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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Sep 01. 2020

열심히 노력하면 다 된다고?

[안 되는 것은 죽도록 해도 안 되더라!]

'싸인, 코싸인, 탄젠트, 인수분해, 방정식, 미분, 적분' 등……. 대략 이런 것들이  수학 용어였던가? 내게는 아직도 이런 말들이 모두 아리송하고 낯설기만 하다. 그리고 무슨 소리들인지 전혀 이해할 수도 없고 그저 눈앞이 캄캄할 뿐이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시쳇말로 그런 용어를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꼭지가 돌아갈 지경이다. 그러기에 수학 문제를 척척 잘 풀어내는 친구들을 보면 몹시 부럽기도 하였다.  

    

또 파스칼의 법칙? 피다고라스의 정리?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이 역시 나에게는 그 모두가 개가 코 푸는 소리로만 들릴 뿐이었다(수학을 끔찍이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매우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리고 이런 돌대가리가 어디 있나 하고 혀를 차실 수도 있겠지만…….)     


난 6. 25 동란으로 해 초등학교를 고작 3년 정도 밖에 다니지 못했다. 3년간의 전쟁을 하다가 휴전이 되자 3년간의 학년을 배운 것으로 치고 학년을 그냥 뛰어넘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때부터 난 수학(그때는 셈본이었음)에 둔재였다. 하긴 뭐 별로 특별히 잘하는 과목도 없었지만 그나마 국어와 미술만큼은 다른 친구들보다 항상 앞섰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자랑 같은 말이지만 솔직히 IQ도 꽤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수학만큼은 아무리 배우려고 노력해 보아도 이해가 잘 가지도 않았지만, 설령 조금 이해를 했다가도 까마귀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사실은 까마귀 고기를 먹어본 적도 없지만)금방 까먹곤 하였기 때문에 조금 이해를 했다 해도 그 모두가 도로아미타불이었다.


 그러기에 IQ가 좀 높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때 터득하게 되었다.      


그러기에 나에게 수학이란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어떤 때는 왜 이런 과목이 생겨나서 나를 괴롭히고 이토록 속을 썩이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해본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수학 때문에 학교에 다닐 맛도 없었다. 그만큼 나는 학창시절 내내 수학에 자신이 없는 둔재였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가보니 수학은 점점 더 어려웠다. 난데없이 방정식이라는 더 높은 장애물이 나왔기 때문에 그 장애물을 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왜 하필이면 설상가상으로 또 방정맞게시리 방정식이란 게 불쑥 나타나서 또 내 속을 썩이고 있다고 투덜거려 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그런 실력으로 다시 운이 좋게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그 당시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모두 입학 시험이 있었음) 히야! 그런데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고등학교는 따끔 더했다.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듯이 고등학교 수학 시간마다 파이, 싸인, 코싸인, 탄젠트, 인수분해, 방정식, 미분, 적분 등 낯설고 골치 아픈 용어들이 자주 등장했다. 게다가 피다고라스의 정리니, 파스칼의 법칙이니 하는 전혀 알 수도 없는 용어들도 자주 나왔다.      


이건 수학 시간에 수학을 배우는 것인지 아니면 전혀 낯선 영어 단어를 배우라는 것인지 통 알아들을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기에 솔직히 수학 시간만 되면 짜증이 났다. 요즘 말로 그때마다 스트레스만 자꾸 쌓여갔다.   

   

그러기에 그런 용어들을 들을 때마다 혼자 투덜거리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파스칼의 법칙에 대해 공부를 할 때면 차라리 입맛이 없는 학생들에게 ’밥숟갈의 법칙‘이나 가르쳐서 밥을 잘 먹게 하는 방법을 배우게 할 일이지 똥딴지 같은 파스칼의 법칙은 배워 무얼 하자는 것인가 하고.     


또 피다고라스의 정리를 배울 때에도 이해를 하기가 어려워 짜증이 나고 핏대가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정리하지 않아도 될 일을 왜 정리를 해 놓고 내 마음을 이렇게 골치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핏대고라스의 정리를 했더라면 핏대라도 덜 났을 텐데 하고 혼자 투덜거리기도 하였다. 일종의 반항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수학 시간만 되면 숫자와 숫자를 빼거나 더하고, 곱하거나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만날 영어로 된 용어로만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일이 나에겐 몹시 못마땅했다. 그래서 수학 시간마다 기분이 영 ’파이‘였다.  

     

그렇기는 화학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웬 화학 용어들은 왜 또 그렇게 많은지! 그리고 암기하고 풀어보고 계산하는 일들이 그렇게 많은지 이건 수학 시간 못지 않게 골치가 지끈거리고 아팠다.   

   

그러던 어느 화학 시간이었다. 그때 잠깐 화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현재 육군사관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장교였는데 얼마 동안 강사로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 정복을 그대로 입고 가르치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한동안 가르치더니 어떤 문제를 하나 제시해 주고는 각자  풀어보라고 하였다.     

 

문제를 내준 그는 학생들 사이로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이 풀고 있는 과정을 하나씩 살펴보며 무뚝뚝한 말투와 억양으로 혹시 잘못이 있으면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이윽고 내 옆으로 왔다. 그리고 한동안 내가 엉터리로 풀고 있는 모습을 한동안 들여다보다가 너무나 한심했던지 이렇게  혼자 지껄이고 있었다.   

   

”으음, 이 새낀 사람 새끼 되기 다 글렀군!“     


나는 그의 목소리를 분명히 똑똑하게 들었다. 그때 그 한마디에 얼마나 충격을 크게 받았던지 지금도 그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하다. 그래서 그 소리를 들은 나는 속으로 바로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이 새끼야, 내가 보기엔  이까짓 화학 문제 하나 풀지 못한다고 사람 새끼가 되기 글렀다고 함부로 그런 모욕을 주고 있는 네 놈이 오히려 도덕적으로 사람 새끼 되기 다 글렀다고…….


어쨋거나 난 이토록 수학과 화학 등 이과(理科)만큼은 사람 새끼 되기 다 글렀을 정도로 문외한이었으며 구제 불능이며 대책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그때 우리반 담임 선생님은 마침 수학 담당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수학을 너무나 잘 가르치는 분이라고 전교에서 소문이 난 분이었다.      


나는 수학 시간에 우리 반 선생님이 들어와서 수학을 가르칠 때마다 열심히 이해해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수학의 둔재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별 수 없었다. 선생님은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가르치며 그때마다 학생들에게 어떠니? 생각보다 수학이 아주 쉽지? 하는 말을 자주 하며 가르치고 있었지만, 그리고 그렇게 열정을 다해 가르치고 있었지만 난 여전히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을 뵙기에도 여간 송구스럽고 민망한 게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수업이 끝나고 종례를 앞둔 시간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우리반 전원에게 백지를 한 장씩 나누어 주더니 요즘 여러분들의 고민거리가 있으면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내용은 뭐든지 좋으니 적어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기명으로 해도 좋고 익명으로 해도 좋다고 하였다. 그리고 약 30분간의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우리반 아이들이 적은 쪽지들을 모두 걷더니 교무실로 내려갔다. 그  뒤에 다시 올라올 테니 그때까지 적으라고 하며 일단 교무실로 다시 내려갔다.    

     

난 그 백지를 받아드는 순간, 아, 나에게 드디어 이런 좋은 기회는 왔구나! 하고 그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던 불만들을 서슴없이 백지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무기명이었으며 아버님과의 대화는 모두 거짓말이었다.       

내가 그때 쓴 글은 대강 다음과 같았다. 어느 날 아버님이 내가 사용하고 있는 수학 공책을 살펴보시게 되었다.  아버님이 보시기에는 순전히 수학 용어로 쓰인 영어 더하기 영어, 곱하기 나누기 등, 수학이 아니라 영어 공책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아버님이 내게 물으셨다. 이게 수학이냐고? 난 그래서 바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다시 아버님이 물으셨다. 아직 몇 천 몇 만의 가감승제도 제대로 풀지 못하면서 이건 왜 배우고 있느나고 하셨다. 그래서 나도 모르겠다고 다시 대답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럼 대학에 가서도 이런 걸 배우게 되느냐고 다시 물어 오셨다. 난 그래서 또 그렇다고 얼른 대답해 드렸다. 그랬더니 아버님은 비싼 등록금 주고 그런 쓸 데 없는 걸 배운다면 아예 대학 공부를 포기하라고 하셨다.      


난 대강 이런 내용을 써서 제출했다. 물론 앞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아버님과의 대화는 순전히 내가 만들어낸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순전히 내 불만의 속셈이 고스란히 깔려있었던 것이었다.  

    

마침내 30분이 지나자 선생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몹시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교실로 돌아오셨다. 그리고 아주 엄숙하고도 심각한 표정으로 내가 쓴 쪽지를 하나를 들고 말했다.   

   

“여러분!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보십시오. 여러분들 중에도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요? 우리 반 학생 중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너무나 기가 막힐 일입니다. 자 그럼 잘 들어보세요.”

    

하더니 내가 쓴 쪽지를 들고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이 직접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쓴 쪽지를 모두 읽고 난 선생님이 그동안 내가 끔찍이도 싫어했던 수학에 대해 어떤 명쾌한 설명을 해줄까가 매우 궁금했다.


선생님은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평생 수학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것을 보람으로 철석같이 여겨 온 선생님이니 그 충격 또한 대단했으리라.     


선생님은 결국 수학의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학이란 우리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과목이라고 강조하였다. 그 예로 그 옛날 세계 4대 문명을 설명하였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나일강 문명, 황하 문명, 인더스 문명 등 이 모든 문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모두 수학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수학이 아니었다면 그런 문명을 이루기는 불가능햇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난 선생님의 그런 설명을 듣고도 아하,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수학을 더 열심히 배워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배울 필요성도 더욱 상실하고 말았다.      


난 ’사람 새끼 되기 다 글렀다‘는 말을 들어가면서도 아직도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수학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수학을 몰라서 크게 불편한 점도 없었다.      


사람 새끼 되기 다 글러서 그런지 수학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으로 그런대로 지금도 아무 불편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물론 지금도 풍요롭게 잘 살고 있지는 못하지만…….    ( * )

 

* 이 글로 인해 오늘도 수학을 전공하고 천직으로 삼고 열심히 탐구하고 계신 이 세상 모든 분들께는 부디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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