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이는 오늘도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이터에서 한창 재미있게 졸고 있습니다.
친구들 모두가 윤식이가 다니는 이린이집에 같이 다니고 있는 또래 친구들입니다. 미끄럼도 타고 시소도 타며 씩씩하고 재미있게 놀고 있습니다. 목마도 타고 그네도 타며 신바람이 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고 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기구가 시들해지면 숨바꼭질을 하기도 합니다.
"까르르, 까르르르…….“
무슨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그렇게나 많은지 모릅니다. 가끔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웃는 소리가 그칠 사이가 없습니다. 마치 짹짹거리며 우는 참새 떼들의 소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얘, 너네들 아빤 뭐하는 사람이니? 우리 아빤 회사에서 아주 높은 사람이거든.“
한동안 놀이기구만 가지고 놀다 보니 조금 싫증이 난 모양입니다. 느닷없이 혁준이가 친구들을 향해 물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마침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서로 앞을 다투며 아빠 자랑을 늘어놓기에 바쁩니다.
"그래? 너네 아빠가 얼마나 높은데? 우리 아빤 과장이래.“
가장 먼저 어깨까지 약간 으쓱거리며 자랑스럽게 대꾸한 것은 문식이었습니다.
”피이, 그깟 과장이 뭐가 높으니? 우리 아빤 대리란 말이야. 대리, 너네들 지금 뭘 알기나 하고 떠들고 있는 거니?“
그러자 이번에는 종만이도 지지 않고 끼어들었습니다.
"치이, 그까짓 과장이나 대리가 뭐가 대단해서 그러니? 우리 아빤 회사에서 제일 높은 사장님이란 말이야.”
사장님이란 말에 아이들의 입이 모두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몹시 부럽다는 듯 제각기 한 마디씩 지껄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우와아! 아빠가 사장님이래."
"그럼 과장인 우리 아빤 종만이 아빠보다 한창 폴따구잖아?"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럼 우리 아빠도 대리니까 종만이 아빠보다는 한참 아래잖아?"
"하하하, 그야 두말하면 군소리지, 이 바보야.“
아이들은 하나같이 종만이가 부러워서 못 견디겠다는 표정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종만이가 윤석이를 향해 물었습니다.
"야, 윤석아, 그럼 니네 아빠는 뭐하시니?“
”…….”
어떻게 된 일인지 윤석이는 지금까지 친구들이 서로 아빠의 자랑을 늘어놓는 동안 듣기만 하고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만이의 물음에 윤석이는 얼른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윤석이는 친구들이 아빠 자랑을 늘어놓고 있는 소리를 듣고 몹시 부러웠습니다. 부럽기만 한 게 아니라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슬그머니 창피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친구들의 아빠들 중에는 대리님도 있고, 과장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도 있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이 아빠는 지금 회사에 다니지 않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자랑할 만한 별 다른 이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윤석이가 여전히 머뭇거리미 입을 다물고 있자 답답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종만이가 다시 다그치며 물었습니다.
"야, 너 내 말 안 들려? 아빠가 뭐하냐고 묻잖아? 왜 꿀먹은 벙어리처럼 대답을 못해, 응?”
”…….”
종만이가 다시 다그쳐 묻는 바람에 윤석이기 이번에는 얼굴까지 벌겋게 되면서 입을 열지 못하고 여전히 머뭇거리기만 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윤석이 대신 문식이가 얼른 입을 열었습니다.
"난 알아. 쟤네 아빠는 장사하고 있단 말이야.“
그러자 친구들은 뜻밖이라는 듯 더욱 궁금한 표정이 되어 다시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아하, 윤석이 아빠가 장사꾼이었구나!“
"그럼 무슨 장사를 하는데?“
친구들의 성화에 답답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이번에도 문식이가 얼른 대답하였습니다.
"으음, 쟤네 아빤 핫도그와 빵, 음료수, 껌 등 그런 여러 가지 식품들을 팔고 있대.”
"아하, 아빠가 그런 시시한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었구나.“
"오라, 그래서 창피하니까 대답을 못했었구나. 하하하…….”
“하하하, 그랬구나.”
친구들이 갑자기 비웃고 떠드는 소리에 윤석이는 그만 기분이 몹시 상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윤석이가 갑자기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친구들을 향해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야! 너네 아빠만 사장님인지 아니? 우리 아빠도 다른 사람들이 사장님이라고 부르거든. 그리고 너네 아빠들보다 우리 아빠가 돈도 훨씬 더 많이 번단 말이야!"
윤석이는 이렇게 소리치기가 무섭게 그 길로 곧 어디론가 도망치듯 급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얼마 뒤, 윤석이가 숨을 헐떡이며 급히 달려간 곳은 아빠가 장사하고 있는 시장 골목이었습니다.
"아니 네가 갑자기 여긴 또 웬일이냐?“
좌판 위 가득 물건을 벌여 놓고 장사를 하고 있던 아빠가 윤석이를 반갑게 맞이하였습니다. 윤석이는 여전히 헐떡이는 숨을 간심히 진정하며 급히 물었습니다.
"아빠, 오늘 돈 많이 벌었어?"
"아암, 우리 윤석이가 그새 용돈이 떨어진 모양이구나?”
아빠는 군소리 없이 얼른 허리에 찬 두둑한 돈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용돈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니, 용돈 달라는 게 아니구. 그럼 아빠 회사에 다니는 대리나 과장보다 돈 더 많이 벌어?“
아빠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큰 소리로 시원스럽게 대답하였습니다.
"아암, 아빠가 더 벌고말고."
"그럼 사장님보다도 더 많이 벌어?"
"그야 사장님도 사장님 나름이지, 아마 모르긴 해도 아빠가 웬만한 사장님들보다 더 많이 벌 걸.“
아빠의 설명을 듣기가 무섭게 지금까지 어둡기만 했던 윤석이의 표정이 금세 보름달처럼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우와! 우리 아빠 정말 짱이다!"
”하하하, 워언 녀석도.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걸 묻는 거지?“
"아니야, 아빤 몰라도 돼.“
윤석이는 이렇게 대꾸하고는 다시 어디론가 쏜살같이 재빠르게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윤석이를 향해 아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윤석아, 갑자기 어딜 또 가는 거야? 이 돈은 가지고 가야지!“
윤석이는 아빠가 소리치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 대꾸없이 다시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거봐. 우리 아빠도 사장님이고 돈도 더 잘 번단 말이야. 자식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괜히 까불고 있어!”
지금 윤석이는 다시 놀이터로 달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빨리 가서 만나야만 합니다.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아빠의 자랑을 마음껏 늘어놓을 생각입니다.
'짜아식들, 이번엔 코가 납작해지고 말걸!‘
해님이 어느새 뉘엿뉘엿 서산 너머(*)로 숨바꼭질을 하러 가고 있었습니다. 숨이 턱에 찰 정도로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 윤석이의 머리 위를 해님이 환한 얼굴로 포근하게 감싸 주고 있었습니다. ( * )
※ '너머' : 높이나 경계를 나타내는 명사 다음에 쓰이며 산이나 담. 무지개처럼 높은
것의 저쪽을 의미할 때 쓰인다.
예) * 엄마는 오늘도 고개 너머로 도토리를 주우러 가셨다.
*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기에 해마다 봄바람이 거기서 올까?
* 동생의 어깨 너머로 할머니께서 부르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 '넘어’
① 어떤 것이 다음 단계나 다른 경우로 옮아 이어지다.
② 재산이나 권리, 책임이 다른 사람이나 어떤 기관으로 옮아가다.
③ 음식물이나 침이 입안에서 목구멍을 지나가다.
④ 시간이나 온도 그리고 무게의 수치가 일정한 정도나 범위를 지나다.
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속임수에 마음을 빼앗겨 말려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