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북한의 깜빠니아

[분단의 비극, 그리고 달라진 언어의 비극]

by 겨울나무

성길 씨가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집에 모여 자리를 같이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을 몇 잔 나누다 보니 어느새 기분 좋게 취기가 올랐다. 벽에 걸린 TV 화면에서는 지금 한창 북한의 수해복구 현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두가 삽자루 한 개씩 들고 땅을 파고 있었고, 그 무거운 흙이나 돌도 모두 맨몸으로 나르거나 머리에 이고 운반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힐끗 바라보고 있던 친구가 안 됐다는 표정으로 성길 씨에게 물었다.


”여보게, 저걸 좀 보게. 저렇게 둑이 크게 터졌는데 장비 하나 없이 사람의 인력으로 일일이 막고 있으니 저게 말이나 되겠나?“


그러자 성길 씨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런 장면은 그나마 ①시보영화로 보여주기 위해 찍었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이지 사실은 그보다 더 심하다니까. 그리고 북한에서는 워낙 장비도 부족하거든.“


”그럼 저보다 더 심하다면 얼마나 더 심한데?“


성길 씨는 잠깐 과거를 회상하는 듯 얼른 대답을 못하고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들 북한에서는 얼마나 많은 ②깜빠니아를 벌이고 있는지 알고 있나?“

”우리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어디 설명 좀 해보게.“


”우선 천리마 운동이라는 게 있다구.“

”천리마 운동이라니 그게 뭔데?“


”일을 할 때는 항상 천 리를 달리는 말처럼 쉬지 말고 일을 하라는 이야기지.“

”그래? 그리고 또?“


”새벽 별 보기라는 운동이 있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새벽에 별을 보고 나와서 일을 하다가 저녁 늦게 별이 보일 때까지 일을 하라는 이야기야. 그러니까 결국 꼭두새벽에 나와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라는 이야기인데 ③느실느실하게 하지 말고 아주 부지런히 하라는 이야기지.“


성길 씨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흥미있다는 듯 다시 물었다.


”그리고 또?“

”그 다음에는 열두 바닥 파기 운동이라는 게 있어.“


”열두 바닥 파기라니 어딜 왜 파라는 거야?“

”북한에는 늘 비료가 부족하거든. 그래서 비료 대신 ④전탕 퇴비나 썩은 기름진 흙 등을 쓴단 말이야. 그래서 ⑤풀색식물이란 풀색식물은 모두 베어버려서 남아날 수가 없지.“


”그런데 비료가 부족하다면서 열두 바닥을 파는 건 뭐야?“

”열두 바닥 파기 운동이란 그 역시 거름을 얻기 위해서인데 우선 거름 성분이 충분한 시궁창이나 아궁이 속 흙, 그리고 부엌 바닥, 외양간 등 썩은 흙이 있는 곳은 모조리 파라는 거야. 그리고 거기서 판 흙을 비료 대신 밭이나 논에 뿌리라는 거지.“


”허어, 그거 참 대단하군.“


”그뿐인 줄 알아. 게다가 끼니때는 고작 얼럭밥(주먹밥) 한 덩이씩 얻어먹고 하루 종일 고된 일을 해야 하니 그 ⑥까탄에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인민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니까. 자, 이제 술맛 떨어지니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세.“

성길 씨는 더 이상 생각하지조차 싫다는 듯 술 한잔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친구들에게 술잔을 권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여전히 수해복구 현장의 노예처럼 힘들게 일하는 인민들의 모습을 마치 자랑이나 하듯 내보내고 있었다. ( * )






※ 참고


① 기록영화 ② 캠페인 ③ 어슬렁어슬렁 ④ 온통 ⑤ 녹색식물 ⑥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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