부인의 대답 소리를 들은 정수동은 안색이 갑자기 활짝 밝아지면서 다시 대답했다.
"아, 그랬군요. 그렇다면 정말 천만다행입니다. 조금도 염려 마십시오. 그리고 지금부터 그저 이 아이의 배나 살살 문질러 주시면 금방 나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부인이 이번에는 더욱 성이 나서 사납게 소리쳤다.
"아니 뭐라고요? 지금 불난 집에 와서 부채질을 하고 있는 거예요. 뭐예요?"
그러자 정수동은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다시 천천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고정하시고 제 말씀을 좀 들어 주십시오. 아, 요즘 어떤 사람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남의 돈을 7만 냥이나 통채로 꿀꺽 삼키고도 배만 쓱쓱 문지르고 다나면 아무 탈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까짓 겨우 한 냥을 삼켰는데 무슨 탈이 나겠습니까? 더구나 그것도 이번에는 남의 돈이 아닌 자기 돈인데 말입니다. 부인, 제 말이 틀렀습니까? 하하하…….“
정수동의 이야기를 들은 부인은 그만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마음에 얼굴이 금방 홍당무가 된 채 더 이상 뭐라고 대꾸하지 못하고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