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하늘에서 소나기가 무섭게 퍼부을 것처럼 잔뜩 찌푸린 날씨였습니다.
창현이는 오늘도 학교 공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읍내를 향해 닫급하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창현이의 온몸에서는 어느새 뜨거운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쉬지 않고 가쁜 숨을 쉬면서 계속해서 뛰어가고 있습니다.
창현인 벌써 두 달이 넘도록 매일처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읍내에 나가고 있습니다. 읍내는 집에서 꽤나 먼 거리에 있습니다. 그런데 집이 아닌 읍내로 매일 이렇게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창호가 이렇게 매일 읍내로 달려가고 있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그 아무도 없습니다. 오직 같은 반의 친구인 석호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석 달 전, 창현이가 6학년이 된 지 두 달쯤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마, 자전거 하나만 사 주면 안 돼?”
창현인 틈만 나면 매일 엄마에게 자전거를 사 달라고 졸라댔습니다.
“지금 돈이 없기도 하지만 년 아직 자전거를 타기엔 이르다니까.”
"아니 이르긴 뭐가 일러? 학교에 가 보면 4학년짜리도 타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단 말이야.“
그건 창현이 말이 맞았습니다. 요즈음 창현이네 학교에서는 4학년 아이들은 물론 자전거로 통학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걸 매일 본 창현인 자전거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가뜩이나 없는 살림살이에 엄마를 자꾸 졸라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창현이는 잘 알고 있는 창현이였습니다. 그래서 엄마를 자꾸 졸라 봤자 결국 엄마의 마음만 더 아프게 하는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창현이였습니다.
창현인 불행하게도 오래전에 아버지를 잃고 지금은 엄마와 단둘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누나와 세 식구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누나는 겨우 국민학교를 졸업하고는 가정 형편상 중학교에 진학을 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객지로 나갔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 아이들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기가 무섭게 너도 나도 돈을 벌기 위해 직장으로 가곤 하였습니다. 창현이 누나도 마침 서울에 있는 어느 공장에 일자리가 생겨 그곳으로 가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창현이는 같은 반 친구인 석호에게 아주 반가운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넉 달 정도만 신문배달을 하게 되면 자전거 한 대쯤 사는 일은 식은 죽 먹기라는 말을 듣게 된 것입니다. 창현이는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히야, 그래애?“
창현이는 그때부터 저녁 신문 배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도 모르게 벌써 두 달째나 신문 배달을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창현인 오늘도 보급소에서 받은 신문 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급하게 뛰어다니며 신문 배달을 하는 일에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빴습니다.
아까부터 잔뜩 찌푸린 날씨는 더욱 후텁지근하며 무덥기 그지없었습니다. 창현이가 입고 있는 옷은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땀으로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두 달만 더 고생을 하면 그토록 갖고 싶은 자전거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도 힘이 드는 줄을 모릅니다.
'비야, 제발 조금만 더 참아다오.‘
창현이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빌면서 막 교회 옆 골목을 달려가고 있을 때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무서운 소나기로 변하여 줄기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땀으로 흠뻑 젖었던 창현이의 옷이 이번에는 비로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삽시간에 마치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지만, 창현이는 여전히 남아있는 신문 뭉치를 가슴에 꼭 안고 더욱 급하게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신문배달을 하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창현인 괴로움에 못 이겨 신음소리를 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습니다.
“이제 정신이 좀 드니?”
엄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창현이의 머리를 짚어 보며 창현이를 내려다보며 물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누나는 언제 온 거야?”
서울에서 언제 내려왔는지 누나도 엄마 곁에 앉아서 창현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너 아까 저녁때 나하고 같이 오고서도 생각이 안 나니?”
창현이가 정신 빠진 소리를 하자 누나의 눈이 금방 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엄마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에이구, 오죽 아팠으면……. 누나는 벌써 집에 왔단다. 그런데 네가 너무 늦게까지 안 와서 마중을 나갔다가 네가 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죽을 힘을 다해 부축해서 데리고 오게 된 거란다.”
창현인 그제야 모든 것을 어럼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피로가 겹친 데다가 오늘 심한 소나기까지 맞는 바람에 그만 몸살이 난 게 틀림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창현아. 자전거 사줄 테니까 내일 누나하고 같이 읍내에 가자, 응? 먼 학교에 다니기도 힘이 들 텐데 게다가 신문배달까지 했다니 오죽 힘이 들었겠니.”
“……?”
누나가 느닷없이 자전거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창현인 정신이 번쩍 나서 눈을 크게 뜨고 누나를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네가 매일 자전거 사 달라고 졸랐다는 얘길 엄마한테 다 들었단 말이야.”
“그렇지만 누나가 어떻게?”
“그건 조금도 걱정 마라. 누나가 운이 좋아서 지난번에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겼어. 그리고 월급도 먼저 회사보다 훨씬 많이 받게 되었거든.”
창현인 그런 누나가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사기 위해 지금까지 엄마도 감쪽같이 모르게 신문배달을 하게 되었다는 비밀까지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신문배달을 해서 모아 놓은 돈이 얼마라는 것까지 모두 털어놓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비밀을 다 털어놓고 난 창현이가 무슨 생각인지 한동안 망설거리더니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누나, 난 이제 두 달만 더 고생하면 자전거를 한 대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모아 놓은 돈이 있거든. 그런데 그 돈은 이제 필요 없으니까 누나 손목시계 살 때 보태서 사. 누나는 전부터 손목시계 하나 차고 싶은 게 소원이었잖아.”
“……?”
“……?”
창현이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와 누나는 서로 얼굴만 마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창현이가 가엾은 마음에 연신 치맛자락으로 눈과 코언저리를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얏호! 신난다!‘
창현인 저도 모르게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내일부터 번쩍번쩍 빛나는 새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닐 생각을 하니 저절로 신이 나서 지금은 조금도 아프지 않습니다.
창현이는 지금 가슴이 한껏 부푼 마음으로 어서 날이 밝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