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산토끼와 사냥꾼

by 겨울나무

깊고 깊은 산골짜기였습니다.


골짜기가 어찌나 깊은지 사람들의 발길이라고는 좀처럼 미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산골짜기 여기저기에는 산토끼들의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상수리 마을, 떡갈나무 마을, 전나무 마을, 소나무 마을, 밤나무 마을 등 갖가지 나무숲으로

뒤덮인 골짜기마다에는 산토끼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나와서 노올자!”


한동안 고요하고 잠잠하던 살골짜기에 갑자기 아기토끼 한 마리가 나타나서 친구들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것을 상수리 마을에 살고 있는 아기토끼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얘들아, 어서들 나와서 놀자니까. 밖에 나와도 그늘이 있어서 별로 덥지 않단 말이야.”


상수리 마을의 아기토끼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에 바빴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더위를 피해 굴속에 틀어박혀 낮잠을 즐기고 있던 아기토끼들이 잠에서 깨어나 하나씩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얘들아, 어떠니? 밖에 나와도 그늘이 있어서 그다지 덥지는 않지?"


상수리 마을의 아기토끼는 모여 드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반가운 얼굴로 이런 말로 인사를 하였습니다.


"음, 그렇구나. 바람도 불고 정말 시원한걸. 이렇게 시원한 줄 알았으면 진작에 나와서 놀 걸 그랬지 뭐야.“


그렇게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아기토끼들은 금방 여섯 마리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어디에서 무얼 하면서 놀지?“


”으음, 저 골짜기 아래 마당 바위가 어떠니? 저번에처럼 소꿉놀이도 하고 또 옛날이야기나 수수께기도 하면서 말이야.“


아기토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손뼉을치면서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달리기 경주라도 하듯 마당바위를 향해 쏜살같이 앞을 다투며 달려 내려갔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마당 바위에 다다른 아기토끼들은 여느 때처럼 재미있게 소꿉놀이를 하느라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한동안 재미있게 놀다가 상수리 마을의 아기토끼가 갑자기 엉뚱한 걸 묻게 되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 중에 사람을 본 적이 있니?”


아기토끼들의 표정이 금방 어리둥절해지면서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지금 사람이라고 했니? 그게 뭔데?”


아기토끼들 중의 하나가 난생 처음으로 들어본 소리라는 듯 그렇지 않아도 동그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상수리 마을의 아기토끼는 제법 뽐내듯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 엄마하고 아빠가 그러시는데 글쎄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사람이라지 뭐니.”

“우와아, 그럼, 사자나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대?”


“그러엄, 더 무섭고말고.”


상수리 마을의 아기토끼들은 겁이 잔뜩난 표정이 되어 다시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럼, 사자나 호랑이보다 더 크고 무섭게 생겼단 말이니?”

"아아니.”


“그럼, 아주 무시무시하고 사납게 생겼겠구나?"

“아니야. 그런 것도 아니래.”


“그럼, 이빨이나 발톱이 몹시 크고 날카롭게 생겼겠구나?"

“글세,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럼, 도깨비보다 더 무섭게 생긴 큰 뿔이 있겠구나?”

“아아니.”


"에구, 답답해라. 그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거니?“

토끼 2.jpg

아기토끼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궁금한 얼굴이 되어 입을 다문 채 상수리 마을 아기토끼의 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깊고 깊은 산골짜기에만 틀어박혀 살아온 아기토끼들은 사람 구경이라고는 단 한 번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짜기 사람이라는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아기토끼들의 궁금증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자 상수리 마을의 아기토끼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나도 사실은 말이지. 엄마나 아빠한테 말만 들었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모르고 있단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이 골짜기를 따라 한참 내려가기만 하면 당장 그 무서운 사람 구경을 할 수가 있대. 그러니까 너희들 지금 당장 나와 같이 내려가 보지 않을래?”


"그래그래, 그게 좋겠다!“


아기토끼들은 모두 찬성을 하면서 손뼉을 쳤습니다.


아기토끼들의 발길은 어느새 사람 구경을 하기 위해 위험한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험한 골짜기를 몇 개나 지나고 보니 다리가 아팠습니다. 그래서 지친 다리를 잠시 쉬기 위해 어느 그늘 밑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얘, 저기 좀 봐!”


갑자기 아기토끼 한 마리가 겁먹은 목소리로 외치며 한 곳을 가리켰습니다.


“쉿! 조용히 해! 저게 바로 내가 말한 사람이란 말이야.”


상수리 마을 아기토끼의 말에 친구들은 잔뜩 겁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숨을 죽이고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만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토끼 한 마리가 몹시 우습다는 듯 귓속말로 조용히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얘, 그런데 정말 우습게 생겼다. 다리는 멀쩡하게 네 개가 달려있는데 어째서 앞다리 두 개는 땅을 짚지 않고 들고 다니고 있는 거지? 낄낄낄……."

“푸후훗…… 저 사람 혹시 정신이 이상해진 게 아닐까? 왜 할 일도 없이 이 깊은 산 속을 혼자 헤매고 다니고 있담!”


“그러게나 말이지.”


아기토끼들은 모두가 우스워 못 견디겠다는 듯, 그러나 여전히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사람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꿩꿩, 푸드득…….”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자기 꿩 한 마리가 큰소리를 지르면서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그 바람에 너무 자리러지게 놀란 아기토끼들은 금방이라도 간이 오그라붙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다음 순간, 지금까지 산속 여기저기를 헤매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는 들고 다니고 있던 긴 막대기처럼 생긴 것을 잽싸게 어깨에 갖다댔습니다.


“탕! 탕! 탕!"


곧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요란한 소리가 연달아 나면서 산골짜기를 흔들었습니다.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아기토끼들은 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공포에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잠시 후 간신히 정신을 차린 아기토끼들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숨이 턱에 찰 정도로 할딱이면서 도망을 치고 있던 아기토끼가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허억, 허어억, 사람이란 저렇게 굉장히 요란한 소리를 낼 수 있어서 아마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고 하는 모양이지?”

"허억, 허억, 그래, 맞았어. 그런 것 같아.”


“난 이제 사람 구경은 하지 않을래. 아마 사람 구경 한 번만 더 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자지러져 죽고 말 거야.”

“맞아, 나도 앞으로 다시는 사람 구경은 하지 않을래.”


아기토끼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흔들며 넌더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아기토끼들이 지금까지 그렇게 무섭게 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사냥꾼이었던 것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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