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나무 Oct 20. 2020

옛날 어린이들의 놀이

[여자아이들의 고무줄놀이]

난 요즈음에도 이따금 시간이 날 때마다 가끔 저 멀리에서 아련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동요의 노랫소리들이 떠들썩하게 번갈아 들려오는 듯하면서, 어린 시절의 진한 향수에 젖어보곤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자다 .

칙푹 칙칙 푹푹

기찻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어머니는 건넌 마을 아저씨 댁에

고추 먹고 매앰맴 달래 먹고 매앰맴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여러분들은 위에 적힌 동요의 노랫말들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떠올리게 되시는지요?    

      

위의 열거한 노랫말들은 옛날에 여자아이들이 즐겨 놀던 대표적인 놀이 중에 특히, 고무줄놀이를 할 때 즐겨 부르던 노랫말들을 얼른 기억이 나는 대로 적어본 것이다. 


잘 모르긴 해도 아마 고무줄놀이를 할 때 4분의 2박자나 4분의 4박자의 노래라면 그 모든 고무줄놀이가 가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은 놀이들 중에서도 특히 여자아이들이 가장 즐겨 놀았던 놀이가 바로 고무줄놀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난 남자이기에 자세한 놀이 방법이나 룰은 잘 모른다. 놀이를 하기 전에 일단은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하게 되는 것 같다. 가위, 바위, 보로 저서 술래가 된 사람은 고무줄을 잡고 이긴 사람은 고무줄 위에서 뛰며 놀게 된다.   


놀이를 시작함과 동시에 다시 다음과 같은 동요를 부르면서 박자에 맞추어 뛰게 되는데 노래는 고무줄 위에서 뛰는 사람도 부르기도 하지만 주로 술래가 불렀던 것 같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자라     


사랑하는 오빠야 일선에 나가 싸워라

붉은 피를 흘리며 용감히 싸워라          

무찌르자 공산당 몇백만이냐

대한 남아 가는데 초개로구나 

나아가자 나아가 승리의 길로

나아가자 나아가 승리의 길로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 이천 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철 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금강이라네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 형제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 별만 둘이서 눈물 흘리네.       

   

술래는 고무줄 양쪽 끝을 마주 잡거나 서로 잡기도 하며 인원이 부족할 때는 고무줄 한쪽 끝을 기둥 같은 곳에 고정해 매어 놓기도 한다.   

        

놀이 방법은 처음에는 발목, 그다음에는 무릎, 그리고 허리와 어깨와 귀, 머리 위까지 고무줄을 차츰 단계를 높여가며 하다가 나중에는 더 단계를 높이기 위해 고무줄을 잡은 손을 높이 치켜들기도 한다. 더 높게 올리기 위해서는 까치발을 하기도 한다.    


놀이 동작으로는 다리에 감고 하기, 정확하게 고무줄 밟기, 뛰어넘기, 발 엇갈려 뛰기, 두 발로 줄 밟기, 손을 땅에 짚고 물구나무 형태로 고무줄 넘기 등이 있다.   

     

이때 뛰는 사람의 발에 고무줄이 발에 걸리거나 헛 밟거나 엉키면 술래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술래를 면하기 위해서는 물론 동작이 노래의 박자에도 맞아야 한다. 그러기에 술래는 노래를 부르면서도 뛰고 있는 사람의 동작 하나하나를 매나 독수리의 눈을 뜨고 무섭게 감시하며 살피게 된다.   

         

놀이 방법 역시 한 줄로 놀이하기, 두 줄로 놀이하기, 세 줄로 놀이하기 등이 있다. 실로 재미도 있고 저절로 운동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놀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고무줄 놀이에 얽힌 정겨운 추억들            

  

고무줄놀이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운동장이라면 더할나위가 없겠지만, 장소가 조금 넓은 어느 집 마당이건 골목이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여름이면 그늘진 시원한 장소를 찾아서, 그리고 추운 겨울철에는 양지바른 마당을 찾아다니며 고무줄놀이는 해가 지는 줄 모르고 이어지면서 마을에서는 하루 종일 여자아이들의 노랫소리가 그칠 줄을 몰랐다. 

    

그 시절에는 그런 노랫소리들이 정겨운 줄을 모르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그냥 지나치곤 했던 노랫소리들이었는데 이제 와서는 왜 이다지도 정겹고 그립게 느껴지고 있는 것인지……!        

   

그때는 고무줄놀이를 하는 아이들 모두가 편하게 마음 놓고 즐길 수만은 없었던 것 같다.     

      

마을 집집마다, 그리고 날마다 노래를 부르며 떠들며 놀고 있는 소리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시끄럽게 들려오곤 하였다. 그러기에 사랑방에서 새끼줄을 꼬거나 낮잠을 주무시던 어른들이 귀가 아파 못 살겠다고 쫓기라도 하면 바로 다른 집으로 쫓겨가서 고무줄놀이가 다시 이어지곤 하는 수난(?)을 겪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다른 고무줄 패거리들이 멋도 모르고 다시 와서 고무줄놀이를 하면 다시 쫓겨 다니는 수난을 되풀이해야 하였고…….    


사실 고무줄 놀이를 할 때는 노랫소리만 시끄러운 것은 아니었다고무줄이 발에 걸렸느니 아니니 하며 서로 우기며 목청껏 싸우는 일도 자주 벌어지곤 하였다   

  

심지어 어떤 여자아이들은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놀이를 하기도 하였다그리고 아기의 목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든 말든 정신없이 뛰고 있었으니 아기는 그만 고통을 견디다 못해 급기야 등에서 앙앙 울어대는 소리……이런저런 시끄러운 소리가 그칠 사이가 없었다.   


어디 그뿐이란 말인가.       

    

약방의 감초라고 했던가. 어느 마을이나 개구쟁이(주로 남자아이들) 한두 명씩은 꼭 끼어있었다. 그들은 으레 고무줄놀이를 할 때에도 짓궂게 훼방을 놀고 말썽을 부리곤 하는 불청객들이 아닐 수 없었다. 

            

한창 신바람이 나서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나타난 동네 개구쟁이들은 마치 솔개나 매가 닭을 채 가듯 삽시간에 달려와서 고무줄을 나꿔채가지고 뺑소니를 치거나 끊어 버리고 삼십육계를 치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곤 하였다.

          

뜻밖에 갑자기 그런 억울한 봉변을 당하게 된 여자아이들은 분에 못 이겨 고무줄을 달라고 울며불며 소리소리 지르면서 욕을 하면서 쫓아가는 아이들의 소리,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소음들이 하루 종일 그칠 사이가 없었던 것 같다.     

 

고무줄 역시 귀하던 시절이어서 여자아이들의 대부분은 끊어진 고무줄을 잇고 또 잇고 하여 누더기 꼴이 된 고무줄을 신주처럼 소중히 여기며 간직하고 다녔던 것 같다. 


그리고 해가 다 넘어갈 정도로 어두울 때까지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이 집 저 집에서 부모님들에게 야단을 맞는 시끄러운 소리들이 이웃집 울타리 너머로 들려오기도 하였다.      

     

집에서 할 일도 많은데 하루 종일 그 웬수 같은 놈의 고무줄놀이만 하며 놀고 있었다고 야단을 맞는 소리, 그리고 심지어는 펑펑 매를 맞거나 집에서 쫓겨나는 일도 자주 벌어지곤 하였다.      

     

그러나 그다음 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고무줄놀이를 그만두는 일이 없었다. 아무리 야단이나 매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그만큼 아이들은 고무줄놀이가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야단을 맞고 매를 맞아가면서까지 즐기던 고무줄놀이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언제부터인가 그 정겨운 고무줄놀이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언제부터 고무줄 놀이를 그만하겠다는 아무 예고도 없이, 그리고 소리도 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요즈음에는 좀처럼 볼 수도 없게 되고 말았다.     


내 귓가에는 지금도 가끔 그 시절에 그 고무줄놀이를 할 때마다 부르던 정겨운 노랫소리들이 귓가에 점점 더 선명하게 되살아나고 있는데……!       

     

그토록 고무줄놀이를 즐기던 그 많던 여자아이들은 지금은 어디로 다 가버리고 말았는지!    

 

그 시절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 )                          




매거진의 이전글 방공호 이야기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