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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Jun 07. 2020

무병장수의 꿈

[오래 살아있는 것만이 축복은 아니다]

어린 시절, 우리 마을에는 연세가 꽤 많은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자그마치 백 한 살이었다.  

    

요즈음은 의학의 발달, 그리고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우리 인간의 수명도 점차 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백세를 넘기고도 건강하고 정정하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 듯하다.     


그러나 6, 70년 전만 해도 대부분 환갑을 넘기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환갑이 되면 성대하게 잔칫상을 차려놓고 일가친척과 주위 사람들을 초대하여 축하연을 베풀곤 하였다.


그랬던 시절이었기에 백 한 살이나 된 그 할머니의 관한 이야기는 이웃 마을까지 소문이 자자해지면서 그 할머니의 이야기가 큰 화젯거리가 되곤 하였다.      


그 할머니는 우리 집과 아주 가까운 이웃에 살고 계셨다. 그리고 할머니의 증손자가 나와 가까운 친구 사이여서 나도 종종 할머니 댁으로 마실을 다니곤 하였다.   

     

그때 그 할머니 이야기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 중에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인간이 백 살이 되면 다시 회춘(?)이나 환생을 하게 된다는 믿기 어려운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예를 들자면,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차츰 하얗게 희어졌던 머리가 백 살을 넘기게 되면 도로 검은 머리로 되살아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침침했던 노안도 다시 회춘을 하여 젊은 사람들처럼 밝아진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그 할머니의 머리가 다시 검게 변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때 그 할머니가 가끔 버선이나 간단한 옷가지를 꿰미는 등 바느질을 하고 계시던 모습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더욱 믿기 어려운 것은 돋보기도 쓰지 않고 바늘귀도 스스로 꿰어서 바느질을 하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그 후 할머니가 언제까지 생존하셨었는가는 기억이 없다.

      

할머니의 체구는 왜소한 편이었다. 몸의 움직임도 전혀 힘들어하거나 둔해 보이지 않고 몸놀림이 가벼웠다. 그래서 가끔 걸인들이 올 때면 작은 바가지에 보리쌀 등을 손수 떠다가 대문까지 어렵지 않게 나가서 주시곤 하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오래 살기로 말하자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에도 그런 분이 있다.      


그분은 손수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이며 원장이었다. 그 원장의 연세는 금년에 무려 95세인가 96세쯤 된다. 과거에는 도립병원 원장 역임 등, 경력도 매우 화려한 편이었다.        


본인도 어쩌다 건강에 이상이 생길 때마다 그 병원을 찾아가 보곤 하였다. 그런데 그 분은 전혀 말의 억양이나 행동으로 보아 전혀 노인 티가 나지 않는다. 문진을 할 때면 항상 유머스럽게 농담을 섞어가며 문진을 한다. 그리고 차트를 작성할 때에는 돋보기도 쓰지 않은 채 손수 손글씨로 작성해 나가곤 하는데 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거운 낯으로 차트를 작성하곤 한다.    

  

어떻게 이토록 건강하고 즐겁게, 그리고 게다가 오래오래 보람 있는 일까지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그를 바라볼 때마다 부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세가 많으신 게 부러운 게 아니었다. 그런 연세에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존경스럽고 부러운 것이다.         


하도 궁금한 마음에 어느 날 묻게 되었다.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시느냐고? 그는 운동은 따로 하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다만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병원 앞뜰을 빗자루로 열심히 쓰는 것이 운동의 전부라고 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원장에게 배울 점도 많았다. 바로 지독할 정도로 근검절약 하고 있는 정신이라 하겠다. 아마 그 병원에 처음 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저절로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눈에 거슬려 보이는 게 있다. 드문드문 다 닳아빠진 소파를 다른 천을 대고 꿰맨 흔적들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보기가 흉할 정도였다.     


요즘에는 멀쩡한 가구들도 싫증이 난다는 핑계로 폐기물로 버리기가 일쑤이며 바로  다른 새 가구를 들여놓곤 하는 세상에 낡아빠진 소파를 폐기하지 않고 꿰매어서 버젓이 병원 대기 소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원장의 검소함과 지독할 정도의 구두쇠 정신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분의 지극히 검소한 정신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병원에 직원을 패용할 때 정식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게 채용된 직원이 할 일은 병원 예약 접수와 처방전 등을 처리해 주거나 원장이 필요로 할 때 심부름, 간단한 병원 청소 등이 모두였다.      


그러기에 주사를 놓는 일, 상처를 치료하고 붕대를 감는 일 등, 그 모든 진료는 원장이 손수 직접 처리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격증이 있는 간호사를 쓰게 되면 보수가 그만큼 많이 나가게 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원장의 설명이었다.      


원장의 답변을 거기까지만 듣고 보면 상대도 못할 대단한 구두쇠, 또는 지독한 자린고비로 오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그게 아니었다.


그렇게 절약해서 모은 돈은 한 달에 한 번씩 다달이 어딘가에 기부를 하고 의료봉사까지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연세는 많지만 아직도 건강하게 참으로 보람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수명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 이야기는 오래전의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안, 라한 남자가 87세가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총각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었단다. 그러다가 인연이었던지 87세가 되던 해에 여자를 만나 기적적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자에 관해서는 전혀 설명이나 언급이 없어서 그 여자가 어떤 여자였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후에 더욱 기절을 할 정도로 깜짝 놀랄만한 희한한 일은 또다시 벌어지고 말았다. 그들 부부는 102살인가 103세 살까지는 그런대로 같이 어울려 살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때 서로 뜻이 안 맞아 이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누가 들어봐도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야말로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더니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또 벌어지고 말았다. 남자가 이혼을 하자마자 다른 여자와 다시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웃지도 웃을 수도 없는 사건이 다시 벌어졌던 것이다. 자그마치 102살인가 103살 나이에…….     


그들 부부는 그렇게 재혼을 하여 어느덧 남자의 나이 150살이나 넘게 살고 있었다. 여자도 그때까지 같이 살았는지 어쨌는지는 여전히 잘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러자 그 남자가 이토록 오래 장수하고 있다는 소문은 영국의 왕실에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남자의 나이가 그토록 많다니 그의 생일을 한번 멋지게 축하해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마침내 왕실로 초대를 받게 되었다.      


초대를 받은 남자는 난생처음 보는 진수성찬이 차려진 음식을 보자 허겁지겁 마음껏 배불리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항상 보잘것없는 음식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며 살아오던 남자로서는 그런 기름진 음식들을 보자 갑자기 식욕이 불끈 솟아올랐던 것이다.       


모처럼 생일 잔치를 마음껏 먹은 그 남자는 그 뒤로 배탈인지 뭔지 배가 슬슬 아파지면서 위장에 병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약 2년간 그 위장병으로 고생을 하다가 마침내 152세에 사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탈이 없고,

 누에는 뽕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옛날말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 소문을 들은 왕실에서는 가장 오래 장수한 그 남자를 특별히 대리로 왕실 가족들의 무덤으로 사용하고 있는 성당 안에 함께 안치했다는 이야기이다.       


    




무병장수!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꿈이라 할 수 있겠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만 한다면 오죽 좋을까.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행운은 누구에게나 골고루 오는 것은 아닌 듯싶다.      


100살이 넘어서도 건강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즐겁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대부분은 수명이 다하기 약 10년 전부터는 어딘가에 지병이 생기게 되고 약 10년간을 그런 병마에 시달리며 병원 또는 집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가 결국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마지막 10년의 세월은 사는 게 아니라 병마와 싸우는 아픔과 고통의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각에도 병원 중환자실에서, 요양병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그 고통이 너무 심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차라리 당장이라도 죽여달라고 매달리며 애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지 않던가!     

 

결국, 오래 사는 것만이 자랑이 아니요, 능사가 아니다. 비록 오래 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목숨이 다할 때까지 건강하고 아프지 않게,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겁게 하다가 생을 마감한다면 이 얼마나 즐겁고 흐뭇하며 기쁜 일이며 축복받을 일이란 말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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