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 기도
"치이, 나가라면 누가 겁날 줄 알아? 어디 나 없이 엄마 혼자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 보라지 뭐.”
영민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투덜거리며 짐을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칫솔과 치약, 그리고 세숫비누와 수건 등 집을 나간 뒤에 쓸 일용품들을 이것저것 챙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느새 여행용 캐리어의 배가 곧 터질 것처럼 불러져서 더 이상 넣을 수가 없었습니다.
캐리어를 잠깐 끌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급한 마음에 서둘러 집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정처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어? 근데 어디로 가야 하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하게 집을 나선 영민이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을 나서보니 갈 곳이 없었습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캐리어를 끌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는 짐보따리도 점점 무거워져서 팔도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공연히 짜증이 났습니다. 이 모두가 엄마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자 엄마가 더욱 미위졌습니다.
바로 오늘 아침의 일이었습니다.
"영민아, 너 내일 예배 있는 거 알고 있지? 이번에는 빠지지 말고 꼭 나가야 한다, 알았지?“
바쁘게 출근 준비를 서두르던 엄마가 영민이에게 다짐을 주고 있었습니다. 요즈음 영민이가 이런저런 핑계로 예배에 빠지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싫어! 안 갈 거야. 이제부터 교회는 절대로 안 가겠다고 저번에 말했잖아?“
"뭐라구? 너 도대체 교회에 안 가겠다는 이유가 뭐니?"
금세 엄마의 눈꼬리가 귀까지 올라가면서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치이, 저번에 내가 한 말 벌써 까먹었어? 엄마는 몇 번이나 말해야 내 말을 알아듣느냐구? 아무리 열심히 기도하면 뭐해, 하나님께서 들어주시지 않으니까 그렇지.“
"아니, 얘가 점점……. 그럼 그렇게 계속 엄마 속썩이려거든 앞으로는 엄마하고 같이 살 생각도 하지 마. 알았어!“
엄마는 이렇게 꽥 소리 지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치이, 엄만 만날 괜히 나만 가지고 야단이라니까.”
사실 영민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교회에 나가면서 하나님을 굳게 믿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를 드리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면 하나님께서 자신이 바라던 모든 소원을 들어주실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기도를 드려 보았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은 영민이가 기도한 만큼 단 한 번도 소원을 들어주신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는 갑자기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굵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고는 곧이어 장대 같은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엉? 이를 어쩌면 좋지! 우산은 안 가지고 나왔잖아?“
다급해진 영민이는 무작정 뛰기 하였습니다. 입고 있는 옷, 그리고 캐리어가 금방 흠뻑 젖어버려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키리어와 짐보따리가 천 근이나 되듯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운동화도 빗물에 흠뻑 젖어 찔꺽거리고 있었습니다.
영민이는 우선 급한 대로 가장 가까운 근처에 있는 어느 집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영민이가 급히 들어간 곳은 하필이면 교회였습니다.
마침 교회에는 예배(*)를 드리는 사람이 없어서 텅 비어 있었습니다. 우선 무거운 짐보따리를 동댕이치듯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옷과 운동화, 그리고 짐보따리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빗물이 교회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습니다. 추위에 몸이 저절로 떨렸습니다. 아무 겁도 없이 덜컥 집을 나온 게 벌써부터 후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아니, 보아하니 넌 우리 교회의 신도도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로 여기 혼자 와서 앉아 있는 거지?"
어느새 인기척 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영민이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오면서 물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교회의 목사님이었습니다.
“……?"
영민이는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하고 목사님의 얼굴만 약간 겁먹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인자한 표정으로 자꾸 묻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오게 된 이유를 대강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목사님이 알겠다는 듯 다시 인자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허허, 그랬었구나. 그럼 너 목사님의 이야기를 좀 들어 보지 않겠니?”
“무슨 이야기를요?”
"아주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란다. 기도(*)만 열심히 하면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다 들어주실 거라고 굳게 믿고 있던 사람이 있었단다. 바로 너처럼 말이야.”
“.....?”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람이 아주 위험한 일을 당하게 되었거든. 곧 죽느냐 사느냐 하는 아주 위험한 고비를 만나게 되었지. 그래서 그 사람은 하나님께 매달리며 간절히 기도를 하게 되었단다.“
그제야 영민이는 조금 솔깃해져서 궁굼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요?“
"그래서 하나님은 곧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사람을 구해주기 위해 애를 쓰셨단다. 그러나 그 사랑은 그 어떤 구원의 손길도 거절하고 오직 열심히 기도만 드리면 하나님께서 직접 도와주실 것이라는 생각만 굳게 믿고 계속 기도만 드리고 있다가 안타깝게도 그만…….“
"네, 맞아요. 사실은 저도 그랬거든요. 그동안 하나님께 아무리 열심히 기도를 해도 아무 소용없었다니까요.“
영민이의 말에 목사님이 미소 띤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물론 기도도 중요하지만 기도 못지않게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노력이란 걸 알아야 한단다. 방금 말했던 그 사람의 경우도 그렇단다. 그 사람의 기도가 너무나 간절하여 하나님께서 몇 차례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셨지만 그 사람은 하나님의 도응의 손길을 모두 외면한 채 계속 기도만 했기 때문에 그런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단다.”
“……?”
영민이는 목사님의 이야기가 좀처럼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언젠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새삼 귀에 생생하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입으로만 떠들거나 빈다고 해서 자신의 꿈이나 뜻을 이루기는 어렵단다. 그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단다.‘
'그래, 맞아. 난 항상 기도에 비해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었어.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노력은 별로 없이 바보처럼 하나님 탓만 하고 있었던 거야!‘
영민이는 갑자기 짐 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전보다 더욱 교회에 열심히 나가면서 기도를 드려야 되겠다는 각오를 다시 굳히게 된 것입니다.
그런 영민이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던 목사님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강돌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처럼 무섭게 퍼붓던 소나기도 어느새 그쳤습니다. 해님도 그런 영민이가 몹시 대견스러운 듯 밝은 표정으로 영민이의 얼굴을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 주고 있었습니다. ( * )
※ 예배 : 1) [종교] (사람이)거룩하고 성스러운 대상에 대하여 경의를 가지고 절을 하다.
2) [기독] (신자가)성경을 읽고 기도와 찬송으로 하나님에 대한 존경과 숭배를 나타내다.
※ 기도 : 신이나 절대적 존재에게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비는 일 또는 그 의식.
예) 그녀는 진실한 기도는 하나님께서 반드시 들어주신다고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