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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May 02. 2020

스승 위의 스승

[여든 살 할머니도 손자한테 배울 게 있다]

김굉필은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이다. 그는 김종직의 밑에서 학문을 익히면서 특히 <소학>에 심취했던 그는 자칭 ’소학동자‘라는 별명으로 자신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김굉필이 정치에 입문하여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성종의 등용정책 때문이었다. 성종이 유학에 뜻을 가진 인재들을 널리 등용했기 때문이다.      

 

김굉필은 그 후, 무오사화가 일어나자 평안도로 유배되었다. 그곳에서 조광조를 만나 학문을 전수하기도 하였

다.    

  




어느 날, 김굉필의 집에 큰 소동이 벌어지고 말았다. 모처럼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효도를 한번 해볼 생각으로 마당에다 말리고 있던 꿩고기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고양이가 갑자기 물고 달아나 버렸던 것이다.     


그러자 김굉필은 노발대발하여 성을 내며 하인들을 꾸짖고 있었다.     


"아니 이런 변이 있나. 그게 도대체 어떤 고기인데 조심하지 않고 고양이한테 물려 보낸단 말이냐!“     


김굉필의 고함소리는 집안에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하인들은 겁이 나서 머리를 조아린 채 쩔쩔매게 되었다.      

바로 그때  어린 조광조가 김굉필에게 글을 배우기 위해 왔다가 이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다.     


조광조는 나중에 좀 조용해진 틈을 타서 스승인 김굉필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되었다.     

 

“스승님, 부모님께 드릴 꿩고기를 잃어버리셔서 화를 내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스승님, 자고로 군자는 말과 행동을 가볍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스승님께 배웠습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제 어린 생각에도 좀 지나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자 김굉필은 겸연쩍은 듯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허어, 내 그렇지 않아도 내가 너무 지나쳤다고 막 후회를 하던 참에 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구나. 그러니 내가 어찌 너의 스승될 자격이 있겠느냐.  너야 말로 진정한 나의 스승이로구나. 하하하…….”     

김굉필은 얼굴을 붉히며 조광조의 손을 꼭 쥐었다.      


'나의 잘못된 점을 말해 주는 사 람은 곧 내 스승이요, 나의 좋은 점만 말해 주는 사람은 곧 나의 적이니라' ( * )     

- <정암집> 에 실린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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