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 줄 아는 마음(28)

[이완 (1602~ 1674)]

by 겨울나무

조선 시대 인조 임금 때에 이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무사로 시작하여 장군의 자리에 오르고, 나중에는 우의정의 자리까지 오른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가 젊었을 때 하루는 산속으로 사냥을 가서 짐승을 쫓다가 날이 어두워진 것도 몰랐다. 그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풀숲을 헤치며 산을 내려가다가 큰 기와집 하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반가운 마음으로 곧 그 집으로 다가가 대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에 문이 열리더니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말했다.


"이 집은 손님이 잠시도 머물 수 없는 곳이니 속히 떠나심이 좋을 듯합니다.”


이완은 너무 산골짜기이고 어두워 길을 찾을 수도 없으니 어쨌든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달라고 다시 한번 간청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여자는 하룻밤을 묵는 것은 가능하지만 여기에 머물다가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였다. 그 집은 다름 아닌 도적의 소굴로 그 여자 역시 도적에게 잡혀 와서 갇혀 지내는 안타까운 처지에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도적은 지금 사냥을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이며 얼마 뒤에는 돌아올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도적이 두 사람이 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두 사람을 당장에 죽이고 말 것이라고 겁이 잔뜩난 얼굴로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이완은 그런 일에 추호도 겁을 낼 사람이 아니었다. 원래 담력과 배짱이 큰 사람이어서 어둠 속에서 길을 헤매다 죽느니 차라리 도적의 집에서 하룻밤은 지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거침없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이완은 안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후에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이 있으면 좀 달라고 하였다. 여자가 곧 밥과 술을 차려 주자, 이완은 그것을 배부르게 먹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누워 잠을 청하게 되었다.


그러자 잠시 후 키가 구척이나 되는 건강하고 다부지게 생긴 사내가 사냥감을 메고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이완이 자신의 안방에 있다는 것을 눈치챈 도적은 무섭게 고함을 지르며 호령을 하였다.


“이노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겁도 없이 누워있는 것이냐?”


이완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앞뒤 사정을 말했으나 도적은 아무 말 없이 달려들어 이완을 순식간에 밧줄로 묶어 대들보에 매달고 말았다. 이완은 별 수 없이 대들보에 밧줄로 대롱대롱 매달린 채 흔들거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도적은 여인에게 사냥해 온 짐승을 요리를 해오라고 시키더니 얼마 뒤 푸짐하게 차려진 술과 음식이 나왔다. 그러자 대들보에 매달려 있는 이완에게 보라는 듯 걸쌈스럽게 술과 안주를 먹기 시작했다.

도적은 술과 안주를 먹다가 이번에는 이완의 담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는지 고기 한 점을 칼끝에 꽂아 이완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완은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이 그것을 맛있게 받아먹었다. 그리고는 오히려 도적을 향해 무섭게 호령을 하였다.


"네가 나를 당장에라도 죽일 수도 있을 텐데 어째서 무례하게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는가?“

도적은 이완의 뜻밖의 이토록 대단한 담력에 그만 크게 놀란 나머지 어이가 없어지고 말았다. 살려 달라고 애걸을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적은 곧 이완을 묶었던 밧줄을 풀어주며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이다음에 반드시 큰 인물이 될 분을 내가 어찌 감히 해칠 수 있겠습니까?”

하며 가지고 있던 재물과 여자를 이완에게 내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이다음에 일이 잘 풀리게 되먼 제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잘 보살펴 주십시오."


그 후, 관가에서 포도대장이 죄인들을 모아놓고 한창 심문을 하고 있을 때였다. 심문을 하고 있는 포도대장은 바로 이완이었다.

그 자리에 잡혀 온 큰 도적 하나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완이 자세히 살펴보니 옛날 산에서 만난 바로 그 도적이었던 것이다. 이완은 그때 산속에서 벌어졌던 자초지종을 곧 임금에게 알리게 되었다. 그리고 도적의 죄를 용서하여 줌과 동시에 그를 자신의 밑에서 포교로 일하도록 하였다.

그 후, 포교가 된 도적은 이완을 도와 일을 열심히 하였다. 도적은 그러면서 틈틈이 공부도 열심히 하여 무과에 급제하여 정식으로 벼슬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그 후에는 수문장의 자리에까지 이르러 많은 사람의 모범이 되기도 하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서로 베풀 줄 아는 마음이 때로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비록 도적질로 평생 나쁜 일을 일삼던 도적일지라도 남에게 베풀 줄 알았기 때문에 후일 용서를 받고 큰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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