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오천축국전(33)

[혜초, 慧超 (704~787)]

by 겨울나무

[사진; 혜초가 머물렀던 중국 오대산 사찰의 불상]



혜초는 신라 시대의 명승이다.


그는 일찍이 어릴 때 부모의 슬하를 떠나 절에서 불교 공부를 하다가 20세 때에는 당나라로 건너가게 되었다.


당나라로 건너간 혜초는 그곳에서 인디아의 승려인 금강지와 불공을 만나 불교 공부를 하면서 인디아어까지 익히게 되었다.

그 후 불교를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해 인디아로 갈 결심을 하고 23세 때에 마침내 인디아로 건너갔다. 인디아로 간 그는 석가모니가 불교의 이치를 깨달은 바를 처음으로 설교했던 녹야원과 석가가 세상을 떠난 곳인 쿠시나가를 모두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인디아를 두루 누비며 불교의 유적을 모두 살펴본 다음 불교에 대한 연구를 더 깊이 한 다음 당나라로 돌아왔다.


당나라로 돌아온 혜초는 천복사라는 큰 절에서 스승과 함께 불교 연구를 계속하는 한편 인디라어로 된 불경을 한문으로 옮기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스승 금강지가 죽자 그 일을 중단하게 되었고, 그 후, 여섯 명의 제자에게 자신의 불법을 물려 주었다. 그리고 신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중국의 오대산으로 들어가 불경 번역과 제자 양성에 힘쓰다가 80세가 넘어서 세상을 하직하게 되었다.


그가 인디아의 이곳 저곳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적은 개힝문이 바로 그 유명한 ‘왕오천축국전’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신라의 그처럼 유명한 승려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 것은 약 120여 년 전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왕오천축국전을 발견하게 된 것은 1908년, 프랑스의 학자 펠리오 박사가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춘황이라는 곳에서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1000여 년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그 유명한 승려 혜초가 비로소 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 왕오천축국전은 안타깝게도 현재 프랑스 국민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왕오천축국전에 실린 글


혜초는 오천축을 두루 살펴본 내용을 간추려서 기행문 ‘왕오천축국전'을 쓰게 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오천축에는 감옥이 없고 죄지은 사람을 때리는 일도 없다. 죄가 있는 사람은 벌금을 물리는데 죄의 무겁고 가벼움에 따라 액수를 정한다. 그래서 사형에 처하는 일 등은 없다.


위로는 임금으로부터 아래로는 백성에 이르기까지 사냥을 하는 일도 없다. 그만큼 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도둑은 있다. 그러나 그들은 물건만을 빼앗을 뿐 사람을 해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날씨는 몹시 무덥고, 온갖 화초가 일년 내내 푸르다. 서리도 오지 않고 눈이 내리는 일도 없다. 음식으로는 멥쌀로 빚은 떡과 미싯가루 ·우유·소금 등이 있으며, 장은 없다. 모두 흙을 구워 만든 솥으로 밥을 지을 뿐, 쇠솥은 없다.


백성들은 특별히 세금을 바친다거나 부역 나가서 일할 의무가 없다. 다만 논과 밭에서 나오는 곡식의 얼마를 임금에게 바칠 뿐이다. 그때 백성들이 그 곡식을 궁전으로 싣고 가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사람을 시켜서 실어 간다.


임금은 언제나 나랏일을 보살피는 사무소에 나와서 일을 본다. 재판할 일이 있으면, 수령들과 백성들이 임금을 둘러싸고 같이 앉아서 옳고 그름을 따진다.


이때 서로 자기 고집을 내세우다가 싸우기가 일쑤이다. 그래도 임금은 이를 보고도 성을 내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들의 의견을 다 듣고 나서 천천히 판단을 내린다.


“네가 옳고, 네가 잘못이다.”


이렇게 임금이 한 마디만 하면 백성들은 모두 잠잠해지고 ekl는 그 일에 대해서 이러지저러니 하지 않는다.

임금이나 벼슬아치들은 어디를 가나 걸상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 걸상에만 앉는다. 그러나 높은 승려 앞에 갈 때는 임금이나 벼슬아치도 모두 걸상에 앉지 않고 땅바닥에 앉는다.

큰 건물은 절이나 왕궁뿐이다. 이런 건물들은 모두가 3층으로 되어 있는데 맨 아리층은 창고이고, 위의 두 층에는 사람이 산다. 높은 관리들의 집도 대개 이렇게 되어 있다.


천축국에서 나는 산물로는 양탄자와 코끼리, 말 따위가 있을 뿐이다. 금과 은은 전혀 나지 않아서 외국에서 들여와야 한다.


본시 가축은 기르지 않으나, 젖을 짜기 위해서 오직 소만을 기른다. 그런데 소는 거의가 하얀 빛깔 뿐이고, 만 마리에 한 마리꼴로 붉은 소도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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