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익히기]
남자 친구

by 겨울나무

일요일 아침입니다.


윤희는 오늘따라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급히 제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청소를 한답시고 소란을 떨고 있었습니다.


청소기를 돌린 다음 걸레질은 하고 책꽂이도 말끔하게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더 정리할 곳이 없나 살피면서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어림도 반 푼어치도 없는 일입니다. 청소기는커녕 빗자루 한 번 들지 않고 모든 걸 엄마에만 미루었던 윤희입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렇게 유난을 떨고 있는 것은 난생처음 남자 친구를 집으로 초대한 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윤희는 어찌나 얼굴이 예쁜지 보는 사람들마다 다시 하번 뒤돌아보곤 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공부도 잘하고 마음씨까지 곱고 착해서 친구들에게 인기도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너무나 예쁘게 생겨서 눈이 높아서 그런지 지금까지 남자 친구 한 명 제대로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윤희입니다. 남자 친구들이 몇 명 따라다니며 친하게 지내보려고 애를 써보곤 했지만 무슨 까닭인지 윤희는 그때마다 시큰둥하였습니다. 웬일인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윤희가 그날따라 활짝 밝은 얼굴로 신바람이 난 듯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 남자 친구 생겼어.“


윤희가 사귀고 있는 아이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6학년 남자아이라고 하였습니다. 윤희보다 한 학년 위인 상급생인데 그렇게 착하고 마음에 들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그동안 윤희를 따라다니는 남자아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그리고 늘 주머니에 용돈을 두둑이 가지고 다니는 부잣집 아이 등, 그 모두가 마음씨도 좋지 않고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가까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윤희가 갑자기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를 집으로 초대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엄마와 아빠의 기대는 은근히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빠가 오늘따라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부산을 떨고 있는 윤희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까. 도대체 어떤 녀석을 사귀고 있기에 저렇게 좋아서 야단이람.“


그러자 엄마도 덩달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호호호……. 누가 아니래요.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니까요. 얼마나 친구가 마음에 들었으면 저 야단인지 워언.“


그때 윤희가 방 청소를 하다 말고 뛰어나오더니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엄마엑 물었습니다.


"엄마, 어제 내가 부탁한 건 준비는 해뒀지? 그 오빠가 금방 도착하게 될 거라고 방금 문자가 왔거든.”


윤희가 어제 미리 부탁해 놓았다는 것은 남자 친구에게 대접할 케이크와 음료수 등 간식거리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알았어요. 알았어, 그게 누구 명령인데 그냥 넘어갈 수 있겠니? 그랬다가는 두고두고 너한테 원망 소릴 들을 게 뻔하데, 안 그러니? 호호호…….“


엄마는 입가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생글생글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난생 처음으로 사귀고 있다는 친구가 어떤 아이인지 몹시 궁금하였습니다. 그렇기는 아빠도 마차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 마침내 인터폰이 울리는 소리가 나기자 무섭게 윤희가 급히 현관으로 달려가서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오빠, 어서 와. 오느라고 고생 많았지? 인사드려. 우리 엉마와 아빠야.“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남자 친구라는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향해 머리를 숙여가며 공손히 인사를 하였습니다.


깍듯이( * ) 인사를 하는 남자 아이는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넘치는 씩씩한 목소리였습니다.


윤희가 이번에는 아빠와 엄마를 향해 남자 친구를 가리키며 간단히 소개하였습니다.


"내가 말했던 바로 그 오빠야. 어때? 늠름하면서도 멋지게 생겼지?”


순간, 아빠와 엄마의 표정이 약속이라도 한 듯 굳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의 표정은 금세 실망으이 빛이 가득하였습니다.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그 아이는 눈에 띄게 잘 생기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다리가 많이 불편한 듯 목발에 의지한 채 걷고 있었습니다.


아빠와 어마는 그 자리에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하필이면 왜 저런 아이를 친구로 사귀게 되었는지 은근히 못마땅하였습니다.


"그, 그래. 어서 오렴. 이렇게 만나게 되니 정말 반갑구나.“


아빠가 조금은 어색해진 표정을 애써 감추면서 건성으로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럼 어서 네 방으로 들어가렴. 엄마가 곧 음식을 차려서 갖다 줄게."


엄마도 탐탁하진 않았지만 애써 밖은 표정까지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응, 알았어, 자, 그럼 우린 내 방으로 들어가자, 응? 어서 들어가자구.”


아빠와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희는 여전히 남자 친구가 그렇게 좋은지 부축까지 해 주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곧 윤희의 방에서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두 아이가 연신 시시덕거리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였습니다.


하루 종일 윤희와 어울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같이 놀던 남자아이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습니다.


윤희는 헤어지기가 아쉬웠던지 멀리 버스 정류장까지 친절하게 배웅을 해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윤희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빠가 먼저 윤희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너 도대체 그 애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니?"


"으응? 왜 그런 걸 물어? 아빠는 그럼 그 오빠가 마음에 안 들어?“


윤희는 그렇게 물어오는 아빠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커다랗게 된 눈이 되어 되물었습니다. 아빠는 그만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처음부터 어떤 아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목발을 짚고 다니는 것이 영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런 아이를 마음에 든다며 사귀고 있는 윤희가 못마땅하기만 하였습니다.


"그 애 다리가 몹시 불편해 보이던데 넌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거니?”


아빠의 물음에 이번에는 윤희가 펼쩍 뛰면서 그렇게 묻는 아빠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습니다.


"아빠, 그게 무슨 소리야? 몰라서 그렇지 그 오빤 우선 마음씨가 아주 착하단 말이야 그리고 다리가 그렇게 불편하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이 횡단보도에서 아마터면 자동차에 칠 뻔했는데 그 사람을 구해 주려다가 오히려 그 오빠가 다쳐서 그렇게 된 거래. 그래서 경찰서장 표창까지 받은 아주 용감하면서도 마음씨가 착한 오빠란 말이야.“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좀 그렇지 않니?“

"좀 그렇다니 뭐가 그렇다는 거야? 그리고 그 오빠 한동안 치료 받으면 정상적으로 걸울 수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대. 난 누가 뭐라고 그래도 그 오빠처럼 용감하고 멋진 아이가 정말 좋단 말이야.“


”……!“

”……!“


윤희의 대답 소리를 들은 아빠와 엉마는 그만 말문이 막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윤희는 그런 아빠가 은근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아빠가 늘 나하테 이런 말을 해 주었잖아. 친구를 사귈 때는 겉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속이 깊고 마음씨가 착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야. 그 오빠가 바로 아빠가 말한 그런 사람이라니까, 이제 알겠어?”


”……!“

”……!“


아빠와 엄마는 이번에도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어서 그만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윤희가 문득 생각이 난 듯 한 수 더 뜨며 말했습니다.


”아참, 나 내일 저녁에는 아마 집에 좀 늦게 올 거 같아. 이번에는 그 오빠가 나를 집으로 초대했거든.“


윤희는 여전히 날아갈 것처럼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신바람이 난 듯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제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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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익히기 >


* '깍듯이'와 '깍듯히'


※ 부사의 끝음절이 분명히 '이'로 발음이 되는 것은 '이'로 적고, '히로만 소리 나거나 '이’ 나 ‘히’로 나는

것은 '히‘로 적는다.


그러나 어간이 '시옷' 받침으로 끝난 경우(듯= 드 + ㅅ)에는 '이'로 적는다.

예) 꼿꼿이, 반듯이, 빳빳이, 깍듯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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