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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Apr 29. 2020

목숨을 건 환관 시험

[환관, 내시]

이 세상에서 가장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며 답답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얼른 청년들의 취업난이라고 선뜻 대답해주고 싶다.      


새 생명의 탄생,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소중하고 거룩한 경사임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겠다. 


그러기에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 또는 주변 사람들의 축복과 보살핌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걷기도 하고, 말귀를 알아듣게 되기가 무섭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유아원, 어린이집, 그리고 각종 학원을 다니며 이른바 조기 교육을 받게 된다.      


그 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오직 공부로 멱을 감고 시달리게(?)된다. 아무리 자신이 좋아서 하든, 그렇지 않든 그 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배우는 사람들 모두가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남보다 조금이라도 앞서야 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누구나 선의의 경쟁을 피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여유가 있는 집안에서는 유학까지 보내는 것이 오늘날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더구나 남자는 그 사이에 군대를 갔다가 와야 하고, 그렇게 우물쭈물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 새 30대가 눈 앞에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사람의 한평생을 60으로 잡고 환갑이라 칭했다면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모두 마치고 군대에 갔다가 오면 어쩌면 인생의 그 금쪽같은 절반의 시간인 30년을 공부로 모두 날려버리고 말게 되는 결과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음에도 정작 일자리가 없고 취업이 그렇게 어렵다니 어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저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제대로 된 직장 하나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또는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실력이 남보다 뛰어나거나 운이 좋아 생각보다 쉽게 직장을 얻어 자부심과 커다란 포부, 그리고 꿈을 가지고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누군가는 이력서를 수십 통 내지는 100여 통이나 넘게 접수해 보았다는 이야기도 가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리고 어쩌다 한두 곳에서 연락이 와서 이젠 됐구나 하는 큰 기대를 품고 면접을 봤더니 면접에서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는 등, 취업의 문은 정말 점점 좁고도 힘들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참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일을 하기 싫다는 게 아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열심히 일을 하고 당당히 그 보수를 받아 생활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일거리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는데 정작 일자리와 해야 할 일이 없다면 어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럼 어떡하란 말인가. 참으로 답답하고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이렇게 취업을 하기가 힘든 세상으로 변해버렸을까?     


오래전, 국민들 대부분이 의식주 해결을 농경 생활로 이어갈 취업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부모님이 어느 정도의 논과 밭뙈기만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부모님을 도와 농사만 짓게 되면 밥 먹을 걱정만큼은 하지 않아도 그런대로 근심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현재 지금의 취업보다 더 경쟁률이 치열하고 끔찍하기조차 했던 과거의 시험 제도가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 고려 시대에 이어 조선 시대 때까지 환관을 임용하기 위한 그 끔찍한 과정이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환관이 되기 위해서는 때로는 목숨까지 바쳐야 했기 때문이다. 이 환관 제도는 과거에 중국과 일본에도 있었다고 한다.     

 

이미 누구나 잘 알다시피 환관(내시)이란 일단 생식기능을 상실한 남성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모두 남성이기를 포기하고 거세를 당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환관으로 임용되는가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넝설들이 전해지고 있어서 어느 이야기가 정설인가는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환관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거세를 해야 한다는 것은 확실한 일이라 하겠다.       


그럼 환관이 되기 위해서는 왜 거세를 해야만 하는가?     


첫째, 여자 즉, 이성에 대한 쓸데없는 잡념이 없게 되어 오로지 임금님만을 받들고 모시는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거세를 하게 되면 힘에 센 보통 사람들보다 몇 배나 더 힘이 좋아져서 전쟁이 일어나거나 유사시에 임금을 직접 등에 업고 급히 피신시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다.   

    

환관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여덟 살 전후의 남자 아이들을 선발해서 궁중으로 불러 들여 훈련을 시켰다. 이때 확실한 선발 기준에 대해서는 모를 일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식의 출세를 위해 자의에서 보낸 것인지, 아니면 부모의 뜻에 따라서, 혹은 나라에서 강제로 건강한 아이들을 선발했는지는 잘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환관 지망생으로 선발이 되고 나면 일단 궁궐로 들어가서 약 10여 년에 걸쳐 차마 견디기 힘든 혹독한 훈련과 공부를 해야 한다.      


이때 견디기 어려운 혹독한 훈련이란 나무에 오랫동안 매달아 놓고 얼마나 오래 견디나를 알아보는 시험, 강제로 물속에 머리를 처박은 다음 물을 먹이는 일, 콧구멍 속에 모래를 강제로 넣어 숨을 못 쉬게 하는 일 등의 여러 가지 혹독한 훈련과정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리고 공부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서서(논어, 맹자, 중용, 대학), 소학, 삼강행실도 등을 익혀야 함은 물론, 1년에 몇 차례씩 시험을 보게 했다. 여기서 성적이 좋으면 등급이 올라가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는 자동으로 궁 밖으로 내쫓기곤 했다.    

      

환관을 급히 임용할 일이 생겼을 때는 어린아이들을 미리부터 선발해서 훈련시키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사고를 당했거나, 그 밖의 다른 어떤 일로 인해 이미 생식기능을 상실한 건장한 남자를 환관으로 임명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환관으로 임용할만한 그런 남자들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전국에 방을 붙여 지망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직접 시험을 보기도 했다고 한다.  

    

이때 환관을 뽑는다는 방을 본 응시자들은 전국에서 구름처럼 모여들곤 했는데 우선 체격이 좀 약해 보이는 사람들은 1차에서 걸러지게 된다.          


그리고 시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관문     


우선 지망하는 사람들을 야외로 나가 일렬로 세워놓는다. 그리고 각자 응시자 뒤에는 몸집이 거대하고 덩치가 큰 장정이 한 사람씩 붙어 서 있게 된다. 그런 다음 구령에 따라 뒤에 서 있던 장정을 업고 앞에 보이는 놓은 산봉우리까지 그야말로 젖먹은 힘을 다해 뛰어갔다가 무사히 돌아와야 하는 과정이라 하겠다.     

   

이때 선착순으로 출발했던 자리로 달려와서 서야 하는데 아무리 응시자가 많다 해도 선착순으로 미리 정해진 열 명이면 열 명, 스무 명까지만 합격이고 그 나머지는 자동으로 탈락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관문     


첫 번째 관문에서 합격한 사람들만을 데리고 이번에는 강제로 물을 먹이는 과정이 진행된다.   

   

우선 한 사람씩 미리 준비해 기둥 위에 매달아 놓은 커다란 널빤지 위에 각각 눕힌 다음 밧줄로 온몸을 꽁꽁 묶는다. 그리고는 다시 구령에 따라 응시자의 다리 부분을 번쩍 든다. 

그렇게 되면 응시자의 머리 부분이 그 밑에 물이 가득 담겨있는 통속으로 처박히게 된다. 그런 다음 정확히는 모르지만 5분이면 5분, 10분이면 10분간 그대로 물속에 머리를 박힌 채 누웠던 응시자들의 발을 구령에 따라 들어올리게 된다.      


이때 이미 숨을 못 참고 이미 숨을 거두게 되는 응시자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이미 숨을 거두었으니 자동 탈락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세 번째 관문     


물속에서 살아남은 응시자들이 마지막으로 가야 하는 관문이다. 이번에는 응시자가 꼼짝할 수 없게 한 사람이 응시자의 윗몸을 꼭 껴안는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은 응시자의 다리를 하나씩 꼭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마침내 마지막 거세 과정이 진행된다.        


이때 거세를 하기 위해 쓰이는 도구는 날이 시퍼렇게 선 식칼이나 낫을 사용했는데 내가 본 장면은 낫이었다. 거세를 당할 때의 응시자의 처절한 비명소리! 그리고 분수처럼 공중으로 뻗쳐나가던 선혈! 너무나 끔찍해서 지금도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을 다 이겨내고 거세까지 끝냈다고 해서 모든 일이 이루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 거세를 당한 사람의 70%는 생명을 잃게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거세를 당한 사람들 중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만이 환관이 될 수 있는 끔찍하고도 무서운 과정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과연 환관이 되려는 꿈을 이루기도 전에 얼마나 많은 귀중한 목숨들이 희생되었을까! 


지금도 가끔 그런 모습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옛날에는 출세를 위해서는 더욱 그랬었던 것 같다. 이토록 출세를 위해서는 하나밖에 없는 그 소중한 생명까지 바쳐가며 환관이 되기 위한 시험에 응시를 하였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면 환관이란 직책을 그저 우습게 보고 지나칠 일만은 아닌 듯싶다.       


두서없는 이토록 장황하게 늘어놓게 된 것은 현재 아무리 취업문이 좁고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 옛날 환관 시험에 비할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젊은이들이 현재의 어려움에 좌절하거나 용기를 잃지 말고 더욱 용기를 내줄 것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이 글은 환관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이 쓴 미흡하기 그지없는 글입니다. 혹 잘못 설명한 부분이 있다면 많은 분들의 지도 조언과 지적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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