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참게잡이 하던 날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가을이다. 우리 고유의 명절인 추석도 지나고 초가을도 아닌 곧 만추로 들어서는 문턱이다.

성길 씨 내외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시간이 나는 대로 가끔 참게 낚시를 하러 다니곤 한다.

참게는 이맘때 잡는 것이 가장 좋다. 조금 일찍 잡으면 게가 제대로 여물지를 못해서 게장을 담글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 게들은 바로 매운탕을 끓여먹으면 되지만, 게장을 담글 수는 없다. 그러기에 꼭 이맘때 잡아야 살도 많고 여물어서 게장을 담기에 아주 좋다.


게장용 게를 잡기 위해서는 벼를 베기 시작할 때가 가장 좋으며 게잡이 피크이다. 벼를 다 베고 날씨가 좀 추워지면 게가 모두 강으로 내려가거나 땅굴을 깊이 파고 땅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잡기가 어려워진다.

참게 낚시를 하러 가기 위해서는 채비도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일단 사용했던 게 망은 낚싯줄이 꼬이지 않도록 다시 점검을 해야 한다. 낚싯줄이 꼬여 있으면 게가 망에 들어왔다가도 놓치기가 쉽기 때문이다.

게 낚싯대도 정리해야 하고 찌와 찌 고무도 점검해야 한다. 그렇게 모든 낚시 채비가 끝나면 미끼를 준비해야 한다. 미끼는 주로 꽁치나 오징어, 그리고 고등어를 사용한다. 게가 비린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좀 여유가 있고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쇠고기를 사서 미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쇠고기라고 해서 게가 꼭 잘 잡히는 것은 아니다. 게 낚시 역시 그날 운이 따라야 하고 자리도 좋아야 한다.

성길 씨 내외는 금년 들어 바쁜 일이 좀 생겨서 게 낚시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틀 전에는 모처럼 큰마음 먹고 게 낚시를 하러 갔다. 운이 좋아서 그랬는지 별로 오래 잡지도 않았는데 25마리나 잡았다. 다른 해에 비하면 별로 많이 잡은 것은 아니었다.

전에는 일단 게를 잡으러 갔다 하면 삽시간에 5,60마리는 거뜬히 잡곤 하여 한 해에 4,5백 마리를 잡곤 했었는데 그에 비하면 많이 잡은 편은 아니었다.


그나마 이틀 전에 많이 잡았다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별로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금년에는 참게가 드문 것 같았다. 그래서 소문을 들으니 1Kg에 18000원씩 하던 참게가 요즘은 25000원을 호가한다는 것이다.


성길 씨 내외는 이틀 전에 참게를 제법 많이 잡은 편이어서 오늘은 아주 큰맘 먹고 다시 게잡이를 하러 갔다. 오늘은 더 많이 잡을 것이라는 부푼 기대를 가지고…….


그러나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큰 기대를 가지고 몇 시간이나 앉아서 게가 잡히기를 기다렸지만 가분좋게 움직여야 할 찌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게가 전혀 잡히지 않자, 성길 씨는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잡았나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전혀 한 마리도 못 잡기는 마찬기지였다. 그거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저녁때가 되자 바람도 심하게 불고 추웠다.


답답하고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성길 씨가 결국 애원하듯 아내를 향해 입을 열었다.


“히야, 이거 ①하루차가 너무 심해 추워서 못 견디겠는걸. 이룰 줄 알았으면 겨울옷이라도 준비해 올 걸 그랬나 봐.”

“그러게요. 이렇게 바람이 불고 추워질 줄 누가 알았어요.”


“우리 오늘은 찌에 케미 끼우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까?”

“기왕 나왔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게는 야행성이라고 하던데 혹시 어두워지면 잡힐지 누가 알아요?”


“낚싯대를 여기에도 놓아보고 저기에도 놓아봤지만 그런다고 잡히는 것도 아니고, 미끼도 이것저것 바꾸어 달아봤지만 그것도 아니고, 이거 아무리 ②궁냥을 해도 오늘은 안 되는 날인 가 봐. 안 그래, 여보?”

“그럼 이대로 철수하자고요?”


“글세, 이런땐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낚시찌가 전혀 ③기울써하지도 않고 그림처럼 그대로 서있단 말이야. 게가 잡힐 만한 ④짬수도 전혀 보이지 않고 말이야.”


성길 씨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아내가 결국 입을 열었다.

“그래요. 그럼 오늘은 이대로 철수하자고요.”


아내의 말에 성길 씨가 반갑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얼른 대꾸를 했다.

“그래. 할 수 없어. 오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다음에 날 잡아서 다시 오자구. 이거 원 ⑤찬물미역을 한 것처럼 추워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있어야지.”


아내도 같이 낚시 도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내가 성길 씨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추우면 따끈한 커피 한 잔 더 마시면 어떻겠어요? 좀 남았거든요.”

⑥일없어. 이런 땐 빨리 집에 가는 게 상책이야. 자, 빨리 챙기자구.”

성길 씨와 아내의 손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 * )





※ 참고


① 일교차 ② 궁리 ③ 기우뚱하다 ④ 낌새 ⑤ 냉수욕 ⑥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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