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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Jul 05. 2020

어느 가정의 자녀 교육법

[나무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미국의 정치가 사상가 발명가 벤자민 프랭클린은 일찍이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나무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그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꾸중을 듣지 않으면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없다

     

겨울 추위가 한창 심한 해에는 

봄에 푸른 잎이 한창 푸르다   

   

사람도 역경에 달련된 후에야 

비로소 제 값을 하게 된다.          


 



80년대 초, 직장 동료 중의 한 사람이 느닷없이 내게 좀 특이한 제안을 해왔다. 2주일에 한번 정도 유명 인사를 초청해서 그가 살아온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난 그의 말을 듣자마자 그렇지 않아도 쉬는 날이면 바쁜 일이 많아 걱정인데 공연히 시간 낭비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다음에도 그 모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몇몇 동료들이 자꾸만 보채는 바람에 썩 내키지는 않지만 일단 울며겨자먹기로 참석해 보게 되었다.      


그 모임은 한 달에 두 번이었다. 격주에 한 번씩 토요일 저녁 시간에 갖기로 하였다. 회비는 회원 1인당 5만 원씩이었고, 현재 국내 각계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를 초빙하여 그의 강의를 한 시간 정도 듣게 되는 모임이었다.      

초빙된 강사에게는 5만 원을 사례비로 지불하기로 하고 그 나머지는 초대를 받은 사람과 같이 다시 한 시간 정도의 회식을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모임이었다.       


초청 장소는 동료들 중에 출판사를 광화문에 있는 조그만 사무실이 있어서 그곳으로 정했기 때문에 특별히 장소를 빌리는 경비는 따로 들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해 모임을 거듭하는 동안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런대로 유익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다. 물론 좀 내용이 부실해서 그렇지 못한 날도 있긴 했지만…….     


강의 주제는 특별히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초빙을 받은 분이 자유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나,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나 인생관, 그리고 그분의 저서에서 독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등, 기타 이런저런 경험담 등으로 자유였다.      


그때마다 비록 불과 1시간 가량의 강의였지만, 그분이 평생 걸어온 발자취, 생각이나 사상 등 모든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분의 인생을 1시간 만에 모두 파악하게 되는 값진 경험의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마치 유명한 분들의 자서전이나 위인 전을 한 시간에 모두 섭렵하게 되는 뜻있는 시간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그날의 강의는 내게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겨주었다. 그날 초대받은 강사는 무슨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당시 서울대학교에 재직 중인 현직 교수였다.      


그날 그분은 한 시간 내내 가정 교육, 특히 자녀의 올바른 가정 교육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설명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그분의 가정에서 실천하고 있는 자녀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굳이 강의 주제를 말한다면 자녀들에게 부모가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실제로 다음과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며 우선 다음과 같은 질문을 우리들에게 해본 다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다.        


“현재 여러분들의 가정에서는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실천하고 계십니까?”       


현재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어쩌다 맛있는 음식을 사 오게 되면, 그리고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하게 되면 아이들한테 먼저 맛을 보라고 주게 되는데 첫째 그것이 가정 교육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는 것이었다.     

 

가령 예를 들어 아이들이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여 치킨집에서 치킨을 시켜왔을 경우, 가족들이 다 모여 같이 먹는다 해도 웬만한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우선 맛있는 부위를 주고 그 나머지를 부모가 먹게 되는 것이 현실인데 그게 바로 가정 교육, 그리고 부모 공경하는 마음을 망치게 되는 원인이라 역설하였다. 

     

듣고 보니 그랬다. 어느 가정이나 부모들은 잘 먹지 못해도 우선 아이들만큼은 잘 먹이고 싶은 게 한결같은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 결과 아이들은 은연중에 부모 생각은 잊은 채 맛있는 음식은 으례 자신들이 먼저 먹어야 되는 것이라는 습관이 길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 엄마는 늘 식구들을 다 먹인 다음에 먹다 남긴 음식을 부엌 부뚜막에 혼자 앉아 먹으며 겨우 연명했거나 굶었듯이…….   

  

그렇게 기르는 동안 아이들은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물건은 으레 자신들이 먼저 차지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모를 항상 등한시하게 되는 그릇된 습관이 길러지게 되며 그것은 결코 참된 교육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가정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무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했다 하더라도 일단 집으로 온 음식은 그 교수의 서재로 가지고 와서 맛을 보고 나머지를 내주거나 처음부터 치킨 몇 조각을 덜어놓은 다음에 남은 것을 가지고 나간다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서재에 떼어놓고 남은 음식을 거실로 가지고 가서 부인이 아이들과 같이 먹게 되는데 그 경우에도 부인이 먼저 음식을 먼저 집거나 맛을 보고 난 후에야 아이들 차례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자식을 무시하거나 우습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곧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을 제디로 가르치는 법이라고 하였다.       


혹자는 이 글을 읽으면서 부모가 우선인 그런 방법이 무슨 올바른 가정 교육이냐고 부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아닌 어쩌면 봉건적인 방법 같기도 하겠지만, 그 가정은 그런 방법의 가정 교육을 여러 해 실천해 본 결과 아이들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생겨도 절대로 먼저 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부모님 생각을 먼저 한다는 것이다.      


비단 그것은 음식뿐만이 아니라고 하였다. 차를 탈 때에도, 어딜 가게 될 때에도, 그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에도 부모가 우선되어야 하며 존중을 받고 있었다. 그래야 부모가 어려운 줄 알게 되고 존경을 받을 수도 있으며 아이들 스스로 부모가 그만큼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고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억지 같은 비유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느 공장이나 거대한 기계가 힘차게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원동기가 잘 돌아가야 한다. 만일 원동기가 힘이 없어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에 따른 크고 작은 부속들이 어떻게 잘 돌아갈 수 있겠는가.      


아이들은 장차 이 나라의 기둥이 될 인물들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이 소중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아이들이 바람직하게 잘 성장하고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에 못지 않게 부모 즉, 원동기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곧 수긍이 가고도 남을 말이라 하겠다. 굶주리고 배고픈 부모가 무슨 힘이 있어서 그리고 무슨 힘으로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잘 기를 수 있겠는가.    





오래전, 독일에서 이런 조사를 오랫동안 해보게 되었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 교육연구소에서 1천 명을 대상으로 약 15년간 ‘연령과 지혜와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 조사한 결과 지혜로운 사람들의 몇 가지 공통점을 밝혀 냈다고 한다.      

그들 지혜로운 사람들의 대부분은 고가거에 숱한 고난과 역경을 딛고 극복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즉, 남달리 가난한 환경에서 살았거나, 남보다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던 사람들이 바로 지혜가 남보다 특별히 뛰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거칠고 힘든 일을 체험하고 이겨낸 사람들이 결국 부유하거나 평범한 나날을 보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지혜로웠다고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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