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민수의 아침 인사

단편 창작동화

by 겨울나무

일요일, 아침 해가 밝았습니다.


“어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민수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미처 잠이 덜 깬 부스스한 얼굴로 급히 거실로 나갔습니다.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민수는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 아빠를 향해 아침 인사를 하였습니다. 바른 자세로 서서 아주 공손히 하였습니다.


“오! 그래. 우리 민수가 벌써 일어났구나. 그런데 아침부터 아빠한테 인사를 다 하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허허허….”


아빠는 오늘따라 갑자기 달라진 민수의 태도가 이상하기만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평소에는 전혀 아침 인사를 해 본적이 없던 민수였기 때문입니다.


“호호호….”


그때, 아침 준비를 하던 엄마도 민수의 그런 모습을 힐끗 바라보더니 덩달아 소리내어 웃고 있었습니다.

정말 이상합니다. 민수는 엄마가 왜 웃고 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민수가 이번에는 주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아빠에게 한 것처럼 엄마에게도 공손히 아침 인사를 하였습니다.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이구, 우리 민수가 예절이 참 바르기도 하지. 호호호….”


엄마는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대견스럽다는 듯 두 팔로 민수를 꼭 껴안았습니다.


“엄마, 근데 왜 그렇게 웃고 있는 거야?”


민수는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호호호, 너 정말 아직도 그 이유를 몰라서 지금 엄마한테 묻는 거니?”


민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약간 끄덕였습니다.


“이러언! 웃어른에게 인사를 할 때는, 우선 옷차림부터 단정해야 한다고 어제 엄마가 말해 줬잖아. 그런데 넌 지금 이게 뭐니? 내복 바람에다 더구나 이렇게 눈곱까지 덕지덕지 붙은 채로 인사를 하고 다니는데 웃지 않게 됐느냐고. 호호호….”


민수는 그제야 조금 전에 엄마가 웃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몹시 부끄럽고 민망스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금방 벌겋게 된 얼굴로 갑자기 엄마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민수는 엄마의 품속에 묻힌 채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귓속말을 하듯 엄마에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엄마, 그럼 나 옷 입고 나와서 아침 인사 다시 할까?”

“호호호, 됐네요. 그럴 것까지는 없고, 다음부터 정신 차리고 더 잘하면 되는 거야. 알았어요?”

“응, 알았어. 엄마, 그럼 방에 잠깐 좀 들어갔다가 나올게.”


민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기가 민망했던지 마치 도망이라도 치듯 제 방으로 달려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하하….”

“호호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와 엄마의 웃음소리가 마치 이중창이라도 하듯 한동안 집안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민수가 방으로 들어가자, 아빠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민수가 오늘은 아침부터 왜 저러는 거요?”


엄마는 여전히 입가에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면서 겨우 입을 열기 시작하였습니다.


“민수가 다음 달이면 입학을 하게 되잖아요.”

“아, 참 벌써 그렇게 됐나. 그래서?”

“그래서 어제 시간이 좀 나기에 민수를 앉혀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좀 해주었거든요.”

“얘기라니? 무슨 얘기를 해줬기에 민수의 태도가 갑자기 180도로 저렇게 달라졌지?”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으려면 이제부터 네가 할 일은 네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거며 그 밖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좀 해 줬더니 저렇게 확 달라졌네요. 호호호….”

“아하, 그랬구나. 하하하….”

“호호호….”


아빠와 엄마의 웃음소리가 또다시 거실이 온통 떠나갈 정도로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딩동댕, 민수야, 노올자!”


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리더니 밖에서 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은아는 항상 민수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나는 대로 항상 붙어 다니며 사이 좋게 놀기 때문에 ‘바늘과 실’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아주 다정한 친구입니다.

은아가 부르는 소리에 어느 새 방에서 재빨리 튀어나온 민수가 인터폰에 대고 은아에게 물었습니다.


“너, 있지. 니네 아빠와 엄마한테 아침 인사는 하고 온 거니?”

“……?”


은아는 오늘따라 밑도 끝도 없이 불쑥 엉뚱한 것을 묻는 바람에 그만 어리둥절하여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민수가 또다시 물었습니다.


“왜 말을 못해?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 너 아침 인사 안 했구나? 그럼 네가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는 네가 개고 왔니?”

“아, 아니. 우리 엄마가 개 주었어. 근데 왜?”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학교에 다니려면 내가 덮고 자던 이부자리는 내가 개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자격이 없는 거래.”

“……?”


오늘따라 이상해진 민수의 태도에 은아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말문까지 막히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민수가 이번에는 제법 잘난 체를 하며 은아에게 다시 타이르듯 말했습니다.


“난 지금 이부자리도 개야 하구, 방 청소도 해야 하구 무척 바쁘거든. 그러니까 너도 집에 가서 그런 거 다 해 놓은 다음에 이따가 다시 와서 같이 놀잔 말이야. 알아들었어?”

“……?”


민수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현관문도 열어 주지 않은 채 급히 제 방으로 달려가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그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던 아빠와 엄마 역시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저절로 입이 벌어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허어, 이 녀석아,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친한 친구가 왔는데 일단 문은 열어 주는 게 예의가 아니겠니? 하하하….”

“누가 아니래요. 호호호, 그런 식으로 두 번만 예절을 지키다가는 가까웠던 친구들가지 모두 잃어버리고 말겠구나. 호호호….”


아빠와 엄마의 눈이 서로 마주치자 또다시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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