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나무 Aug 13. 2020

애비의 덕

[유머 ; 옛날이야기 중에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예로부터 아흔아홉 섬지기 부자가 백 섬을 채우고 싶은 욕심에 한 섬지기 농사꾼의 벼 한 섬을 몰래 훔쳐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였다.      


기왕에 욕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 마디 더 해야 하겠다.    

  

이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고로 세계적으로 제아무리 명성이 높은 성인군자도, 그리고 제아무리 나라를 마음껏 다스리는 자리에 앉아 있는 이름난 대통령이나 수상이라 해도 재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체면과 위신상, 그리고 양심상 자제하고 있을 뿐일 것이다.      


어쩌면 쓸데없는 아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명언을 최영 장군에게 유언으로 남긴 최영 장군의 아버지 최원직 역시 그만큼 돈을 소중하고 대단한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런 명언은 남겨놓지 않았으리라. 


어디 그뿐이랴. 욕심을 버리고 무소유를 주장하는 스님들도 때로는 돈 때문에 목숨을 담보로 내놓고 무서운 전쟁을 불사하기도 한다.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약성서>에서도 ‘돈은 모든 악의 근본’이라고 말하고 있다. 요즈음 돈으로 인해 숱한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각에도 목숨을 걸고 매달리며 안간힘을 쓰기도 하고, 툭하면 돈 때문에 친구와 부모 형제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끔찍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는 무서운 세상이다.       


돈이나 재물이 많은 사람은 항상 다리를 뻗고 편히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한다. 돈을 빼앗길 걱정으로 자나 깨나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청포도와 여우’란 이솝 이야기 같은 소리가 될지 모르지만 가끔은 나처럼 돈이 없는 사람이 살아가기가 훨씬 더 편안하고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옛날에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며 빌어먹으러 다니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잘 해야 열 살쯤 된 어린 나이였다. 늘 빌어먹으러 다니는 팔자여서 물론 집도 없었다. 가다가 어두워지면 산이든 남의 집 처마 밑이든 잠깐 등만 붙이고 새우잠을 자고 나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그런 나날을 보내다 보니 힘겹기는 했지만, 특별히 근심 걱정은 없었다. 배만 부르고 따뜻한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면 그것으로 만족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아버지와 아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 종일 어느 마을에서 집집이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다가 이번에는 다른 마을로 가기 위해 산길을 한창 터덜터덜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 말없이 한참 걸어가고 있던 아들이 갑자기 깜짝 놀란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아버지 저 아래 마을에 큰불이 났어요!” 

“어디, 어디?”     


아버지가 걸음을 멈추며 아들이 가리키는 마을을 바라보았다. 불은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무섭게 번지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허허, 그거 큰일이로구나! 마을이 온통 모두 잿더미가 되겠는 걸.” 

    

아버지가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아들이 아버지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 우린 집이 없으니 저렇게 불이 날 걱정은 없지요?”     


아들의 소리를 들은 아버지가 한동안 생각애 잠겨 있다가 다시 점잖게 입을 열었다.      


“아암, 그렇고말고. 그게 다 이 애비를 잘 둔 덕이니라. 헛허흠.”( * )                         

매거진의 이전글 차암, 고마운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