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첫눈 오는 날

[지도 덕목 ; 용서, 관용, 반성]

by 겨울나무

둘째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잿빛으로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는 마침내 한 송이, 두 송이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와아! 눈이 온다. 눈이 와!”

“정말, 첫눈이 내리는구나!”

창가에는 눈이 내리는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아이들이 법석을 떨고 있었습니다.


"야! 점점 더 많이 오는구나!”

“어디? 어디?”

“저리 좀 비켜! 나도 좀 보자!


미처 창가에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아이들은, 모여든 아이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눈이 내리는 모습을 구경하려고 야단들이었습니다.


바로 그때입니다.


"아야야!”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밖을 내다보고 있던 아이들의 눈길이 모두 그쪽으로 쏠렸습니다.


울상이 된 은경이가 한쪽 발을 주무르면서 재석이를 쏘아보고 있었습니다. 재석이는 그 옆에 멋쩍게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야.”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난 다 알아. 지난번 음악 시간에 네가 노래할 때에 웃었다고 그러는 거지? 그래서 어제 복도에서도 나를 밀친 거지?”


은경이는 발끈 성을 내면서 재석이에게 대들었습니다.


"아니야, 그게 아니란 말이야.“


재석이도 큰 소리로 대꾸했습니다.


“은경아, 모르고 밟은 걸 가지고 뭘 그러니?"

“재석아, 네가 사과하면 되잖아.”


주위에 모여든 아이들이 말렸습니다. 그러나 은경이와 재석이는 서로 노려보고만 있었습니다. 금방 싸움이라도 벌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셋째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습니다. 아이들은 우르르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습니다. 은경이와 재석이도 각자 자리에 앉았습니다.


공부시간에도 은경이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씩씩거리고 있었습니다. 재석이도 시무룩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공부가 끝나고 청소 시간이었습니다.


은경이는 밟힌 발이 아프다는 듯이 손으로 계속 주무르고 있었습니다.


그런 은경이를 보며 재석이는 속으로


'내가 노래를 잘 하지 못한다고 웃었지?러 많은 건 아니지만, 아주 고소하게 잘 됐어. 아마 좀 많이 아플 거야.'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청소 당번 중에 한 아이가 짓궂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애들이, 서로를 화해시키는 뜻에서 둘이 쓰레기통을 비워 오라고 그러자."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인데.”


아이들이 모두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은경이는 다시 뽀로동해져서 쏘아붙였습니다.

"싫어! 난 저렇게 속이 좁은 아이하고는 같이 안 가.”


재석이도 대꾸를 했습니다.


“누가 할 소린데? 나도 너처럼 속이 좁은 아이하고는 같이 안 가."

“흥, 그래. 그럼 나 혼자 가지."

은경이는 커다란 쓰레기통을 혼자 들고 가려고 애를 썼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재석아, 너 뭘하고 있니? 은경이 혼자는 힘이 들잖아.”


재석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쓰레기통이 있는 데로 다가갔습니다. 은경이가 몸을 획 돌리며 가려고 했습니다.

그때, 재석이가 은경이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은경아, 내가 잘못했어. 쓰레기 버리러 우리 같이 가자.”

“싫어!”


“내가 잘못했다니까. 하지만, 너는 뭐 잘 했니? 그렇지 않아도 난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서 참고해 죽겠는데, 그렇게 킥킥대고 웃으면 어떡하니?”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하니? 그것도 노래라고 한 거니? 그런데 왜 갑자기 나한테 사과를 하니?”

“어제 우리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이야. 남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잘못을 먼저 생각해 보라고 하셨거든, 나는 집에서 동생하고 가끔 싸우는데, 그때마다 우리 어머니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시곤해."

“그러니까 네가 내 발을 일부러 밟았단 말이지? 복도에서 나를 밀친 것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먼저 사과할게. 그렇지만 음악 시간에 넌 너무했다는 생각이 안 드니?”


“그래. 그때는 나도 무심코 웃었는데, 금방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 이제부터는 나도 조심할게.”


그때, 다른 아이들이 또 소리쳤습니다.


“은경아, 재식아, 너희들 뭘하는 거야?"

"그래, 알았어.”


재석이가 큰 소리로 대꾸하며 쓰레기통의 한쪽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쓰레기통이 번쩍 들렸습니다.

쓰레기통을 들고 가는 은경이와 재석이의 머리 위로 하얀 눈이 평평 쏟아졌습니다.( * )




- 초등 3-2 교과서 3-2 생활의 길잡이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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