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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Jun 22. 2020

지나가버린 방황의 나날들(4)

[그때는 그랬었지]

영화배우 지망생 즉, 영화배우가 돼 보겠다고 지망한 응시자들이 어찌나 많은지 시험은 하루를 가지고는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기에 마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일사천리로 진행하긴 했지만, 그다음 날까지 꼬박 이틀이나 걸려서 겨우 마무리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앞에서도 잠깐 설명한 바 있지만, 나중에 자세히 알고 보니 그때 영화배우로 합격하기 위해서는 응시자의 뛰어난 모습이나 인상, 그리고 남다른 연기력보다는 내가 생각하기엔 면접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물론 인물과 연기력도 어느 정도는 가점에 도움이 되긴 했었겠지만…….        

 

그렇다면 면접시험이 왜 그토록 중요했을까?     


면접시험에서 응시자들 모두에게 가장 먼저 묻는 첫 번째 질문이 있다. 왜, 어떤 동기로 영화배우를 지망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첫 번째 질문에 응시자들은 각자마다 다양한 응답을 하게 된다. 그 응답한 내용들을 대강 기억해 보면 다음과 같았다.       


* 영화배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서

* 자신의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게 되어서  

* 연기에 자신이 있고 취미가 있어서

* 많은 대중 앞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자랑하고 뽐내고 싶어서,

* 영화배우로 출세해서 유명해지고 싶어서

* 인기 영화배우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등,      


이와 같이 첫 번째 질문이 끝나면 곧 두 번째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두 번째 질문은 오늘 이 시험에서 떨어지게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어보게 된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해도 끝까지 연기 생활을 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기인이란 생각처럼 그렇게 화려한 직업이 아니라 때로는 배를 굶어야 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밖에도 많은 어려움과 힘든 일이 따르게 되는데 이를 남다른 인내력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각오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주입시켜 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기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문제로 경비가 필요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부모님 또는 그 밖의 누군가가 도와줄 여력이 있는지의 없는지를 묻는 질문도 꼭 뒤따르곤 한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할 때마다 면접 기록에 꼬박꼬박 체크를 하게 되는데 그것은 오직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권한이었다.      


다시 말해서 현재 가정 형편이 어느 정도인가를 자세히 파악해 보는 과정이라 하겠다. 그리고 만일, 영화 사업이 잘 풀리지 않게 될 경우, 부모님이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를 파악해 보는 과정이라 하겠다.          

이렇게 면접시험까지 다 마친 뒤에는 며칠 뒤에 합격자 발표를 한다는 약속을 해주고 응시자들은 그때부터 합격자 발표날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1차 시험 합격자 발표      


드디어 1차 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이다. 지난번에 실기와 면접을 보고 난 후에 그 결과를 발표하는 날인 것이다. 어림잡아 5,6백 명의 응시자들이 다시 그름처럼 사무실 앞으로 모여들었다.  

    

건물 1층 벽에는 이미 붓글씨로 큼직하게 쓴 1차 합격자 명단이 게시되어 있었다.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그때 약 2, 30명의 1차 합격자가  게시되어 있었다.    

  

게시판에 자신의 이름이 보이자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펄펄 뛰며 환성을 지르는 사람, 아무리 몇 번이고 훑어보아도 자신의 이름이 보이지 않자, 몹시 실망의 빛이 가득한 사람 등, 그야말로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1차 시험 합격자 명단 맨 끝에는 합격자 전원 당일 몇 시에 전원 사무실을 방문하여 주의사항을 듣고 가라는 내용도 함께 게시되어 있었다.

     

한껏 기분이 들뜬 합격자들은 마치 이미 유명 영화배우라도 된 듯 신바람이 난 표정으로 주의사항을 듣기 위해 모두 정해진 시간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채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주의사항을 귀담아 듣게 되었다.      


주의사항이란 특별한 게 없었다. 며칠 뒤부에 전원 카메라 테스트라는 2차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니 그때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라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연기력이나 미모, 그리고 몸매도 중요하지만, 배우는 무엇보다도 카메라 테스트가 가장 중요하며 카메라 테스트에서 합격을 해야 비로소 영화에 출연할 수 있게 된다는 말도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카메라 테스트     


2, 3일 뒤, 드디어 그날은 카메라 테스트를 진행할 날이 돌아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셔터를 잡은 사람은 앞으로 이 영화를 촬영하게 된 촬영부장과 그 밑에 한두 사람이거들고 있었다.       


감독의 지시에 따라 촬영부장은 곧 응시생들을 상대로 개인별로 한 사람씩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응시생들은 부장과 감독이 시키는 대로 각자 있는 대로 멋진 포즈를 잡으며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설명을 듣고 보니 어떤 사람의든 그 사람의 인물을 보통 그냥 육안으로 바라볼 때와 카메라로 찍은 모습은 다르게 나타날 수가 있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카메라를 잘 받는 마스크(얼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카메라 테스트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하였다.      

실제로 아무리 잘 생긴 인물이라 해도 카메라로 찍어서 볼 영 그게 아닌 사람도 있고, 아무리 못 생기고 볼품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 해도 사진으로 찍었을 때는 영 다른 모습으로 생각보다 멋지게 나오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응시자의 얼굴이 실제로 카메라로 즉, 영화 촬영할 때 어떤 모습으로 보이게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카메라 테스트는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라 하였다. 그러면서 응시자 한 명당 적어도 대략 4, 50장씩은 찍은 것 같았다.  

     

멋지게 폼을 잡고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 앉아 있는 모습, 웃는 모습, 슬픈 표정을 짓는 모습, 기쁜 표정을 짓는 모습 등, 별의 별 모습을 한도 끝도 없이 찍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각 개인의 얼굴 하나만 가지고도 귀, 입 모양, 눈, 코 등 이모저모 여러 모습을 대문짝만하게 확대(Close Up)해서 찍기도 하였다. 그래서 카메라 테스트 역시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꼬박 하루가 걸리는 매우 분주한 작업이었다.    



메라 테스트가 끝나자 응시자 모두를 돌려보냈다. 최종 합격자는 약 1주일 뒤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약 1주일 후, 마침내 최종 합격자가 발표되는 날이다. 최종 합격자는 신문에 공고하기로 미리 약속해 놓았기 때문에 회사까지 직접 올 필요는 없었다.     

 

그때 조연 여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남자 주연배우로 최종 합격한 사람은 현재 대전에 살고 있는 젊은이로서 인물이 남달리 돋보일 정도로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신문에는 우선 남자 배우로 합격하게 된 그 젊은이의 사진이 클로즈업되어 멋지게 실려 있었다. 그리고 신문에 나온 기사도 대단히 뻑적지근하였다.      


‘10년만에나 한번 나타날까 말까 한 뛰어난 연기로 드디어 몇백대 1의 경쟁을 물리치고 혜성처럼 당당히 나타난 연기자 ㅇㅇㅇ. 이번에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ㅇㅇㅇ 감독의 야심작 ‘무×지×’의 남자 주연배우로 우뚝 서다‘  

   

 그야말로 멋지고도 대단해 보였다. 아아, 신인 배우는 바로 이런 방법으로,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게 되는구나! 하고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기사 내용을 더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기사 내용을 읽고 있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사로 인해 나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나의 눈을 의심하기도 하였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이번에 신인 주연배우로 픽업 된 젊은이는 모 지방에서 재산이 많기로 손꼽히는 갑부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만일의 경우 이미 영화 제작비 전액을 감당하겠다고 암암리에 약속까지 했던 젊은이로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터였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그 젊은이는 몹시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나서 끼니를 거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런 중에도 연기에 대한 열망만은 누구 못지 않게 대단해서 10여 년이 넘도록 독학으로 고생을 하며 연기 수업을 익혀 그 누구 못지않은 연기력도 갖추고 있다고 하였다.  

     

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기에 차후 감독에게 슬그머니 묻게 되었다. 신문 기사가 잘못 나온 게 아니냐고…….


그러자 감독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싱글싱글 웃으면서 설명해 주었다. 이 바닥에서는 다 그런 거라고 하였다.      


아직도 영화 제작 경비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하기 그지없는 영화인들의 지금 형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네는 이 바닥의 생태를 제대로 알려면 아직 멀었으니 앞으로 더 많이 배워야 하겠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어쨌거나 신인 배우까지 모두 뽑고 나자, 그 뒤부터 회사는 촬영 준비로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더욱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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