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폐지 줍는 노인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저녁때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아내가 얼른 눈에 띄지 않자 바로 혜영이에게 물었다.


”혜영아, 엄만 어디 갔니?“

”아까 반찬거리 좀 산다고 시장에 갔어.“


”그래? 언제 갔기에 여태 안 오니?“

”좀 오래됐으니까 올 때가 지났는데 여태 안 오네.“


”그래? 그럼 아빠가 전화 좀 해봐야 하겠다.“


성길 씨가 막 휴대폰을 꺼내 들자, 그때 마침 현관문이 열리면서 아내가 돌아왔다. 아내는 시장 가방과 비닐종이 등 양쪽 손에 무거울 정도로 들고 있었다. 성길 씨가 짐을 얼른 받아들며 말했다.


”어이구, 무거운데 무얼 이렇게 많이 사 오고 있어? 이렇게 짐이 많으면 진작에 나를 부르지 그랬어?“

”이렇게 일찍 퇴근했을 줄 누가 알았나요. 짐이 무거웠기보다는 다른 일 때문에 좀 늦었어요.“


성길 씨가 사온 짐을 정리하며 다시 물었다.

”다른 일이라니? 무슨 일이 있었어?“

”시장에서 오다 보니 파지 줍는 어떤 노인을 만났지 뭐에요.“


”파지 줍는 분이 한두 분인가? 그래서?“

”근데 그분은 한쪽 다리를 몹시 저는 분이었어요. 그런데도 리어카에 산더미 같은 짐을 싣고 쩔쩔 매면서 힘겹게 걸어가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래서 어찌나 안 돼 보였던지 내 짐은 어느 가게에 잠깐 맡겨두고 밀어드리다 오느라고 잃게 늦었지 뭐예요.“


”오, 그랬군. 오늘 당신 참 좋은 일 했네.“

”앞으로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별 대책이 없는 분들은 정말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걱정이지 뭐예요.“

”그건 그렇지만 북한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나은 편이야.“

”뭐가 나은 건데요? 그리고 북한 노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그래도 노인들을 위한 복지 혜택이 많은 편이야. 그런데 북한은 말도 마라. 당신 왜 고려장이라고 알고 있지?“

”알고말고요. 옛날에 부모님이 늙어서 아무 일도 못하면 양식이라도 줄이려고 부모를 산에 갖다가 버리던 일 말이죠?“


”맞아. 지금도 북한에서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단 말이야.“

”네에?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성길 씨는 잠깐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지.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내가 북한에서 자랄 때까지만 해도 그랬으니까 아마 지금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야.“

”어떻게요?“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많아 늙게 되면 병도 들게 되고 일도 못하게 하잖아. 우리나라는 그렇게 노인이 되면 더 공경을 하게 되고 요양병원에라도 입원을 시키게 되잖아?“

”그렇지요.“


”그런데 거기에서는 노인이 되어 일을 못하게 되면 누구나 ①미우게 된단 말이야.“

”미우다니 어떻게요?“

”북한에는 아직도 탄광이 많거든. 그런데 거기서는 노인을 공경하기는커녕 그런 분들은 양식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아오지 탄광 같은 데로 보낸단 말이야.“


”힘이 없고 병이 든 노인들을 왜 탄광으로 보내요?“

”그러니까 거기서 일을 하다가 얼른 죽으라는 소리지. 그리고 거기서 일을 하다가 힘에 부쳐 동작이 조금 느리다 하면 ②건병을 부린다며 윽박지르거나 매를 맞기도 한다는 거야.“


”으와아~~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있나요?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나쁜 놈들이네!“

”그러니까 ③억이 막힐 일이지!“


성길 씨 역시 안타깝다는 듯 또다시 한숨을 쉬더니 다시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뿐인 줄 알아. 일단 그곳에 들어갔다 하면 ④휴식일도 없고, 잠깐 쉴 수 있도록 ⑤대거리도 해주지 않는단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하라고요?“


”어떻게 하기는……. 그러니까 어느 정도 더 살 사람도 힘겨운 노동에 시달리다가 그 속에서 금방 죽게 되는 거지. 정말 생각할수록 악랄한 놈들이라니까. 그러니까 거기서는 우리나라처럼 노후대책이니, 노인복지니 하는 말은 ⑥말공부에 불과하다니까.“


”…….“

”…….“


두 사람은 너무나 기가 막히다 못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 * )







※ 참고


① 냉대하다 ② 꾀병 ③ 기가막히다 ④ 공휴일 ⑤ 교대 ⑥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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